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월여가 - 두 번째 감상

'25 8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8.27)


드디어 <금월여가>가 끝났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한 달도 안 되어 끝나버리니 후련한 동시에 몹시 아쉽다. 모든 갈등이 해결되어 시원하면서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다. 이 드라마는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모든 장면을 음미하며 보고 싶었고, 다 보고 난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상쇄할 만큼 감동적이고 만족스러운 순간들이 더 많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3주간 나를 미치게 한 드라마를 돌아보려 한다. 할 말이 너무 많긴 하지만 최대한 추렸다. 원작 소설 [여장성]과 드라마의 스포일러 내용이 있다.


드라마의 기본 정보와 첫 방송 후 남긴 짧은 감상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75


가장 궁금할 것 같은 내용 (ㅋㅋ)

그래서 복수는 성공하나요? YES

해피엔딩인가요? YES!

죽는 사람이 있나요? ... YES

로맨스는 충분한가요? 후반 회차에 키스신 5개

그래서 원작부터 볼까요, 드라마부터 볼까요? ... 나라면 드라마부터!




11권짜리 소설을 36부작으로, 그것도 회차의 2/3이 러닝타임 35분 내외인 드라마로 옮기는데 검열 문제로 이런저런 설정은 삭삭 쳐내야 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여장성]과 <금월여가>가 강조한 부분이 달라졌다. [여장성]이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짱짱 장군이 되어야지!'라면, <금월여가>는 빙의 설정에선 불가능했던 '출세해서 정정당당하게 내 자리를 되찾겠다'이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선 '화안=여자'라는 사실이 '아무 일도 아닌 듯' 넘어간다. 진짜 중요한 건 화안이 자신의 공로를 다른 이에게 뺏겼으니 세상에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되찾는 것이다. 초각과의 관계와 감정도 옛 인연에 더 많이 기대고, 빌런들과도 '자기 것을 되찾기 vs 빼앗은 것을 지키기' 구도로 더욱 격렬하게 대립한다.


캐릭터에도 변화가 있다. 화안은 좀 더 똑부러진다. 자존감이 높고 긍정적이라 주위 사람들을 잘 이끌고, 성별과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을 존중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했을 때 하지 못했던 일들을 당당하게 해내면서 모두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 된 것이다. 초각은 원작보다 더 진중하다. 말수는 적고, 심계는 더 깊으며, 원한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사람, 특히 화안 한정으로 너무나 잘한다. 화안의 마음을 얻은 후엔 위나라 전체에 "나는 얘 남자"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수준으로 화안에게 다정하고 또 다정하다. 원작이 화안 중심이라 초각의 감정이 상세하지 않은데, 드라마는 초각의 감정을 많이 다루면서 가족을 위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언제나 빛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진 그'를 그려낸다.


드라마에선 화안과 초각 사이에 큰 오해가 존재한다. 명수 전투에서 지원군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초각은 아버지와 삼만 초가군을 잃고, 위기에 빠진 가문을 구하기 위해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의 원망과 증오는 우정을 배신하고 초가군을 위험에 빠뜨린 '비홍장군' 하여비에게 향했다. 그러니 화안이 하여비라는 걸 알았을 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둘 사이엔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기면서 쌓은 단단한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화안은 초각과 상관없이 언제나 스스로를 내던져 군을 이끌고 백성을 구했다. 결국 초각은 현창관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변함없는' 화안의 모습을 똑바로 보게 되면서 오해를 풀었고,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인정했다.


화안과 초각의 썸도 더 간질간질하고 고백 전후의 감정도 더 애틋하다. 초각은 화안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는 데 앞서고, 화안은 초씨 가문과 초가군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둘 사이의 애정 표현은 더 직접적이고 따뜻하다. 장군 커플의 화등절 데이트가 요경 사람들의 화제가 되고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할지도.


여기에서 원작에선 꽤 중요한 장치인 '사혼'이 마지막 갈등 요소로 등장한다. 요경이 떠들썩할 정도로 데이트를 한 후 본격 결혼 준비를 시작한 커플에게 황제의 딴지가 들어온 것. 황제는 위나라 군권의 양대 산맥인 봉운장군과 비홍장군의 결혼을 염려하는데,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초소다. 초소는 황제의 '염려'에서 끝날 일을 들쑤셔 커플을 가르고 사혼으로 화안을 가로채려 한다. 물론 초각과 화안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황제에게 읍소하면서 초소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그동안 초소와 '인간적인 정'으로 친분을 유지한 화안이 초소의 계략에 분노하고 실망하며 관계를 정리한다. 화안에게 거절당한 초소는 응향까지 세상을 떠나자 삶을 버티게 한 모든 빛들을 잃는다.


마지막 전투에서 마치 한몸처럼 검을 휘두르며 적장의 목을 베어버린 화안과 초각은 드디어 황제의 사혼을 받아 부부가 되고, 말 타고 달을 구경하는 그들다운 첫날밤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드라마가 원작의 스케일과 섬세함에 미치진 못한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첫날부터 신나게 달린 나는 나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안에서 원작의 요소를 잘 재배치했고, 원작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 - 특히 개별 전투와 무술 장면 - 을 잘 살려서 드라마의 강점으로 만들었다.


화안과 초각의 인연과 관계가 어린 시절부터 한결같음을 보여준 것, 그들의 감정이 동료애, 믿음, 사랑으로 변하는 과정, 초각과 화안이 감정을 자각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 것도 가슴 뭉클했다. 화안이 계양 출장을 준비하며 초각의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설레던 모습이나 '달을 좋아하지만 달은 모른다'라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부분에서 나도 가슴이 콩닥거렸다. 반면 초각은 명수 전투의 패전을 이끈 하여비와 지금의 화안이 다른 사람인 걸 깨닫고서야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바라본다. 화안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고, 자신의 감정은 '뼈에 사무치는 정'이었음을 인정했다.



원작을 여러 번 읽으면서 캐릭터와 서사에 애정을 가져서인지, 마음에 안 차는 부분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긴 안 하려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꿈꿨던 화안, 내가 상상했던 초각을 만났다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설계된 액션이나 애틋한 감정들을 잘 소화해 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저우예, 승뢰, 장강락, 장묘이, 백주 등 주요 배우들이 더 큰 프로젝트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란 믿음이 생겨서, 이들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예산이 많아서 전투 장면 규모가 더 컸다면, 배우가 대형 사고를 쳐서 후반 작업이 길어지고 릴리즈가 밀리는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등 아쉬움도 크지만, 이 정도가 어딘가 싶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원작 소설 [여장성]은 원래 유명했지만 <금월여가>가 방영되면서 요즘 전자책 판매 순위도 다시 올라간 것 같더라. 그런데 나라면 일단 드라마를 먼저 보겠다. 원작과 드라마가 초점을 맞춘 부분이 다르기도 하고, [여장성]이 감정 묘사가 섬세한 대신 전쟁 장면이 좀 재미없어서, 영상을 충분히 즐긴 다음에 보면 더 재미있을 듯하다. 화안이 초각의 귀에 대고 쫑알거리는 모습을 저우예와 승뢰의 모습으로 상상하면 얼마나 재미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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