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내게 딱 맞는 스릴러 영화

by 겨울달

나는 스릴러나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 누군가가 내 심장을 손으로 쥐고 점점 힘을 주는 것처럼 압박하는 그 느낌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말 사랑하는 스릴러 영화가 몇 편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식스센스>. 이 정도 반전은 되어줘야 할 만하다는, 당신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교본! 물론 <식스 센스>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OOOO가 OOOO다!”라고 외쳤다더라 하는 소동은, 이젠 추억으로 남길 만한 이야기다.


185E72254C317371113157 M. 나이트 샤말란. 이미지: Daum 영화


<식스 센스>의 각본을 직접 쓰고 연출을 맡은 M. 나이트 샤말란. 하지만 스릴러 영화의 고전으로 남은 <식스 센스>와 달리 젊은 감독 샤말란의 부진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그 한 영화와 무조건 비교되며 혹평 아닌 혹평을 듣는 그는, 어느덧 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이 되었다. 물론 그사이에는 소소한 성적을 기록한 <싸인>, 모든 사람이 잊고 싶어 하는 <라스트 에어벤더> 같은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골수팬 말고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 샤말란 감독, 이제 정말 끝인가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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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23 아이덴티티(원제: Split)>으로 돌아왔다. 북미에서 대형 영화 개봉이 마무리된 1월에 개봉했지만,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면 ‘빈집털이’라는 말은 영화에 대한 모욕이다. 게다가 영화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모처럼 재미있게 본 M. 나이트 샤말란 영화라니! 그렇다면 스릴러는 쳐다보지도 않는 나 같은 사람도 ‘한 번 볼까?’ 싶은 생각이 당연히 들기 마련.


그래서 봤다!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하는데, 정말 재미있다!


a24e609239327310dc25f66fe8cb7f56b90d6b3a ‘23 아이덴티티’ 스틸컷.이미지: 다음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말 그대로 23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장애 환자, 케빈이 10대 소녀 세 명을 납치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금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소녀들은 계속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는데, 그러면서 자신들을 납치한 이 남자가 어떤 때는 남자가, 어떤 때는 여자가, 어떤 때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는 걸 깨닫는다. 납치된 소녀들은 남자의 다양한 인격과 마주치며 자신들을 납치한 것에 더 큰 비밀이 있음이 드러나게 된다.


35879bf4a734aff7fc1064fc4639f08508db72ec '23 아이덴티티' 스틸컷. 이미지: 다음 영화


인격이 무려 23개다. 2016년 초 방영된 한국 드라마 <킬미, 힐미>의 주인공 차도현은 저리 가라 할 정도. 그때 당시에도 7개의 인격을 찰떡같이 연기하는 지성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했는데, <23 아이덴티티>의 제임스 맥어보이는 한 차원 더 넘어선 연기를 선보인다. 물론 23개 인격 모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인격에서 말투도, 손짓도, 걸음걸이도, 심지어 근육의 크기마저(!) 달라지는 모습을 표현하긴 쉽지 않은데 말이다. 맥어보이야 언제나 믿고 보는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의 연기가 대폭발하는 순간이 많았다. 특히 감탄 한순간은 그의 인격 중 하나인 ‘패트리샤’의 등장. 자줏빛 터틀넥 셔츠에 긴 치마, 살짝 올라간 입꼬리와 침착한 말투. 다른 인격도, 심지어 맥어보이도 찾아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모습은 정말 무서우면서도, 이걸 정말 잘 표현해내는 맥어보이의 연기에 감탄하게 됐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다. 연출은 속도감 있고 각본의 짜임새도 알차다. 그렇다고 숨 막힐 정도로 촘촘하지 않고, 불친절한 내용도 많지 않다. 스릴러를 즐겨보는 관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깜짝 놀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 오히려 나 같은 스릴러 초심자도 즐길 만하고, 스릴러가 이런 장르인지 호기심을 가지게 할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는 역시나 M. 나이트 샤말란답게 반전을 제대로 장착하고 있기도 하다.


57cdfb838cda1f9683afe2e9249310140bc40b40 '23 아이덴티티' 스틸컷. 이미지: 다음 영화


영화가 보여주려 한 반전은, 놀랍게도 앞부분에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물론 스알못(스릴러를 알지 못하는 인간)인 나는 그 떡밥을 하나도 받아먹지 못한 채 뒤에 나오는 반전에 입을 떡 벌리고는 놀라기만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또 하나의 반전(!)을 장착하고 있으므로, 이건 무조건 끝까지 봐야 한다. 참고로 두 번째 반전 때문에 이 스알못은 그 주말 샤말란 감독의 다른 영화를 보며 무서움에 떨어야 했다…


첫 감상 이후로 한번 더 본다는 걸 바빠서 놓쳐버리고, 결국은 VOD 발매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목요일인 3월 23일, 드디어 VOD가! 벌크업된 근육까지 연기하는 맥어보이의 찰떡같은 캐릭터 연기, 23개의 인격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와 그 남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소녀들의 고군분투 탈출 시도! 그리고 여기에는 스포일러라 차마 말할 수 없는 반전과 숨겨진 사실들까지! VOD로 야무지게 2차 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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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원고는 소정의 원고료를 받았으나 철저히 필자 본인의 사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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