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하자 여러분
- 두 번 보고 쓴다. 사실 더 보고 싶은데 개봉관이 너무 없어서 못 볼지도 모르겠다.
- 스포 당연히 있음.
- 시리즈가 성공하는 건 흥행 성적에 달려있을지 몰라도 영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팬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달려 있다. 이번 스타워즈는 (감독이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팬들의 기억에 좋든 싫든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 <스타워즈> 시리즈가 스카이워커 가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스타워즈 세계관은 스카이워커만의 것은 아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이 세계를 지배해왔던 스카이워커 신화를 정리할 때가 됐고, <라스트 제다이>에서 감독은 그 안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영화로 선대 캐릭터 한 사람과 작별 인사를 했다. 어쩌다보니 다음에는 선대 인물들 모두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캐리 피셔의 명복을 빕니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재등장을 원한다. 이번 편에 요다가 나온 것처럼이라도 나왔으면...
- 레이, 핀, 포의 이야기가 따로따로 진행되지만 이을 합친 전체의 흐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각 스토리의 집중력도 거의 흐트러짐니 없었다. 이 영화는 매끄러운 이음새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한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 칸토바이트 씬이 필요없었다는 다수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핀과 로즈뿐 아니라 우리들 또한 그들이 치르는 전쟁의 위치를 똑똑히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전쟁에는 싸우는 쪽이 있고, 그것으로 배를 불리는 쪽이 있다. 그걸 모른 채로 전쟁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 저항군이 보낸 지원 요청보다 칸토바이트의 그 난리가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저항군이 우주에 지피고자 했던 희망의 불씨는 칸토바이트 마굿간지기 소년의 가슴 속에서 자라고 있다. 언젠가 소년이 그들에 합류할 날이 오겠지.
- 생각해 보니 <라스트 제다이>에선 어떤 작전도 성공한 게 없... 아니다, 마지막 대결은 그 목적을 충실히 이행했다. 다른 건 다 실패했다. 첫 장면에서 폭격기 날아가는 것부터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거 <로그 원> 2.0인가? 하지만 <로그 원>도 그 기원을 찾아가면 <제국의 역습>이 있다. 팬들 멘탈을 제대로 날려버리는 훌륭한 프랜차이즈세요.ㅎㅎㅎㅎㅎㅎ
-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레이의 러브라인은 카일로라고 굳게 믿고 있다. 9편에 운좋으면 둘이 살아서 사랑의 도피를 할 것 같다. 그러면 <스타워즈>는 망하겠지?
- 로라 던 진짜 멋지고, 베니시오 델 토로 진짜 섹시하다. 아담 드라이버는 외모 최대치를 이끌어내는 <스타워즈> 분장팀과 카메라팀에 감사해라. 오스카 아이작이야 잘생긴 거 말해 입아프지만... 인정하자. 신 트릴로지에서 최고 잘생긴 사람은 레이다. ㅇㅈ? ㅇㅇㅈ.

-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최고의 민폐캐릭터는 포 다메론이다. 동료들 죽게 해, 상관에게 명령불복종, 핀과 로즈가 비허가 작전 하게 해서 막판 공격 빌미 제공까지... 레아 장군과 홀도 제독에게 흠씬 두들겨맞아야 한다니까. 그런 캐릭터도 "얘가 원래 능력이 있어서요..."라고 쉴드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살아남았으니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겠지만, 포 다메론이란 캐릭터에는 적잖이 실망했다.
-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해낸 로즈는 민폐 캐릭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가 다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키스? 그게 뭐 어때서요? 그런 순간에서 키스하는 건 다른 영화에서 꽤 많이 나왔던 장면이잖아. <스타워즈>도 결국 영화 아닌가요?
- 다시 이야기가 돌아오는데, <스타워즈>가 지금의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른 건 흥행 성적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마치 숨쉬듯 소비하고 해석하고 신격화한 팬들의 대화 덕분이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이고 엔터테인먼트이며, 다양한 해석과 소비가 가능하다. 스타워즈 팬덤에서 한발짝 떨어진 내 입장에서는 "나의 <스타워즈>는 이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성스러운 말에만 매달리는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 똑같은 디즈니 영화고, 똑같은 SF 액션 블록버스터인데, 한국에서 마블 영화가 '그렇게나' 흥하는데 <스타워즈>는 왜 안 되는 걸까 다들 한 번씩 궁금해봤을 것이다. 나도 많이 고민했지만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스타워즈>가 처음 나왔던 그 시기의 한국 영화 소비 지형과 <아이언맨>이 나왔을 때의 소비 지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시각부터 달랐음은 확실하다. 마블 영화는 동시대의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그 담론을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굉장히 크다. 코믹스가 어쩌고 원작이 저쩌고 해도 케빈 파이기가 그러했듯 영화는 영화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팬들은 담론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고, 우리의 이론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음을 꾸준히 목격하고 있다. <스타워즈> 또한 그러할까? 아직은 거대한 팬 담론의 파워를 직접 느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 J.J. 에이브럼스가 9편 연출을 맡는다. 제발, 라이언 존슨이 구축해 놓은 세계를 한 순간에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5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