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보름밤

쓰기 : 차오르거나 설레거나 / 2026년 3월 4일

by 서풍 west wind

아침부터 하루 종일 문서작업을 하느라 노트북에 처박은 고개를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들었다.

점심과 저녁을 건너뛰니 오히려 배도 고프지 않았다.

건조한 짧은 성취감.

그래도 뭔가 먹어야 될 거 같아 너구리 반쪽을 끓여 먹고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갔다.

마침 휘훵찬란하게 밝은 달이 하늘 중앙에 있었다. 정월 대보름 달이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볼까 맘속으로 달님을 부르며 한참을 우러러 쳐다보았다.

그러던 중 달 아래 뭔가가 큰 것이 꿈틀꿈틀 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사람들 몰래 한밤중에 마실 나와 지나가는 용의 꿈틀거리는 등언저리를 본 것 같았다.

길게 늘어진 새털구름 같은 것이 바람에 쓸려 움직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겠지만,

잠시 놀라웠다.


우연히

발견되는 세계는 신비롭다.


고개 숙인 하루가 내일을 열어주고

나의 날개도 이미 나에게 발견되었으니, 나도 날겠지.

한밤중 표표히 제갈길로 가는 용처럼.


신비로움 한 스푼을 머금고

꿈틀거리며 지나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