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권일몽, 도화영강산 - 두 번째 감상

'25 7월 신작 중국 드라마 중간 정리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7.04)


하루에 에피소드 3-4개씩 보는 거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드라마 세 개 한꺼번에 시작해도 결국 하나 중도 탈락, 하나는 여러 편 모아서 한꺼번에, 나머지 하나는 매일 챙겨 본다. 집중력과 체력 문제일지도…


암튼 요즘 내 저녁을 지배한 드라마 두 편 이야기. 모두 절반 정도 진행됐다.


드라마 정보와 초반 감상은 아래 링크에 정리해 두었다.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66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67




도화영강산

류학의와 맹자의, 류링즈의 원음 더빙이 아닌 게 여전히 아쉽지만 <도화영강산> 초반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초반 15화를 불량 은전 수사로 시작해 세자와 맹씨 세가를 무너뜨리는 데 썼고, 16화부터 새로운 스토리가 시작됐다. 그런데 이 연결 부분에 약간 덜컹거림이 느껴졌다. 뭐랄까, 1막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 무리수를 쓴 느낌? 근데 뭐... 심재야가 좀 무리하긴 했지만 조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후원을 깔끔하게 정리했으니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갈등이 있을 거란 뜻이다. 물론 맹씨 세가의 세력이 완전히 정리된 것도 아니고 주요 인물도 '일단 퇴장' 했으니 이후 회차에 나올 가능성도 있겠다.


2막에서 도화가 북원의 첩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재야와 도화의 관계가 위기를 맞는다. 도화는 지금까지 재야에게 협조하거나 재야의 힘을 이용해 위태로운 줄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여후와 북원 세력은 도화가 임무에 연달아 실패하자 도화를 통제하기 어렵겠다는 결론을 냈고, 도화는 어떻게든 사람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행동 자체는 재야의 의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첩자인 게 들킨 도화는 재야를 결부시키지 않기 위해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마지막 술을 건넨다. 하지만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면 심재야가 아니지. 둘은 결국 찐한 키스를 하고 진정한 첫날밤을 보낸다. 그리고 도화는 도망간다. 도망!! 살짝 재미없어지나 싶다가 이별주 장면부터 또 귀신같이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후반부 빌런으로 등장한 3황자. 원래 미천한 궁녀의 소생인 3황자는 유유자적하며 권력에 관심 없는 듯 행동했는데,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그의 정체도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기나라에 잠입한 북원 첩보 세력을 통솔하고 있고, 북원의 여후에게 전권을 받을 만큼 신뢰를 받고 있으며, 여후와 사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정보가 아주 없을 때보다는 형체가 조금 잡힌 것 같다. 한 나라의 셋째 황자라는 사람이 어떻게 적국의 첩보조직을 통솔하며 조정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을까. 그리고 그는 도화를 어떻게 할 생각인 걸까. 예고편을 보니 이 모든 일을 시작한 북원의 여후가 곧 기나라에 잠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 이들의 관계가 어떤지도 밝혀질 것이다.



익스프레스 패키지 결제는 했지만 조금 심드렁하게 보고 있는데, 또 귀신같이 재미있어졌으니 앞으로 매일 챙겨봐야 할 것 같다. 원래 이번주 초엔 1편씩 공개하는 거였는데 시청률 부스트가 필요했는지 에피소드 공개 개수가 갑자기 늘었다. 생각보다 더 빨리 종영할 느낌.





서권일몽


저 중에서 '매일 챙겨 본다'는 이거다. 처음엔 그냥 병맛웃음 곁들인 또드인 줄 알았다. 하지만 20화까지 방영되었는데 매 회차 울고 싶다. 너무 안쓰럽고 속상하고 미칠 것 같아서. 이거 다 남형 때문이다. 내 중드 인생 역대급으로 불쌍한 남주.


잔혹한 "살인귀" 남형은 사실 아버지 황제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학대당하고 살길을 찾아 전장을 헤매야 했던 불쌍한 황자였다. 외가가 힘이 세서 차마 죽일 수 없을 뿐이지 황제는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고, 외숙이란 작자는 어떻게든 얘를 황제로 만들고 권력을 쥘 생각만 하고 있고, 유일하게 믿었던 친구는 '고모를 죽인 원수!'에만 꽂혀서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준 여인은 대본이니 주인공이니 설정이니 하면서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고 한다. 환장 그 잡채...


매일 에피소드 2개씩 공개하는데 꼭 한 장면은 남형의 눈물 나는 처지를 상기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마다 가슴을 퍽퍽 치면서 본다. 이거 분명히 코미디였잖아! 왜 이러는 건데 나한테 ㅠㅠㅠㅠ (류우녕 당신은 왜 이런 캐릭터만 골라서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거야. 부모님 다 계시고 별일 없이 '평안한 삶'을 사는 남주는 정말 취향이 아닌가요 ㅠㅠㅠㅠ)



과거로 회귀한다, 책 속으로 들어간다... 등등의 설정에서 천월의 주인공들은 꼭 특출하거나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권일몽>의 여주 송일몽(송소어)는 그렇지 않다. 작품 출연 기회를 겨우 얻는 무명 배우다. 인생 모토가 '대충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머지는 알아서 해 줄 거다'일 정도로 인생을 아주 열심히 산 적 없고, 성격도 단순한 편. 그러니 내 캐릭터가 죽는 게 명확한 상황에서 최소한 남주의 손에 끔찍하게 죽지 않는 게 목표라면 행동도 그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본 속 세상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그렇게 단순할 리 없고, 소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대본 속 설정들과 이른바 "독립변수"인 이십육(=남형의 부캐)은 감정과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와, 또 다른 그와,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의 삼각관계. 이거 맛이 없을 수가 없거든요.



남형과 이십육이 같은 사람인 걸 모르는 일몽은 남형과도, 이십육과도 착실하게 감정을 쌓아간다. 이걸 알고 보는 우리는 일몽의 눈을 가리고 감정을 드러내는 이십육과, 일몽의 앞에서 점점 진심을 다하는 남형을 보면서 애틋함도, 짜릿함도 느낀다. 저 감정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다가오다 보니 지금 당장은 남형을 응원하고 일몽이 "제발 정신 차리고 남형을 사랑해 줬으면" 할 뿐이다.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과연 일몽은 진실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각본은 완전 예측불허, 연출은 또드의 병맛 코미디와 로코의 몽글몽글함, 드라마의 서글픔과 애틋함까지 적절하게 잘 맞춰주고 있다. 그리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 이일동은 거의 작두를 탄 것 같다. 송일몽이 가끔 짜증 나고 답답할 때도 있는데, 이런 캐릭터의 호감도를 유지하면서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건조하지도 않게 톤을 잡은 건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의 연기는 감각과 경험의 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류우녕은 프로젝트마다 연기력이 점점 좋아지는데 '멋있는 건 다 해봐라' 깔아준 <서권일몽>에서 정점을 찍었다. 역대급으로 불쌍한데 그걸 드러내지 못하는 남형이란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을 이렇게 잘 그려낼 줄이야. 두 배우의 케미는 코미디, 로맨스, 드라마 어느 신에서든 좋다. 요즘 둘 보면서 느낀다. 역시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해.


<서권일몽>은 아마 익스프레스 패키지로 다음 주말 완결일 텐데, 다음 주쯤 남형을 비롯한 사람들은 자신이 작품 속 캐릭터라는 걸 깨달을 것이다. 그 파장이 꽤 클 것 같은 느낌. 과연 일몽은 대본 속 세상의 규칙을 파괴할 방법을 찾고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은 이 막장 드라마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속이 체한 것처럼 답답하지만 일몽과 남형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피엔딩을 찾아갈 거라 믿고 있다.


ps. <서권일몽> 속 내 웃음 담당 상관학(왕이륜). 여자와 연애에 바싹한 '고수'이지만 정작 적수를 만나면 꼼짝도 못 한다. (진하게 느껴지는 우십삼의 향기) 어제 공개된 19화부터 송일정(축서단)과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하며 서브커플 러브라인이 시작됐다. 근데 이 커플도 눈물 꽤나 나오게 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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