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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Dec 11. 2016

만돌린 천재들의 그래미 맞대결

시에라 헐 & 사라 자로즈

내년에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그래미 어워드! 올해는 특히 비욘세와 아델이 처음으로 정면 대결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비욘세 앨범은 아예 듣지도 않은 난 두 사람의 대결이 어찌 되든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가 같은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대결을 하게 된 것을 확인한 순간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글에서는 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리지만 정말 존경하고 싶은 두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음악 천재"라는 꼬리표가 주는 부담감을 극복하고 지금의 큰 성과를 이룬 두 사람, 시에라 헐 & 사라 자로즈다.



10여 년 전, 미국 블루그래스/포크 음악계에 91년 동갑내기 천재소녀 두 명이 등장했다. 두 소녀 모두 만돌린을 연주하며, 직접 곡을 쓰고 공연을 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팝, 락, 랩, 힙합 등 더 화려한 장르를 추구할 때, 이 두 소녀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과 같은 무대에서 만돌린을 연주하며 노래했고,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에 자신들의 감성을 어떻게 불어넣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결실이 올해 빛을 발했다.




시에라 헐(Sierra Hull)은 15년 전인 2001년, 만돌린 연주로 지역 콘테스트에 나가면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다. 8살 때부터 연주를 시작했고, 11살 때부터 페스티벌 무대에 설 만큼 시에라의 성장 속도는 무서웠고, 이를 알아본 그녀의 부모님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녀를 무대에 올렸다. 곧 미국 인디 레코드 레이블 라운더스의 간부가 시에라의 재능을 알아봤고, 그녀는 라운더스 레코드 소속 아티스트이자 블루그래스 장르의 톱스타인 앨리슨 크라우스와 만난다. 앨리슨 또한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천재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블루그래스라는 음악 자체를 대변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경험이 있어서, 2002년 당시 12살이었던 소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앨리슨 크라우스의 멘토링, 앨리슨과 함께 음악을 하는 다른 블루그래스 아티스트들의 아낌없는 지원 덕에 16살에 처음 앨범을 발매한 그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보컬이 아쉽긴 하지만 앨범의 곡 하나하나는 정성스럽게 연주되고 프로듀싱 되었다. 이후 버클리 음악대학에 입학한 시에라. 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은 만돌린 연주자가 된 그녀는 재학 중 앨범을 하나 더 발매하고 학업과 공연을 병행해 나갔다.

2011년 졸업 이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던 그녀는, 막상 새 앨범 작업에는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이미 한 차례 제작을 완료한 앨범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엎어버린 상황에서, 시에라는 천재 밴조 연주자 벨라 플렉을 만난다. 뛰어난 밴조 연주자이자 혁신적인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이자 프로듀서로 유명했던 그는, 앨범 프로듀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시에라에게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해답을 제시한다. 최대한 간결하게. 목소리와, 만돌린과, 베이스만 함께 하는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래들. 그 어려운 과제를 함께 풀어나간 그들은 2016년 1월 <Weighted Mind>를 내놓는다.

이 앨범에서 20대 초중반의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는 어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어린아이도 아니고, 배울 것이 많긴 하지만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아주 조금은 배웠다고. 그 나이에 부릴 만한 허세 없이, 담담하게, 지금보다 앞으로를 더 고민하는 20대 청년의 마음을 담은 노래로 채워져 있다. 그녀의 앨범은 올해 그래미 어워드 포크 앨범 부문에 올랐다.

 

 



사라 자로즈(Sarah Jarosz)는 10살 때부터 만돌린을 배웠고 이후 기타, 클로우해머 밴조, 옥타브 만돌린 등 아메리카나/포크 음악에 사용되는 다양한 악기를 배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그녀는 포크/아메리카나 음악 전문 레이블로 유명한 슈거 힐 레코드와 계약하고 첫 앨범 <Songs In My Head>를 발매한다. 앨리슨 크라우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한 프로듀서 게리 패조사가 프로듀서를 맡았고, 크리스 디리, 스튜어트 던컨, 제리 더글러스 등 유명 연주자들이 그녀의 앨범에 연주를 보탰다. 그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그래미 어워드에 후보 지명을 받은 그녀는 일약 차세대 만돌린 주자로 주목받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음악교육 기관인 뉴잉글랜드 음악학교에 진학한다. 클래식 음악가들을 주로 배출한 뉴잉글랜드 음악학교에 만돌린 연주자가 입학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현대 즉흥음악을 전공하였으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전통음악을 함께 배웠다고 한다. 2013년 대학 졸업 전에 이미 두 장의 앨범을 더 발매한 그녀는 블루그래스에 현대적인 감성을 불어넣은 아티스트로 주목받았고, 앨범을 낼 때마다 그래미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올해 6월 발매한 앨범 <Undercurrent>는 사라 자로즈와 게리 패조사가 공동으로 프로듀싱했으며, 자로즈는 앨범의 모든 곡을 혼자 쓰거나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썼다. 특히 최근 실력 있는 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파커 밀샙, 크룩트 스틸의 메인보컬이자 성공적인 포크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이피 오도너번 등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 작업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에라 헐보다 좀 더 컨템퍼러리하다는 평가를 듣는 사라 자로즈, 그녀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블루그래스와 포크, 락과 팝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실험적인 음악으로 변모하고 있다. <Undercurrent>는 올해 그래미 어워드 포크 앨범 부문, 앨범 수록곡 'House of Mercy'는 아메리칸 루트 음악 공연 부문의 후보 지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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