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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May 28. 2018

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들러리다

어제 넷플릭스 뒤적거리다 본 하이틴 로코. 예쁘기로 소문 난 친구들의 일명 '들러리'가 된 주인공 비앙카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옆집 친구 웨슬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당연히 웨슬리는 잘생기고 몸도 좋은 학교 인기남이자 풋볼팀 에이스.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아 너무 뻔해 ㅎㅎ

이 로코가 다른 영화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피그말리온' 스토리를 차용하는 것 같다가도 아니라는 거다. 그 남자가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여자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는 거. 영화에선 물론 웨슬리가 비앙카의 첫 데이트를 위해 미니 블랙드레스를 사주긴 하지만 거기까지다. 오히려 둘의 옷가게 소동 때문에 여주는 전교생 입에 오르내리는 미친 유명인사가 되어 버렸고, 웨슬리와 만났다 헤어졌다는 반복하는 '여왕벌' 매디슨에게 찍혀서 학교 생활만 고달파질 뿐이었다.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는 비앙카의 시도는 웃음거리가 되고 오히려 더 큰 상처로 남는다.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기로 결심하자, 비앙카는 다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우등생으로 돌아가고 친구들과 다시 우정을 쌓는다. 결국 비앙카와 웨슬리가 커플이 되는 순간을 위해 도와준 사람들은 친구인 케이시와 제스였다. 그리고 웨슬리는 껍질만 화려한 매디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꺼내게 하는 비앙카를 선택한다.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모두를 시녀 아니면 루저로 만들었던 매디슨은 자신이 원하는 해피엔딩을 얻지 못했다.

결말은 흐지부지되고 꽤 뻔하긴 하지만, 예쁘지 않은 여주가 어떤 노력을 해도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신선했다. 비앙카의 소동은 결국 누군가의 레이블이 아닌 자기 자신에 바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자는 메시지를 더 돋보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체크 자켓으로 만든 프롬 미니 드레스는 누군가에겐 예쁘지 않아도 비앙카에겐 가장 어울리는 드레스다. 그리고 결국 이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을 얻은 사람은 비앙카니까.

메이 휘트먼은 아역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거의) 단독 주연인 이 영화도 잘 이끌어나간다. 메이 휘트먼이 로코를 하는 게 잘 상상되지 않았지만, 딱 자신의 연기력과 캐릭터만큼 잘 해낸다. 웨슬리 역의 로비 아멜은 언제나 그렇듯 잘생겼고, 매디슨 역의 벨라 손은 딱 '여왕벌'에 최적화된 배우인 만큼 등장할 때마다 재수가 없다. 앨리슨 재니, 켄 정 같은 든든한 배우들의 출연도 반갑다.

도입부터 결말까지 뻔하지만 시간 때우기엔 참 좋은 로맨틱 코미디를 찾는 분들께 추천한다.

P.S. 이 영화 태그라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들러리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 인생의 조연이며, 그들 또한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의 조연이다.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9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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