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주차 영화감상 기록
(최초 작성: 2019.5.13)
10대 마약중독자와 그의 어머니, 가족들이 겪는 24시간을 통해 마약이 미국 사회, 특히 중산층 가정에 소리없이 파고든 상황을 그린다. 요새 우리나라도 마약 청정국은 아니라고 해서 걱정은 되지만, 극중 벤처럼 우리가 믿어야 하는 의료진의 과도한 처방에서 중독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그 점이 정말 큰 충격이었다.
마약의 실태나 치료의 어려움 같은 건 다큐멘터리에서 더 잘 그린다. (넷플릭스 <히로인 vs 헤로인>, <리커버리 보이스>를 보면 정말 끔찍하단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극영화는 이제까진 마약 중독을 다소 ‘미화’해 왔으나(이 표현 정말 싫은데 가장 알맞은 말이다) <벤 이즈 백>은 있는 그대로의 수준으로 옮기려 한다. 당사자들의 감정을 세밀히 그려내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는 극영화의 기능에 충실하다. 그 중심엔 줄리아 로버츠와 루카스 헷지스가 있다. 둘 다 연기 너무 잘해

사실 티모시 샬라메 & 스티브 카렐의 <뷰티풀 보이>가 먼저 개봉할 거라 생각했다. <벤 이즈 백>을 보고 나니 그 영화도 정말 기대된다.
“영화를 깔 거면 보고 까자.”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자전차왕 엄복동>과 <걸캅스> 두 편 다 깔 권리를 얻었다.
장담하지만, <걸캅스>를 <엄복동>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영화에 대한 실례다. <엄복동>은 기획, 연출, 배우 연기, 홍보 전략 등등 영화를 만들고 파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게 있을까 싶을 만큼 갸우뚱한 수준이다. <걸캅스>는 제대로 된 영화다. 그것도 사건과 캐릭터와 유머 코드와 목적 모두가 일관된, 제대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웃기긴 웃기다. 한국 코미디 영화를 안 좋아하는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 좋아할 만한 웃음 코드로 무장했다.
영화를 까려면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버디코미디 스타일을 까야지. 개인적으로 <탐정>도 재미없었고, 거슬러 올라가서 <투캅스>도 저어어어엉말 재미없게 본 사람으로서 한국 버디 코미디는 내 게 아니다 싶다. 그나마 찰지게 욕하던 최수영이 가장 인상깊다. 현실에서 이렇게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이며, 현실에서 영감을 얻되 표현 방식은 과할 수 있다. 게다가 너무 귀여운 걸. 소녀시대 땐 그저 그랬던 수영이 본격적으로 연길 하니까 팬심이 생기려 한다.
이 영화가 “판타지”라는 사람들이 있다. “여자가 범인을 잡아요?” X나 어쩌라고. 여자는 경찰 안 하냐? 여자도 일 한다. 여자도 범인 잡고 팀으로 일한다. 유능하고 열정 가득하고 노련하다. 대체 여자를 뭘로 보는 거야? 우리가 박제냐?
영화가 그리는 디지털성범죄 소재가 “젠더 갈등”을 야기하며, 일부의 죄로 남자를 죄인으로 몰고 가며,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하는 걸 무능하게 그린다고 비판한다. (한숨)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면 이런 소린 안 하겠지. 영화는 디지털성범죄, 불법촬영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시작한다. 타인의 은밀한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 배포하는 행위가 언제부터 합법적이라는 건가. <걸캅스>는 남자를 잡는 여자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자를 잡는 경찰 이야기다. 일부의 죄로 남자를 죄인으로 모는 걸 원하지 않으면 불법촬영물 안 보고 안 공유하고 누가 그러면 신고하면 되는 일이다. 준법시민 될 일 있냐 비아냥거리겠지. 우리 사회에선 준법시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걸캅스> 속 남성 경찰들은 무능하지 않다. 단지 여성들의 피해와 자존에 관심이 없을 뿐이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으며,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없는 사건”이라 치부하며 “있어 보이는 것들”에 매달린다. 그러니 무능하진 않다. 단지 무지하고, 무관심하며, 차별주의자이며, 정의보다 성과에 급급해 직업윤리를 잊었을 뿐이다. 애석하게도 이게 여성이 느끼는 현실이다. 그러면 또 아니라고 하겠지. 과대 해석이고 왜곡이라고. 그렇게 또 피해자의 목소리를 누를 것이다. 그 시간에 제발 불법촬영물 유통 금지시키고 사이트 운영자 잡아서 족쳤으면.
길어서 한줄요약. 걸복동 아닙니다. 대중적인 범죄 코미디 & 버디 코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