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없이 보기 딱좋은
설연휴에 공조를 봤다. 후기는 이제서야 쓴다.
보는 동안 많이 웃었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가장 난감한 영화였다. 생각없이 볼 수 있지만, 그래서 리뷰를 쓰려고 하면 쓸 수 없는 영화. "현빈 잘생겼다" 라는 말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는 영화.
1월 18일 개봉해서 <더 킹>과 함께 극장가를 점령하며 열심히 쌍끌이 중이었다가, 개봉 일주일만에 <더 킹>을 앞서나가며, 무서운 역주행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더 킹>이 5백만을 넘기려는 시점에 이미 6백만을 돌파했다. 역시 설 연휴가 크리티컬한 시점이었다. <공조>는 딱 명절용 영화였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면서 느낄 만한 불편함 없이, 하하호호 웃고 그저 잊어버릴 만한 영화였다.
그래서 이 영화의 리뷰는 언제나 "현빈은 기가 막히게 잘생겼다." 라는 말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얼굴만 열일하는 게 아니다. 이 구멍 숭숭, 너무나 뻔한 이야기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건 현빈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다. 액션도 그렇거니와, 이 웃긴 상황에서 진지하고 심각한 연기를 해야 한다. 림철령은 거의 모든 순간 진지했는데, 그래서인지 철령이 가끔 얼빠진 표정을 짓는 게 웃기더라. 반면 유해진은 딱 유해진이다. 유해진이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생계형 형사 진태, 무능과 유능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코믹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있는 가장의 모습은 진지했다. 딱 그만큼만 보여주고, 더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개별로는 나쁘지 않은데 현빈과 유해진이 콤비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다른 건 다 멋진데 정작 이 둘의 케미가 없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현빈도 그렇거니와 가장 멋진 사람은, 악역 차기성 역을 맡은 구탱이형 김주혁이다. 영화에서 현빈만큼 액션을 소화하고, 현빈도 안 한 상체 탈의를 해야했던 김주혁. 사람좋은 구탱이형은 어디가고 매력적인 악역으로 나타났다. 베테랑 연기자답게 악역 해석도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 이동휘, 이이경 등 다른 감초 연기자들도 제몫을 해냈다. 진태의 가족으로 등장한 장영남, 임윤아 등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는 것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 영화에 많은 걸 바라는 내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비현실적이고, 이야기가 뻔하고 단순하며, 주인공은 남자들 뿐이고, 여자는 그저 주인공의 백그라운드이며, 재미있게 2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어떤 목적도 없고,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 따위 던져주지 않는다. 2시간의 현실도피? 그래서 인기가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그 배우 참 잘생겼네." 감탄하는 것만으로 2시간이 날아가는 건 확실하니까, 그걸로 일단 평점 반점 추가. 극장에 가신 지 오래된 어머니랑 함께 봤는데, 어머니도 가벼운 마음으로 보셨다고 해서 안심했다. 효녀포인트 따게 해준 공로로 다시 반 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