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BPM

찬란한 슬픔

by 겨울달

국어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한 덕분에, '찬란한 슬픔'이 역설법이라는 건 안다.
(정확히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다.)

그 표현이 정말 딱 들어맞는 영화를 만났다.


1980년대 후반, 에이즈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행동단체 '액트 업' 파리 지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편견을 조장하는 정부와 사람보다 이윤을 중요시하는 제약기업에 대항해 자신들에게 살 기회를 주고, 더 이상 잘못된 정보로 죽어가는 이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설명으로는 이들의 하는 일이 꽤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면 그 편견이 여지없이 깨진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기에 삶의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한다. 어두운 영화관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는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그들은 너무나 밝고 힘차다. 그래서 이들의 싸움은 더욱 슬프고 눈물난다.


영화는 이들 중 특별히 '나톤'과 '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액트 업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며 특별한 사이가 된다. 이미 HIV 양성 반응이 있는 션은 에이즈 확진을 받고, 각고의 노력과 나톤의 간호에도 불구하고 결국 죽어간다. 션은 결국 고통이 자신을 더욱 덮치기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액트 업 멤버들은 션의 죽음을 기리며 더욱 가열찬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언제나처럼 비트에 몸을 맡기면서.


훗날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하는 일렉트로닉 댄스의 비트와

리드미컬하고 빠른 프랑스어가 통통 튀어다니는 논쟁과

그 사이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답게 죽어가는 션의 큰 눈이 생각날 것 같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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