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7-8월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최초작성 2025.08.03)
선협 고장극 | 양양, 금신, 왕탁, 조소당, 조청 등 | 30부작 | 유쿠
가난한 농부 집안의 평범한 소년 한립은 먹고살기 위해 무림 문파에 들어가고자 하지만 입문 시험에 떨어진다. 그때 ‘목 대부’라 불리는 한 의원이 한립과 그의 친구 장철을 거둔다. 목 대부의 가르침에 따르던 와중에 한립은 자신이 수선(신선이 되는 수행)에 자질이 있음을 발견하고, 목 대부에게 글과 의술을 배우며 성장한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목 대부와의 인연을 청산하고, 한립은 본격적인 수선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자질은 날때부터 수선의 길을 걸은 수행자들에 비해 지극히 평범하지만, 강력한 생존 본능, 비상한 머리, 그만의 끈질김으로 수선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2025년 화제작 중 하나인 <범인수선전>이 드디어 공개됐다. 2023년 <아적인간연화> 이후 2년 만에 공개된 양양의 신작이고, <몽화록> <장야>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양양 감독의 작품이며, 무엇보다도 선협 장르의 ‘바이블’이라 할 만한 원작을 공들여 영상화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범인수선전>은 윤회, 겁, 삼계 어쩌고가 주인 로맨스 선협이 아니다. 착실한 ‘레벨업’을 목표로 하는, 정통 색채가 강한 선협 드라마다. 수선, 즉 신선이 되기 위해 수행하는 자들의 수행 방식, 레벨 기준, 렙업 방식 같은 규칙과 단약, 법기, 영수 같은 여러 아이템이 등장한다. 정도와 마도가 나뉘어 세력 싸움을 하는 것도 역시 존재한다. 여기서 ‘신선’ 또는 ‘수선자’에게 중요한 건 심성이 아닌 능력이며, 레벨이 얼마나 높은가, 얼마나 강한가는 생존과 연결된다. (복세편살은 애초에 불가능) <해리포터>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어른이 주인공이고 생존에 대한 열망도 더 명확하달까.
드라마의 원작 [학사신공(한국정발버전 제목)]은 단행본으로만 54권이다. (이것도 한국 들어오면서 축소 편집된 거라고)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원작을 30부작으로 압축하기 위해선 무엇에 초점을 둘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한립’만 보고 간다. 그의 여정과 선택, 행동을 압축적이지만 빠짐없이 보여주기 위해 많은 부분을 쉽게 가기로 결정한 듯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한립의 생각을 보이스오버로 처리한 것. 쪼랩 범인의 수선 여정을 지켜보며 자기 몸 지키는 게 최우선인 한립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지만, 캐릭터의 감정을 알아내고 이해하는 과정이 없다 보니 몰입은 되지 않는다.
한립의 수선 여정이 주요 테마라 다른 캐릭터는 한립의 여정에서 등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황풍곡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전에는 여정에 따라 인연을 맺고 헤어진다. 황풍곡 이후엔 문파 사람들과 정파인 7파의 주요 인물, 대척점에 있는 사파 귀령문 사람들이 등장한다.
배우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 양양은 역시 양양이다. 촬영 장면이 정말 많고 회차마다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었을 텐데 지금까진 괜찮다. 소년만화의 쪼랩 주인공 룩을 양양이 소화할까 싶었는데 첫화에 꼬질이 소년이 나오는 거 보고 감탄했다. 한립이란 캐릭터가 본심은 선량하고 성장이 필요한 수행자이지만 가끔 생존 본능에 따른 선택을 하는, 정의감 넘치는 전형적 주인공은 아니다. 이걸 양양이 소화할까 싶은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생각이 많고, 어찌 보면 계산적이며, 남들에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 양양이라니, 신선하다. 무용 전공하고 액션 잘 하는 배우답게 몸 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편. 동료 배우와의 연기 케미도 좋은 편인데, 특히 첫 스승 목 대부 역의 김사걸과 함께한 장면은 모두 인상적이다. '존경하지만 증오하는' 스승을 대하는 학생과 '내가 가르쳤지만 죽여야 하는' 학생을 대하는 스승 사이의 긴장감이 잘 그려졌다.
연출 이야기도 잠깐. <범인수선전>은 선협 드라마이지만 내가 아는 그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실경 장면이 정말 많다. 자연광을 주로 사용하고 스튜디오 촬영 조명도 강하지 않으며 후보정도 많지 않다. 그래서 배우들이 "뽀샤시하고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그걸 다 이겨내는 배우들이 진짜 대단한 듯.) 옷도 각 문파의 개성을 담았는데, 한립의 문파인 황풍곡은 뉴트럴한 색상에 우아하고 세련된 편이다. (로맨스 선협의 화려하고 하늘하늘한 의상? 그런 거 없다.) 이런 사실적인 미감 위에 캐릭터는 날아다니고 온갖 괴물이 등장하며 법기, 진법, 기의 흐름 등등 눈에 보이지 않아서 상상해야 하는 것들을 구현하는데, 이런 이질적인 느낌이 나쁘지 않다.
<범인수선전>은 8월 2일 기준 14화까지 공개되었고, 유쿠에서 시청 가능하다. 놀랍게도 꽤 괜찮은 품질의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한국 방영권은 채널차이나에서 확보했다. 티빙,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