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6년 2월 3일
짜릿함이 있지만 단판승부의 냉혹함보다 삼세판이 이래저래 좋다.
여유가 생겨 우선 덜 쫄리고, 그리고 그 과정에 스토리가 생기니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정한 계절의 관습이 있다. 한 해의 시작을 단 한 번의 단판 승부로 끝내지 않고, 무려 세 번에 걸쳐 ‘다시 시작할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인에게 통용되는 양력 1월 1일의 신정(新正), 24 절기의 첫 번째 절기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그리고 민족의 정서가 응축된 구정(舊正)까지. 이른바 '삼세판의 미학'이 새해 첫날에 깃들어 있다.
신정의 시작은 다분히 의욕적이고 선언적이다.
숫자로 치환된 목표를 세우고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를 팽팽하게 채우는, 그런 이성적인 시작이다.
그러나, 니체가 말했던가?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작심삼일로 나가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두 번의 카드가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플렉스!
올해 입춘은 2월 4일이다.
대지 아래 숨죽였던 생명력이 비로소 고개를 드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정의 다짐이 작심삼일로 기스가 났더라도, 대길(大吉) 이도 함께하는 입춘은 진짜 너 잘 될 거다라는 응원과 희망의 에너지도 주고 있으니 나도 당신도 좋은 기운을 편히 받으면 된다.
마음속으로 살포시 '고고!'를 외치며 산뜻한 마음으로 한해를 다시 시작해 보자!
나만의 입춘첩을 만들며 새해의 바라는 바를 한 번 더 상기시켜 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만약 입춘의 시작도 작심삼일이에게 난타 공격을 당한다면 괜찮다!
흠.... 그러라는 얘기가 아니라 여유 있게 편안하게 새해 새날들을 성실하게 보내자는 말이다.
삼세판의 마지막 카드 구정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의 온기와 함께 완성되는 '새해 시작'으로 삼세판의 마지막 판이다. 세 번의 기회 중 가장 넉넉한 이 시기에 이르러서 우리는 앞선 두 번의 시행착오를 기꺼이 학습의 시간으로 편입하며 진정한 새해의 궤도에 진입한다.
우리는 흔히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걸고, 그것이 어긋나면 자책의 굴레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입춘을 경유하는 이 삼세판의 리듬은 우리에게 '회복 탄력성’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사업의 성패도, 삶의 행로도 단번에 결정되지 않는다.
살아보면 알게 되지 않는가....
"조금 늦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가 실제 가장 근사치의 정답이며 근사한 해결책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리듬이 새해의 시작뿐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확장되어, 실패에 관대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바뀌게 되었으면 좋겠다. 삼세판의 미학,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의 기회 중 이제 겨우 두 번째의 날.
다시 신발 끈을 묶기에 참으로 적절한, 입춘의 아침이다.
모두가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