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의 시간

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5년 12월 7일

by 서풍 west wind

검정색 페인트통에 흰색을 부어보았다.

흰색은 검정색 안으로 이내 사라진다.

엔간히 흰색 페인트를 쏟아붓지 않으면 검정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검정색 페인트 통을 들여다보았다.

이런저런 색깔들을 품어 잠시 검정으로 단일화시키는 모습은 무엇인가가 처음의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 검정색을 통해 하나가 되게 만들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깜깜한 어둠은 검정색이다.

24 절기 중 '동지(冬至)'는 무한의 검정색 페인트통에 모든 것이 '퐁당' 빠지는 때가 아닐는지.

우주적 검정색에 시간이 수렴된다.


오래전 뉴욕 소더비 경매 프리뷰에서 마크로스코 작품 하나를 오랫동안 앉아서 본 적이 있다.

그때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뭔가 생경한 우주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깜깜한 밤, 동지팥죽.

마크 로스코의 '검정, 빨강, 그리고 검정'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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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Red and Black, 1968 - Mark Rothko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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