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5. 11. 28
장미정원은 이미 많이 앙상해졌지만 생각보다 많은 장미나무에 아직 꽃이 매달려 있었다.
심지어 계절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봉오리를 밀어 올리는 장미나무도 제법 눈에 띄었다.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었는지 그 자리에 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11월 22일은 24 절기 중 하나인 소설(小雪)이었다.
소설은 태양의 황경(Ecliptic Longitude)이 240도가 되는 시점을 말한다.
입동을 지나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이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아 ‘소설’이라 부른다.
가끔 따뜻한 햇살이 비추어 봄 같은 날이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작은 봄’이라는 뜻의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북아메리카에서도 11월 중순경, 늦가을에 뜻밖의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는 현상을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라고 부른다.
북미 원주민들이 이 시기에 겨울맞이 준비를 하던 풍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한가 보다.
우리가 김장을 하고 월동 준비를 하는 이 소설이자 소춘이, 그들에게는 인디언 썸머인 셈이다.
그리고 이 표현은 비유적으로, 만년에 찾아오는 행복한 성공,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열리는 전성기를 뜻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희망적인 계절의 메시지인가.
눈이 내리는 절기에도, 한강의 장미 정원에서는 한 번 더 꽃잎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올해가 이제 한 달 남았다.
그 사이 내가 한 번 더 피워낼 것이 남아 있는지, 조용히 점검하고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