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저도 아니라서, 내게는 좀 아쉬웠던
토요일 연속으로 영화보기! 첫번째는 빵오빠와 마리옹언니가 주연을 맡은, 첩보영화 <얼라이드>.
1942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캐나다 출신의 영국 정보국 장교 맥스 바탄과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는 독일 나치 정권의 주요 인사를 살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임무를 마친 후 결혼하고, 딸을 낳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날, 비밀작전본부에 불려간 맥스는, 아내 마리안이 독일 간첩이라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72시간 동안 그녀를 시험할 작전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은 맥스. 그는 아내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비밀스러운 마리안의 행동 때문에 그의 의심은 쉽게 거둬지지 않는다.
미모로는 아직도 1등인 브래드 피트, 우아하고 아름다운 마리옹 꼬띠아르. 두 사람이 부부로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기대되는 작품이다. 물론, 현지 반응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였고, 거기다가 '브란젤리나'의 이혼 스캔들의 불똥이 튀어서 기대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하였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이번 주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것은 비주얼이다. 두 배우의 미모도 열일하지만, 미술과 의상이 압도적이다. 2차 세계대전 배경 영화 중 미술, 의상이 세련되고 예쁜 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특히 두 사람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모로코 장면은 그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맥스 바탄이 떨어진 사막의 황금빛 모래, 파티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그들이 묶는 아파트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카사블랑카의 시내…. 로케이션도 미술도 전부 '돈! 돈! 돈!'을 외치면서 아름다움을 뽐내더라. 영국에서의 생활 공간도 공들인 티가 났지만, 역시 화려하고 이국적인 게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비주얼적으로 세련된 것에 비해서 연출 자체는 옛날 냄새가 강하게 난다. 스타일 자체가 화려함보다는, 이야기 자체를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영화가 쉽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정교하거나 요즘 느낌의 세련됨은 없다. 익숙해서 좋지만, 새롭지 않아서 아쉬웠다. 특히 영화가 혼란한 감정을 캐치해내는 드라마라고 보기에도, 스파이가 주인공이고 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첩보물이라고 보기에도 어정쩡한 선을 타고 가는 게 아쉬웠다. 둘 다 잘하면 좋은데,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셔닝 때문에 영화 자체가 밋밋했다.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도 김이 빠지고, 진실도 어느 순간부터는 궁금하지 않았다.
사실 진실이 궁금하지 않았던 건 맥스의 태도 때문이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결백함을 밝히기 위함이라지만 그가 한 선택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괴로워하거나, 죽을 위험에 처하거나, 죽기까지 한 것을 보고 있으니 짜증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무고한 희생, 게다가 부하 군인까지 죽게 만들어가면서 진실에 미친 듯이 매달리는 것을 보니 열이 오르는데, 진실을 쥐고 있는 단서와 이걸 푸는 방식이 그만큼 극적이지 않아서 짜증이 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겐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