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인아 Dec 27. 2022

존재하고 싶지 않은 시간

2022.12.26 마음 기록


트라우마 기억을 자극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때면

여느 평범하고 건강한 사람들처럼 웃고 울고 일하고 쉬면서 자연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 같은 자극일지라도 내 아픈 기억과 관련이 있다면,

그 물방울이 기억조각을 건드리는 순간 나는 내 존재를 흔드는 불행과 우울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나를 보호해주지 못할 거면서 낳아서 그저 곁에 두기만 하며 키운 부모가 너무 원망스러우나 이런 원망스러운 마음마저 자유롭지 못하다.

보호받지 못한 영혼은 뉴스에서 누군가 죽었을 때, 내가 곧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떨고, 뉴스에서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게 내 일이 될 것 같아 모든 불안의 씨앗을 풍선처럼 부풀려 스스로를 괴롭힌다.

내 존재의 근원, 삶의 뿌리에 원망감을 키우다보면 그 존재를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다는 마음까지 든다.

그렇다보면 숨을 쉬며 살아있는 나의 생이 수치스러워진다.

나의 생에 온오프 버튼이 있다면 잠시 오프 버튼을 누르고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순간을 지낸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다시 생에 익숙해진다.

이 순환의 고리가 상담치료를 통해 점점 흐릿해지지만 여전히 나는 그 순환 안에 맴돌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쓰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