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7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최초작성 2025.07.29)
<조설록>이 2주 만에 후루룩 끝났다. 결말까지의 감상.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이 글에는 없습니다.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70
첫 감상에도 언급했지만 <조설록>의 특징은 ‘속도’다. 사건이 많고, 복잡하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사람도 많이 죽고, 방식도 꽤 잔인한데, 이를 시신을 통해 파악하고 진범을 찾아야 하니 전개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숏드’같은 느낌이 꽤 강하다. 장면과 이야기, 사건 전개가 우선이라 관객이 앉아서 차분히 머리를 굴리거나 인물의 감정을 이해할 시간이 없다. 이 드라마는, 그냥 보는 거다. 같이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이들이 범인을 찾는 멋진 과정을 즐겨야 한다.
김전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가는 곳마다 시신을 만나지만, 완아와 연지는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에도 착실하게 연애를 한다. 연지의 뜨거운 고백을 완아가 받아들인 후, 두 사람은 주변이 놀랄 만큼 솔직하게 애정을 표현하면서(강조하지만 얘네 둘은 아직 정혼도 안 한 상태) 연지의 할머니인 황태후부터 경성 관아 포졸들까지 둘이 정분난 사이임을 알게 된다. 우리 예왕 세자 전하의 플렉스는 상상을 초월해서 완아에게 의료 물품과 검시 도구를 싣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마차를 선물하고(워후), 완아의 옛집인 심가를 사들여 완아가 마음껏 출입할 수 있게 한다.
그 사이에 완아의 명성은 더욱 높아진다. 쓰러진 황태후를 치료하고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황실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준다. 어쩌다 보니 상금뿐 아니라 군주 봉호까지 얻으면서 완아는 단숨에 황실과 귀족 가문들이 탐낼 1등 신붓감이 된다. 그만큼 완아를 노리는 세력도 많았는데, 차기 황제 자리를 놓고 다투는 태자와 성왕이 모두 완아를 그의 여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니 연지는 다급하다. 사건도 해결하고 아버지 예왕이 이끄는 삭서군 내의 비리를 조사하는 한편 타이밍 맞춰서 청혼도 해야 한다. (연지의 저 미친 속도전 안 웃길 날이 오긴 할까 ㅋㅋㅋㅋㅋ) 어쨌든 미션 다 완수하고 사혼 성지까지 받아낸 그때, 일이 터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황가에 드리운 어두운 장막이 조금씩 걷어지고 필사적으로 묻었던 진실이 드러난다.
이 지점부터 <조설록>은 조금씩 쌓아왔던 이야기들을 가져와서 한꺼번에 터뜨린다. 시체가 한 구씩 쌓이면서 뼛속까지 소름 돋는 사건의 규모가 조금씩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사람이 참 많이 죽는다. 대체 몇 명이나 죽는가 세다가 에라 모르겠다며 포기하고 볼 정도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시작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와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비참한 황자가 자신의 한을 풀기 위해서 사람을 죽였고,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을 살려두지 않은 것이었다.
마지막 사건에서 그동안 쌓아둔 것들을 모두 쏟아내면서 몰아치듯 전개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구체적인 스포일러를 보지 않고 시청하는 것을 권한다. 다행히 더 끔찍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 연지와 완아가 사건을 해결하고, 남은 사람들은 삶을 이어나간다. 완아-연지, 연리-악응, 백풍-복령 커플은 사건을 해결하고 그 이후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시대 법의학과 수사 방식에 기반하지만 <조설록>은 꽤 편하게 볼 수 있는 수사물이다. 캐릭터는 현대적이고, 스토리는 쉽지만 빠르게 몰아친다. 인물들의 감정적 여정을 따라가는 그런 스타일의 드라마는 아니라서 과몰입을 할 여지는 적은 편. 한 외국 트위터리안이 "<조설록>이 왜 재미있을까 했는데 내가 <본즈>를 좋아했던 게 떠올랐다."라고 하더라. 나도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탁 쳤다. <조설록>은 인물의 관계 서사를 꽉꽉 압축해 놓았지만 기본적으로 <본즈>를 비롯한 에피소드식 수사물 미국 드라마가 구축한 이야기 풀이 공식과 캐릭터 구성 부분에서 많이 유사하다. 어쩐지 새 드라마 맞는데 예전에 본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이유가 있었다.
암튼 익숙하지만 새로운 그 맛을 원하시는 분, 새로운 CP 조합에 목말랐던 분(란디와 서붕이 케미가 생각보다 많이 괜찮다), 수사물 미드로 강해진 내 비위에 걸맞은 새로운 밥친구를 찾는 분(!!) 등등께 <조설록>을 권한다. 후루룩 보기 딱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