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6-7월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최초작성 2025.06.29)
로맨스 고장극 | 류학의, 맹자의, 고한, 류링즈, 변정, 범정문 등 | 36부작 | Wetv
북원의 공주 강도화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계모의 협박에 굴복해 기나라의 화친 공주가 된다. 하지만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음모에 휘말려 기나라의 '간신 좌상' 심재야와 한 침대에 있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만다. 기나라 조정은 강도화를 북원으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강도화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기나라에 남아야 한다. 강도화는 심재야의 첩이 되어도 상관없으니 혼인하겠다고 하고, 심재야는 얼떨결에 강도화를 첩으로 삼는다. 음흉하고 냉혹한 심재야와 영리하고 교활한 강도화. 상대의 속내를 알 수 없기에 서로를 혐오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오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는다. 이들 '부부'는 기나라의 후계 쟁탈전 속에서 나라를 좀먹는 비리와 음모를 분쇄하는 데 힘을 합치고, 그 가운데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보며 서서히 마음을 연다.
냉혹한 권신과 영리한 공주가 혐관을 곁들인 선결혼후연애와 치열한 정치싸움까지 보여주는 신작 고장 로맨스. 백로성쌍의 소설 [도화절강산]을 원작으로 하며, 데뷔작 <미자무강> 이후 탄탄한 필모를 쌓아가는 이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내게는 '믿보' 배우가 된 류학의와 <구중자>로 대표작 있는 배우가 된 맹자의가 각각 기나라의 좌상 심재야와 북원 공주 강도화를 연기한다. 남녀 주인공이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면서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니. 이런 암투물은 요즘 중드에서 흔치 않은 데다가, 이걸 얼굴도 연기도 다 잘 하는 배우들이 이끄는데 안 볼 수가 없다.
사실 처음엔 크게 끌리진 않았다. 특히 음모에 빠진 도화가 결국 재야의 첩이 되어 심부로 들어간다고 하는 부분에서 "아, 택투(가택암투물)인가..." 하며 접을 뻔했다. 중드 고장극에서 남편의 사랑을 마치 '쟁취물'처럼 그리면서 처첩들이 갈등하게 만드는 택투물은 영원히 적응이 안 된다. 그러나 <도화영강산>은 2025년 드라마다. 중국에서도 이렇게 그리면 학을 떼면서 싫어한다. 당연히 택투 스토리 아니고요 ㅋㅋ
심가 저택은 매일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다. 재야의 처와 첩은 갑자기 나타나 실권을 잡은 젊은 좌상을 견제하기 위한 각 세도가의 "스파이"이자 "인질"이다. (그러니 당연히 제대로 된 혼인 관계는 하나도 없다.) 기나라의 권력 싸움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이곳에 북원 공주의 등장은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린다. 게다가 공주는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똑똑하며(포토그래픽 메모리!),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심재야의 힘과 지략을 이용하기도, 구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심재야가 "처음으로 맞수를 만난 느낌"이라고 했을까.
배우들이 연기를 살벌하게 한다. 류학의도 맹자의도 원래 연기를 잘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자신들의 자원 - 감정이 담긴 큰 눈과 뚜렷한 이목구비 - 를 제대로 살려서 팽팽 돌아가는 두뇌와 서서히 변하는 감정을 미세한 표정 변화로 잘 담아낸다. 이군 감독의 연출도 이를 제대로 살린다. 살벌한 클로즈업을 정말 많이 쓰는데, 표정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엄청나다(려호길길 감독의 클로즈업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본격 정치 사극만큼 묵직하진 않지만, 관계의 긴장감은 잘 담아내고 있다.
조연들의 캐릭터도 뚜렷하다. 초반부는 심재야의 본처 맹진진(류링즈 분)이 눈에 띈다. 맹진진은 기나라 으뜸 세도가문 맹씨 가문의 적녀로, 남편인 심재야를 좋아하지만 사촌 오라버니인 세자와 맹씨 가문의 영화를 위해 그와 적이 되는 걸 선택한다. 심재야도 그의 처지를 알기 때문에 목숨을 거두진 않지만 저택에 가두고 쉽게 놔주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비중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은 3황자(고한 분)다. 지금은 맹씨와 진씨 가문을 등에 입은 세자와 2황자의 세력 다툼 사이에서 숨죽이고 있지만. 배우 번위가 주연 둘 다음인 3번째라고요. 그러니 이 사람이 최종 보스이지 않을까 싶다. 주연부터 주요 조연까지 치열하게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순수하고 고고한 4황자(변정 분)와 쾌활한 협녀 스타일인 재야의 의붓동생 청영(범정문 분)은 팽팽한 분위기를 잠깐은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6월 28일 기준 9화(익스프레스 10화)까지 공개되었는데 지금까지 재야와 도화의 관계는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느리게 진행된다.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날 죽일 수 없을 것이라 당당하게 맞받아치는 사이에서 여전히 맴돌고 있는데, 이러면 언제 서로를 믿고 사랑하겠니...ㅠㅠ 다행히 암투 로맨스의 '치트키'라 할 수 있는 '외딴 마을에서 가까워지기 퀘스트'를 곧 마무리할 예정이고, 그때부터 재야와 도화는 서로를 "제대로" 알려고 하는 듯하다. 강력한 적수에 맞서서 어쩔 수 없이 손잡아야 했지만, 서로를 진짜 맹우로, 그리고 소중한 연인으로 여기는 그날까지 꼭꼭 지켜봐야겠다.
<도화영강산>은 현재 위티비에서 시청 가능하다. 한국 방영권은 채널차이나에서 확보했다. 방영 일자는 미정. 그래도 <낙화시절우봉군>이 먼저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