영원히 닿지 않을 평행선
사람들은 국가, 민족, 사회, 종교,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태어난다. 외모, 성격, 취향, 가치관 모두 다르게 살아간다. 멀리 볼 것 없이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들, 쌍둥이들조차도 서로 다른 점이 많다고 하니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힘든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옛날부터 혈액형과 별자리, 12지 간지 띠별로 성격과 특성을 정리하고, 궁합을 맞추어보는 것도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싶어서 또는 역설적으로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하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혈액형을 성격과 연결시킨다. [혈액형을 성격과 결부시켜 받아들이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라 함 - 나무위키 참조]
이보다 고전적인 것으로 예로부터 내려온 12지 간지 띠,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별자리도 있다. 이것들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가 되고 나를 소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것들로 인한 잘못된 편견들도 존재한다.
“역시 ◇띠는 고집이 세. 드세다.”
“혈액형 ◇인가 봐, 소심하군.”
“이랬다가 저랬다가 변덕스러운 것을 보니 혈액형 ◇아냐?”
그저 우연히 혈액형, 띠, 별자리가 그것이었을 뿐인데도 누군가의 성격,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어쩌면... 모두가, 모두에 의한, 피해자이자 가해자.
요즘은 MBTI가 대세이다. MBTI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MBTI를 알고 있다. 설령 모르더라도 I, E, N, S, T, F, P, J 각 알파벳이 어떤 성향을 뜻하는 것인지 정도는 상식처럼 아는 분위기다. 1)
MBTI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
혈액형, 별자리, 12지 간지 띠는 태어나자마자 정해져 바꿀 수 없는 고정적인 것인데 MBTI는 질문지에 응답할 때마다 달라지거나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한 가지로만 확정된 것이 아니라 몇 퍼센티지의 비율로 공존하는 것이어서 유연하고 탄력적이다.
나는 예전에 S였는데 최근에 N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S는 35%, N은 65% 정도 결과가 나왔으니 S성향도 어느 정도 있는 N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은 거울에 비친 모습뿐이고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과 반대방향에 있다. 내가 나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전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가족들과 있을 때, 집 밖에서 가족 아닌 사람들과 어울릴 때, 혼자일 때 나의 모습은 전부 다르다. 흑백이 아니라 오색찬란한 다양한 색깔로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변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회적 인간인지라 상대방에 따라,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상살이 살아내고자 가면을 쓰고 벗고 매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MBTI가 바뀔 수 있다는 열려있는 결말은 우리 사회적 인간이 변화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딱 맞아떨어진다.
MBTI는 이해의 그릇을 넓혀준다.
나만의 관점으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평가하거나 내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상대방과 나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MBTI의 본질이고 기본 전제이다.
각자의 MBTI를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진다.
나처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상대방에게 다그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너는 원래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하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이 세상에 장점만 있는 사람도 없고 단점만 있는 사람도 없다.
장점은 단점의 또 다른 이면인 것이고 단점은 장점의 또 다른 이면인 것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안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이런 점이 좋기는 하지, 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너와 나는 다르다. 나는 I, 너는 E, 나는 F, 너는 T...
영원히 닿지 않을 평행선을 억지로 만나게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먼지만큼 많은 사람들이 16가지의 유형으로 한정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MBTI를 통하여 자기 자신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되고 상대방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MBTI는 서로에 대한 탐색의 시작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얼마 전 아이의 학원에 가니 학원등록신청서에 아이의 MBTI가 무엇인지 쓰는 난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학습목적으로 한 학원이 아님을 밝힌다). MBTI를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지만,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는 소중한 개인정보가 아닌가? 나라는 존재를 시간을 두고 함께 지내며 알게 되기 전에 MBTI의 한 유형으로 간단하게 정의되어 설명되는 것에도 동의하기 싫다는 마음도 순간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이 오히려 너무 예민하게 느껴지고 쓸데없는 걱정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MBTI 가 과학도 아니고, 그저 재미와 호기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나라는 인간은 역시 I라서...?
아니, I라고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
이것도 결국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MBTI에 대한 짧은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서 인간관계는 결국 각자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서로를 존중할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고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MBTI라는 심리검사나 거창한 이론 같은 것 필요 없이도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마음과 관심만 있다면 세상살이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따뜻하고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 아직 모르는 사람을 위한 MBTI 설명 - 문항에 응답하여 자신이 선호하는 경향을 찾는 심리검사이다. 네 가지 척도로 성격을 표시하여 16가지의 유형을 만든다.
내향(I) 외향(E )/ 직관(N) 감각(S) /감정(F) 사고(T) / 인식(P) 판단(J) [위키백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