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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Dec 03. 2016

마이클 체도 소중하다

진짜 중요한 것을 말하는 용기

넷플릭스에서 세 번째로 본 스탠드업 코미디. 요즘 한창 뜨는 코미디언 마이클 체의 뉴욕 공연이다.


코미디언 마이클 체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이하 SNL)>이나 최근 미국 대선을 풍자하는 코미디를 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시즌부터 콜린 조스트와 함께 <SNL>의 간판코너 "위켄드 업데이트"의 공동 앵커를 맡고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위켄드 업데이트"의 진행을 맡게 된 것은 SNL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첫 시즌이 다소 삐걱거렸고, 콜린과 마이클이 코미디언으로서 가진 강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하다.

내가 아는 마이클 체는 <SNL>의 앵커, 또는 미국 대선이 한창일 때 진행한 스페셜 프로그램, 아니면 토크쇼 등에 출연한 걸 본 게 전부였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주전공이라는 걸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던 것. 처음으로 마이클 체가 마이클 체답게 웃기는 모습은 어떨까 기대하며 보기 시작했다.

 


역시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공연은 겨우 1시간인데 다룬 주제들은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낙태, 종교, 성차별, 젠트리피케이션, 도널드 트럼프, 성희롱, 야동까지. 주제와 주제 사이가 굉장히 스무스하게 넘어가는데 모든 포인트에서 깔깔거리면서 웃고는 나중에는 그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다.

주제는 광범위하지만 이를 접근하는 방식은 한 가지다.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만한 멘트를 던지고, 이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으며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소리 높여 외치기보다는 자신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의견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마이클 체는 자신도 언제나 배우고 있고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이 이전에 했던 동성애 혐오 발언, 성소수자 차별 발언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그 뒤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물론 "게이가 싫다"라는 이전 발언에 대해서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들으며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려고 하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 자녀가 남자든 여자든 다른 남자랑 자는 건 싫다."라는 말은 솔직히 웃겼다. (게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경우는 배제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도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박수를, 옳은 것이 아니라면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을 통해 변화하려고 하는 태도를 드러낸다. 그래서 그가 공연 중간에 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사람은 누구나 고쳐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동성애 혐오증도 아니고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지만
잘못된 생각을 가졌을 수 있어요.
그걸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면 무슨 수로 바로잡죠?
솔직하게 말할 수 없다면 자신의 잘못된 점을 고칠 수 없잖아요?



흑인 남자로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라는 말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보탠다. 말을 가지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왜 사회는 약자들에게 모든 걸 잊고 넘어가라고 하는지에 대해, 미국 어디서든 차별받고 경계의 대상이 되는 흑인 남성으로서 통렬하게 비판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에 저런 말들과 행동들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 웃긴 했지만 마음은 좀 무거웠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이 스페셜이 올해 8월에 녹화되었으며, 도널드 트럼프의 성희롱 건이 수면에 올라오기 전이었다는 것을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감은 절대 아니지만" "그냥 웃긴 남자"라고 생각했던 마이클 체도 이 사건 이후 그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그래도 마이클 체가 이 시기에 가진 트럼프에 대한 인상은 수긍할 만했다. 진짜 웃긴 놈이라서 같이 놀면 재미있기는 한데 그렇게 친해지고 싶지는 않은 친구. 미국인들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 투표는 왜 그렇게 한 거죠 ㅠㅠ


마이클 체의 첫 라이브 코미디 스페셜 무대.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이 남아있는 코미디언의 자기반성과 사회비판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던 공연이었다. 무엇이 옳은지 알고 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 덕분에, 앞으로 <SNL>이나 다른 곳에서도 그가 한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들을 것 같다.


http://www.netflix.com/title/80049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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