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권일몽 - 세 번째 감상

'25 7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7.16)


<서권일몽>이 끝났다. 약 보름 동안 진짜 많이 웃고 답답해서 가슴도 많이 쳤고 눈물도 흘렸다. 보면서 안 느낀 감정이 없을 정도다. 그래도 고구마밭을 끝까지 구른 뒤에 시원하고 달달한 사이다 한 컵이 기다리고 있으니! 신나는 감정 롤러코스터의 끝은 모두가 만족하는 행복한 엔딩이다.


B급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실시간 시청을 하게 만든 마성의 드라마. 최종화까지 본 후 감상을 다소 두서없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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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는데 <서권일몽>은 후반부가 더 재미있다. 이게 뭐야 깔깔 웃으면서 캐릭터와 관계를 구축한 후엔 그동안 시청자들이 느낀 답답함을 하나씩 해소해 간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데 아주 다채롭게 고구마를 먹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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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했던 것들. 송일몽이 남형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가. 그가 '살인귀'가 아니라 학대당하고 미움받고 고립되어 오명을 짊어졌음을 아는가. 그동안 일몽 본인이 남형에게 한 짓에 크게 후회하는가. 모두 개 큰 YES 다. 이걸 풀어가는 후반부는 웃음을 유지하면서도 슬픔도 비장함도 있다. 솔직히 어떻게 끌어가나 걱정했는데 작감의 큰 그림이 있었고요. 답답하지만 한 편만 더, 한 편만 더 보다가 드디어 원하는 장면을 봤을 때 쾌감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완벽하진 않다. 설정도 구멍이 있고, 페이싱이 언제나 만족스럽진 않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야기가 완벽한 드라마만 재미있게 보는 거 아니잖아요.) 이 드라마는 울고 웃으면서 캐릭터를 발견하고, 캐릭터의 성장을 관찰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봐야 하는 건 드라마의 기본 설정인 막장드라마 대본 세계, 남형을 향한 무논리 혐오가 아니라, 수많은 역경과 편견에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엄을 잃지 않은 남형,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정보에 기대어 남형을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결국 생각을 바꾸고 사랑한 일몽이다. 그래서 인물의 변화를 감지하는 장면과 순간들이 더 강렬하고 재미있다.


블로그, 트위터, 중드 커뮤니티 등에는 남형을 좋아하고 아끼는 만큼 남형의 진실과 진심을 외면하는 일몽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이 가득하다. 나도 솔직히 변하지 않는 일몽이 답답했지만 일몽의 성격을 알고 나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소어/일몽은 큰 변화와 도전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말그대로 ‘복세편살’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본인이 본인 입으로 다 좋으니 나만 안 굴렀으면 좋겠다고 함. 이런 여주가 어디 있어 ㅋㅋ) 그래서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어도 자신을 묻고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넘기려 한다.


그런데 대본 속 세상에 오니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인생이 (가상의 세계이지만) 하루아침에 명문세가 천금이 되었고, 손에 돈과 기회가 주어졌으니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 같고, 운명이 비극이 된 원인은 남형이니 그를 죽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일몽은 남형을 알면 알수록 그를 다면적인 인간으로 본다. 그러니 처음에는 어떻게든 죽이려 했지만, 그다음엔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남형이 이십육이며, 자신의 감정이 결국 대본대로 흘러갔다는 걸 알자 그를 떠남으로써 운명을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사이의 사건들과, 일몽의 내적 갈등을 알고 모든 걸 대비할 만큼 지극한 남형의 사랑 덕분에, 일몽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다.


일몽은 남형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이 세상은 대본 속 세계이며, 당신은 캐릭터이고, 그동안 마음을 외면한 건 이야기를 따라가면 결국 일몽의 가족이 죽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똑똑한 남형은 일몽의 정보에 바탕해 모든 수를 생각하고 그에 대비하며,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져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고자 한다. 32화 혼례 행렬 장면은 1화 첫 장면과 비교해서 보는 맛이 있다. 드라마 예고부터 모든 사람들을 대폭소하게 만든 '혼인날 세 사람이 서로 찌르기'가 눈물 절절한 장면으로 재탄생된다. 이 장면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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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권일몽>의 하이라이트는 이 장면이 아니다. (솔직히 40화 중 32화에서 어떻게 하이라이트가 나오겠어요.) 37, 38화는 그동안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물고구마를 번갈아 먹어가며 감정의 여정을 함께한 시청자들에게 가장 비장하고 절절한 장면을 준다. 37화 성벽 장면은 명장면이 변주되었지만, 오리지널 '청녕일몽'뿐 아니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려 한 연인들의 희생이 눈물을 자아낸다. 38화에는 다시 한번 자신을 살리고 죽어간 남형을 위해 안락하고 조용한 삶 대신 모든 걸 되돌리는 일몽의 눈물겨운 사랑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온 모든 설정과 모든 이야기, 모든 감정이 이 두 회차에서 팡팡 터지면서 눈물도 웃음도 다 자아낸다. "내가 이걸 보려고 지금까지 버텼구나!" 싶을 만큼. 그래도 39, 40화를 통해 모두가 만족할 결말로 나아가니 걱정하지 말고 보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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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권일몽>은 캐릭터의 개성이 강한데, 허투루 쓰는 일이 없고, 배우들도 연기를 정말 잘 했다. 그중 송일몽과 남형을 제외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축서단이 연기한 송일정. '청녕일몽'에서 형부를 빼앗는 처제? 우리 일정이는 절대 그런 애가 아니다. 사랑과 삶에 솔직하고 최선을 다하며, 원하는 건 먼저 얻고 마는 상여자 일정이가 그럴 리가. (그러니까 작가가 잘못했다는 거다.) 송일정은 강호 협객 상관학을 사랑하고, 신분의 한계를 넘어 그를 사랑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 뽀뽀도 먼저 하고 청혼도 먼저 하고 결국 감정을 알고도 도망치기에 바빴던 상관학도 일정에게 두손 두발 다 들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앞으로도 일정이는 상관학을 꽉 잡고 잘 살 거다 ㅋㅋㅋㅋ


배우들 연기가 좋은 건 몇 번이나 말했지만 더 말해도 모자라다. 이일동, 류우녕은 원래 잘했지만 뒤로 갈수록 더 잘한다. (둘 다 후반부에서 작두타듯 연기해서 더 슬프고 절절했다네...) 두 사람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대표작'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내가 제작자나 감독이라면 이 정도의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극을 끌어가는 배우를 믿고 같이 일하고 싶을 것 같다. 축서단, 왕이륜, 왕우석, 창륭 등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엄청났다. 특히 황상 역 장루 선생님... 이번엔 정말 미웠어요 <서권일몽>이 그들에게 디딤돌이 되어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유쾌하고 절절하며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드라마와 7월을 함께 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즐기고 보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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