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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비헤이비어

밑바닥 인생들이 펼치는 2010년대 버전 보니 앤 클라이드

by 겨울달

TNT 신작 <굿 비헤이비어>. 밑바닥 인생을 사는 레티라는 여성이 우연히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까지가 1편 공개 전까지 돌아다닌 드라마의 개략적인 내용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소개는 드라마의 1편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나름대로 펼쳐본 상상은 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놀랍거나 예상을 뛰어넘는다거나 하는 칭찬의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무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호텔에서 도둑질한 레티. 하지만 도중에 손님이 들어오자 그녀는 재빨리 벽장으로 숨는다. 그리고 호텔 방에 들어온 두 남자.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레티, 그리고 한 남자는 청부살인업자고, 다른 한 사람은 그에게 부인의 살인을 의뢰하러 온 남편임을 깨닫는다. 레티는 그동안 나쁜 일들만 하고 살았고, 설사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항상 나쁜 결과만 손에 쥐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기로, 그 억울한 여성을 살리기로 한다. 일단 그 여자의 정체나 어디에 사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 청부살인업자에게 접근한다. 사기와 거짓말이 일상인 레티에게, 무서운 살인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힘든 것은 아니었다.

레티는 청부살인업자, 그 남자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후, 그의 물건을 뒤져서 불쌍한 여자, 다프네의 정보를 얻어낸다. 남편이 나가고 청부살인업자가 오지 않은 틈을 타 레티는 다프네를 구하려 한다. 전날 새벽까지 함께 침대에서 뒹굴었던 남자를 장총으로 위협하는 레티. 경찰을 부른 다프네는 경찰이 오기 전 레티에게 먼저 도망갈 기회를 준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날 것 같았다. 살인마는 경찰에 붙잡히고, 레티는 그의 돈을 챙기고. 하지만 자신이 제대로 판단했는지 확신하지 못한 레티는 그 돈으로 술과 약을 다시 한다. 그리고 약과 술에 만취한 그녀 앞에, 청부살인업자 하비에르가 다시 나타나 말한다. "미안하지만, 레티, 날 위해서 일해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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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남의 가정사에 얽혀드는 게 아니라 사기꾼과 청부살인업자가 벌이는 사기와 살인 이야기인 것이다. 약쟁이 사기꾼 레티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하지만 그 노력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에 절망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거짓말로 꾸밀 때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반해버릴 정도로 매력적이고, 술술 나오는 거짓말이 무조건 진실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그녀의 매력이 유일하게 먹히지 않는 사람이 바로 하비에르다. 그리고 하비에르는 그녀가 제대로 된 삶을 살도록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우려 한다.

이 드라마는 크리에이터인 채드 호지스의 표현을 빌자면 "보니와 클라이드 이야기를 주로 보니의 관점에서 본 것"이다. 레티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레티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있지만, 결국 밑바닥 인생을 전전한 두 인생이 함께 펼치는 범죄드라마다. 하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짠하다.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을 정도로 막장 인생을 사는 두 사람이, 그래도 잘살아 볼 거라고 아등바등 발버둥 치는 모습이, 동정심마저 들게 한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경멸과 동정이라는 양면적 감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에 정을 붙이면 무섭게 빠져드는 취향인데, 아직은 계속 볼까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드라마 또한 치명적 이려다가 말고, 거칠 것 같다가도 아니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집어넣긴 했는데 하나로 융합되는 느낌은 아직 없다. 주인공들이 연기를 참 잘하네, 남자배우가 참 잘생겼네('-') 정도 외에는…. 다만 한편 두 편 보다 보니 점점 레티의 인생에 '동정심'이 생기고, 레티의 삶이 조금만 더 편해지길, 원하는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삶을 살 수 있기 바라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렇게 될지 지켜보기 위해서 이 드라마를 계속 볼 것인가…. Maybe. 한 번씩 몰아서 보지 않게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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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건 아직도 안 믿긴다. 크로울리가 메리 아가씨는 어디 가고 미친 약쟁이가 오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미쉘 도커리에게도 이 캐릭터는 그동안 자신이 해온 많은 것을 깨는 신선한 도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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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디에서 오셨는지 몰랐으나 너무나 잘생긴 이분! 하비에르 역의 후안 디에고 보토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자란 배우로, 1999년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Sobreviviré (I Will Survive)>의 주연을 맡으며 스페인에서 명성을 얻게 됐다고 한다. 주로 스페인과 유럽에서 배우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작되는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2006년 영화 <보더타운> 이후 처음이라고. 진짜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잘생긴 배우를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말 좋긴 하더라. 미쉘 도커리와의 관능적인 커플 연기도 정말 좋음. 이 얼굴을 믿고 시작해도 나쁘지 않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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