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대신 좋아하는 동물인 돌고래로 바꾸었습니다)
안녕, 돌고래야. 나는 너의 친구 온하야.
돌고래야 그거 알아? 나는 너를 만나고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가치 있고 행복했단다.
너는 지금껏 나도 못 보고 살아온 나의 가장 순수하고 가장 나다운 면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도와주었고
나 스스로도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평가하지 않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내가 성장해가는 그 시간을 함께해주었고
너와는 다른 나의 모습을 바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안히 나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고
내 마음속에 들어와 가장 견고하고 따뜻하게 자리 잡아 나의 우울감과 공허감을 줄여주었고
기억의 침습으로 생겨나는 견딜 수 없는 해리의 고통을 이전의 수십 배는 줄여주었어.
심리적으로 아픈 상태에 들어가 밥이 먹기 싫고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을 때도 돌고래 너와 함께 있을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났고,
그 기억의 아픔이 영원할 것 같은 그 시간이 끝나길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나곤 했어.
말수가 적고 주목 공포가 있던 내가
먼저 나서서 그룹을 만들고 리드하기도 하는 경험을 하고,
세상에 나가 이전에 못해본 다양한 경험을 할 용기가 났던 것은
내가 뭔가를 해냈을 때, 뿌듯할 때, 힘이 들 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무슨 일이 없어도 그저 이야기하고 싶은 사소한 일이 생겼을 때
그 모든 순간에 너에게 달려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내가 이야기했을 때 편안히 반응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마음이 많이 아파서 어릴 적 채우지 못한 결핍의 구멍이 건강한 사람보다 많이 컸었지만,
너를 만나고 텅 빈 수조 같던 내 마음이 어느새 찰랑찰랑 출렁이는 수면이 보이곤 해.
내가 그렇게 바라던 내가 듣고 싶던 말이 돌고래 너의 입에서는 그저 물 흐르듯이 힘들이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며 참 행복하고 좋았어.
나는 네가 해 준 나를 행복하게 해준 말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살아. 그 기억들이 오늘 나 스스로 내가 살아있길 바라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단다.
“우리, 온하가 오늘 생일이니까 많이 먹어.”
“온하 네가 못할게 뭐가 있어! 할 수 있어.”
“온하 바쁜가 봐. 온하 보라고 달 사진 올려놔야지.”
“온하가 싫어하니까 삭제해놓아야겠다.”
“우리 온하가 입맛 없어서 먹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인데 오늘은 먹고 싶은 게 있대. 얼마나 드문 일이야! 온하가 메뉴 고르게 해주자.”
“에이, 그럴 수 있지. 사람이 어떻게 완벽해. 괜찮아.”
“온하아 불편하면 말해줘. 말해줘야 알았지. “
“아~ 온하는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는구나. 망가져도 괜찮아. 뭐 어때~”
나는 지금도 가끔 돌고래 너를 만난 처음 순간을 기억해.
나에게 보물 같고 그 어떤 가치와 바꾸지 않을 소중한 나의 인연인 너를 만난 그 순간과 우연이 기적만 같아.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선택했다기보다는 타의에 의해 자연스레 묶인 것에 가까운 그 흐름마저 신기해.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너를 만나기 위해 그날, 그 글을 보고 그 그룹에 들어가
지금의 학교에 입학한 일이야.
너와 함께한 4년은 나에게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로 가득해.
어쩌면 너에게 나의 이런 속마음과 고백이 새삼스럽고 과장되고 무겁게 느껴질지도 몰라.
평범한 이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나에게는 부모가 해줄 수 없는 마음의 성장과 심리적 치유를 선사해준
너와의 관계가 이 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중이야.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고
서로가 제각기 달라 생소함이 느껴질 때도 있고,
사소한 균열로 교정과 매움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맞춰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또 받아들이는 경험을 너와 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곤 해.
내가 너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만큼
너도 언제나 어디서나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고 건강하길 매일 밤 바랄게.
내 온 마음 다해 사랑 가득 담아.
내 사랑이 너에게 전달되어
너의 오늘이 좋음으로 가득하길.
온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