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8월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감상
(최초작성 2025.08.20)
로맨스 선협 | 진비우, 왕영로, 왕혁정, 고한 등 | 33부작 | Youku, MOA
현대의 평범한 직장인 저우옌은 우연히 수련의 세계로 들어가 청고천 종문의 제자 료정안으로 깨어난다. 료정안은 곧 은둔 중인 사조 '사마초'를 모실 제자로 뽑힌다. 사마초는 500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막강한 수련자로, 고립과 분노 속에서 살아온 그는 차갑고, 성격이 불같으며, 오직 복수만을 품고 살아간다. 실제 료정안의 본래 정체는 마도의 암살자이지만 몸의 새 주인은 이를 알지 못한다. 사마초의 예상과 달리, 료정안은 아무런 악의도 없고, 권력에 대한 야망도 없으며, 그 어떤 욕망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태평하고 무욕한 본성은 사마초를 매혹시킨다. 세상과 어긋난 불멸의 빌런과 '복세편살'을 외치는 게으른 제자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되고, 이들의 사랑은 숙명을 거슬러 여러 생에 걸쳐 이어진다. - 유쿠 <헌어> 시놉시스
그득히 차 있던 유쿠의 고장극 곳간이 다시 열렸다. <장해전>, <범인수선전>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다음 나올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헌어>였다. <점연아온난니>, <이인지하> 등 유쿠의 '언더독'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진비우와 양영로가 주연을 맡은 로맨스 선협 드라마로, 앞선 두 작품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만의 독특한 재미를 어필할 준비를 마쳤다.
<헌어>의 가장 특이한 점은 여주인공 '료정안'일 것이다. '복세편살'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그저 무사히 살기만 하면 된다. 야심도, 욕심도 없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런데 교통사고 한 번에 음모와 계략이 판치는 수선계로 떨어진다. 게다가 현대의 불행한 직장인의 언럭키한 삶은 계속되어서, 무려 500년 동안 봉인당한 세계관 최강자 사마초의 유일한 시녀 겸 제자가 된다. 사마초는 일족을 파멸로 몰아넣은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 팔대궁 수선자들과 선계 모든 이들의 두려움과 경외를 한몸에 받는다. 직장인 인생이 고달파지는 최적의 조합인 셈이다.
그런데 료정안은 뭔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안 하는 것을 하기로 한다. 그저 직장 생활의 연장이라 생각하며 보스(ㅋㅋ)의 뜻을 "해야만 하나요..."라는 태도로 옮긴다. 죽는 것도 싫고, 누굴 죽이는 것도 싫고, 음모에 발 담기도 싫다. 다만 특별한 혈족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이유로 학대받은 사마초를 가여워하고,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위로하고자 한다. 다른 선협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의 정의심이 불타올라 함께 복수하거나 그래도 살생은 안된다며 막거나 둘 중 하나인데, 료정안은 그럴 시간에 잘 먹고, 잘 쉬고, 보스가 시키는 만큼만 하고, 가끔 사마초를 괴롭히는 고통을 줄여줄 뿐이다.
이 간극에서 오는 코미디가 바로 <헌어>의 매력이다. 직장, 아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의 맘과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걸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료정안의 모습에 빵빵 터질 것이다. 반쯤은 직장인, 반쯤은 오타쿠 같은 료정안의 현대식 말투와 선협 세계의 예스러운 말투가 충돌하는 지점이나(중국어를 몰라서 아쉽지만 한글자막으로 어느 정도 알만하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어쩌다 보니 강제 레벨 업까지 해서 힘까지 생긴(일종의 승진으로 볼 만하다) 것까지 말이다. 물론 어떤 것에도 관심 없고 관심 갖지 않으려 하는 료정안도 결국 눈앞에서 고통받는 미소년 사마초를 사랑하면서 많이 달라지긴 하겠지. 아직은 아니다.
진비우와 왕영로의 연기는 이 드라마로 처음 봤다. 진비우는 금수저 연예인으로 유명하지만(아버지가 <패황별희> 첸 카이거 감독) 데뷔 이후 착실히 연기하며 <장야>, <점연아온난니> 등의 인상적인 작품도 남겼고, 본인만의 매력으로 팬을 모으는 중이다. <헌어>에서 외모도 외모이지만 중후한 목소리 덕분에 집중이 확 된다. 이전보다 몸을 많이 쓰거나 동작이 크진 않아서 그만큼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데, 팔대궁 늙은이들과 지략 싸움을 벌이는 부분도 무난하게 소화한다.
왕영로는 료정안의 신선하고 엉뚱한 면을 귀엽게 연기해 낸다. 이런 '게으른' 캐릭터가 민폐캐가 되지 않는 걸 보면 캐릭터 조형도 잘 했고 왕영로가 선을 넘지 않을 만큼 잘 표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낙유원>, <도화영강산>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을 연기한 고한은 여기에서 사마초의 반려뱀 '흑입구'로 출연한다. 방금 인간 형상화에 성공한 엉뚱하지만 순박한 흑뱀이 앞으로 인간과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도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헌어>는 8월 16일부터 유쿠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정식 한국어 자막이 있으며 가독성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국 방영권은 MOA가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