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빨랫감
해피는 할머니가 잠시 집안 일에 눈을 돌리는 사이
동네 곳곳을 신나게 뽈뽈뽈 누비며 즐겁게 놀았다.
아직 어리고 발랄한 에너지를 해가 저물 때까지 다 쓰고 나면, 할머니의 포근한 품으로 돌아와 평화롭게 잠들곤 했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의식이 하나 있었다.
흙투성이 발로 마당을 누비고, 풀숲에 코를 박고 헤집고 방에 들어가기 전, 할머니에게 꼭 몸을 씻겨야 했다.
할머니는 해피를 부드럽게 안고 수돗가에 앉아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털을 닦았다. 마치 섬세한 손길로 소중한 빨래를 다루듯 하얀 털을 천천히 문질렀다.
해피는 놀랍도록 얌전하고, 순순히 가만히 있었다.
할머니에게 한 번도 짖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아이고 이 꼬질꼬질한 것 봐“ 할머니가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맞이하면 해피는 마치 ”네, 다녀왔어요! “라고 기대에 부흥하듯 보얀 털로 포옥 안겼다.
해피가 짖지 않고 빨랫감을 자처하며 얌전히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몸을 씻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사랑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인 걸 알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