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6년 1월5일
2026년, 새로운 시간에 들어섰다.
오늘을 잘 살아내자.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꾸준하고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늘 조급해지거나 충분히 유연해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마치 자율주행장치처럼, 한 해의 리듬을 따라가기 좋은 기준 중 하나가 24 절기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도 변화의 마디가 있는 것처럼, 보름에 한 번쯤 삶의 미세한 변화 지점을 감지하며 나아간다면 조금 더 균형 잡기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24 절기는 기원전 7세기경 중국 주나라 시대, 화북 지방(황하 유역)의 기후를 바탕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우리나라에 전해지며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되고, 민속 신앙과 결합하면서 독특한 농경문화를 형성해 왔다. 음력을 주로 사용하면서 생긴 불규칙함을 보완하고, 태양의 리듬에 맞춰 자연과 조화로운 농사를 짓기 위해 고안된 24 절기는, 단순한 달력이 아니라 고도의 천문 지식이자 삶의 기준표라고 할 수 있다.
그 24 절기 중 스물세 번째 절기, 소한(小寒)이 오늘이다.
이름은 ‘작은 추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가장 추운 시기로 여겨진다.
그 말이 무색하게도 오늘은 영상의 기온을 오르내리는 맑은 날씨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이제는 슈퍼컴퓨터로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일상이 된 시대다.
여하튼, 우리 조상들은 소한의 추위가 이름값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왔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겉보기 이름과 달리, 실세는 '소한'이라는 말이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소한의 추위가 매서워야 해충이 죽고, 그해 농사가 잘된다는 믿음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뭔가 깔끔하게 한 번 더 정리를 하기 위해 극한으로 밀어붙여 털어내는 인간사도 연상이 된다,
또한 옛 중국에서는 소한부터 대한까지의 기간을 5일씩 나눈 삼후(三候) 전승이 전해진다.
초후 —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간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던 기러기들이 다시 본래의 서식지인 북쪽을 향해 몸을 틀기 시작하는 때를 말한다.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이지만, 자연의 예민한 생명체들은 이미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했음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이동을 준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엄동설한 속에서도 이미 회귀와 시작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중후 — 까치가 집을 짓기 시작한다.
다가올 봄에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기 위해, 까치가 나뭇가지를 물어와 집을 수리하거나 새로 짓기 시작하는 시기다.
까치는 미래를 준비하는 영리한 새로 여겨진다.
가장 매서운 바람이 부는 때, 가장 높은 나무 위에서 집을 고치는 모습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기초를 닦는 인내와 성실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겉은 얼어붙어 있어도, 생명의 활동은 이미 재개되었음을 보여준다.
말후 — 꿩이 운다.
수꿩(장끼)이 짝을 찾기 위해 힘차게 울기 시작하는 때다.
꿩은 양기가 강한 새로 여겨졌는데, 꽁꽁 얼어붙은 산야에서 울려 퍼지는 꿩의 울음은 차가운 음기를 뚫고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가 분출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곧 다가올 봄, 입춘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자연의 알람인 셈이다.
1월은 새해 계획을 막 실행에 옮기기 시작하는 시기다.
조정할 것은 조정하고, 본격적으로 밖으로 나서기 전 사부작사부작 시동을 거는 시간.
작년에 시작했던 일들 중 어떤 것들은 살아남아 올해로 넘어와 다음 단계를 기다리고 있고,
어떤 것들은 이 겨울을 지나며 조용히 정리되고 있다.
물론 추가로 새로운 것들이 더해지기도 한다.
늦은 때란 없으니 방향도 시동 걸면서 점검해 본다
아직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때라기보다, 변화를 감지하는 시기에 가깝다.
소한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이미 시작된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
그 정도면, 오늘을 충분히 잘 살아낸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