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8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최초작성 2025.09.12)
<여진장안>이 약 3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전쟁 가운데 만난 연인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드라마 내용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다.
드라마 관련 정보와 초반부 감상은 아래 링크에서.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80
아마 가장 궁금할 내용들
진안은 단오등의 기억을 찾나요? YES
그럼 단오등은 진안의 기억을 찾나요? ... YES
해피엔딩인가요? 우여곡절은 많지만 어쨌든 YES
요나라의 전신이자 황제의 동생인 안남왕 단오등이 비술에 걸려 '그림자 인형'이 되고, 태진의 장군 여상과 얼떨결에 피의 계약을 맺으면서 시작되는 <여진장안>. 국경을 맞대고 치열한 전투를 이어가는 양국의 대치 상황, 각국 조정에서 펼쳐지는 권력 다툼, 비술까지 끌어들여 나라의 주인이 되려는 황가 사람들의 탐욕 등 다양한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핵심은 결국 진안과 여상의, 함께 살고 함께 죽을 각오로 서로를 지키는 사랑이다. 나는 이들의 사랑이 양국의 대립과 정치적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것 같다.
진안은 마침내 옥령롱을 몸에서 분리해내며 기억을 서서히 잃어가지만, 그를 구하러 온 여상과의 기억을 끝까지 붙잡으려 한다. 둘은 둘만의 혼례를 올리고 죽어서도 함께 묻히자고 맹세한다. 하지만 진안은 단오등의 기억을 찾고 자신의 사명을 떠올리며 여상의 가족과 나라에 칼을 겨눈다. 진안으로 살았던 1년간의 기억을 모두 잃은 단오등은 요나라로 돌아가 조 태후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병권을 장악하며, 요나라를 침범한 태진의 장북군을 물리치고 여상을 포로로 잡는다.
단오등은 여상을 고문하고 협박하며 항복을 종용하지만, 여상은 진안의 기억을 모두 잃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남편을 보며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여상이 감옥에서 습격을 받자, 단오등은 여상을 별원으로 옮기고 그를 정성껏 돌본다. 마치 진안이 여상을 돌보듯, 단오등은 여상의 약에 꿀을 타고, 못 이기는 척 금을 연주하며, 지붕을 수리하고 여상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 장면들을 보며 진안의 기억이 있든 없든 단오등은 원래 소중한 사람을 살뜰하게 챙기는 스타일이구나 생각했다.
묵인의 도움(?)으로 단오등은 진안의 기억을 되찾지만, 이미 두 사람의 사이는 회복하기 어려워진 상태였다. 여상은 자신을 구하러 온 아버지 여위 대장군을 조 태후의 손에 잃었다. 조 태후가 퇴출되고 요나라 정국이 안정된 후, 여상은 태진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단오등은 그를 붙잡으려 하지만, 여상은 이미 인연이 다했음을 인정한다. 요나라 황제의 동생과 태진의 장군, 적국의 가장 용맹한 장수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단오등이 아니고, 여상이 장군이 아니라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쉽게 답을 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헤어진다.
이 드라마는 참 신기하다. 단오등이 기억을 회복한 걸 확인한 순간, 즉 30화부터 <여진장안>은 완전히 다른 작품 같다. 단오등이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요나라 권력을 둘러싼 대립, 전쟁 포로 여상과 단오등의 새롭게 시작된 로맨스와 두 사람의 사랑을 완성하는 결말에 다다르기까지 드라마는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리면서 강렬한 감정을 전한다. 복잡한 관계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두 사람의 엇갈린 마음은 애틋하고, 마지막인 것처럼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에는 찡한 마음이 든다. '왜 앞부분은 이렇게 하지 않았나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위해서는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러기에는 사건이 너무 없었고 둘의 관계는 흥미롭지 않았으며, 모두가 기다린 때 - 연인이 적으로 다시 만난 순간 - 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이 많은 이야기를 9화 안에 꾹꾹 눌러 담을 게 아니라, 자세하고 깊게 그렸어야 했다. 솔직히 너무 질질 끌어서 하차할까 고민도 했고, 며칠 안 보고 넘어간 날도 있었기에, 드라마의 페이싱이 더욱 아쉽다. (솔직히 단오등이 기억을 찾는 건 30화가 아니라 25화였어야 했다.) 그래도 기다린 만큼의 보상이 있었고, 결말도 만족스러워서 하차하지 않길 잘한 것 같다.
<여진장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승뢰가 완벽하게 소화한,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 매력적인 1인 3역이다. 귀엽고 충성스러운 진안, 무적의 현의객, 그리고 승뢰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냉미남 왕야 단오등. 나는 이 중에서는 단오등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 매력도 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계속 볼지 말지 고민하게 만든 요소는 페이싱(이건 위에 언급했으니 생략)과 여자 주인공 여상이다. 남자 주인공이 1인 3역을 할 만큼 다채로운 데 반해 여상은 로맨스 주인공 외의 부분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태진 최강의 정예군을 이끄는 '장군'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는가, 이 극적인 여정에서 여상은 과연 무엇을 보여줬는가. 이 물음들에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
송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여상이라는 인물이 송일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여상은 바보스러울 만큼 강직하고 나라와 가문을 개인의 안위보다 우선하는 캐릭터였기에, 외모나 표정, 행동이 송일이 표현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뭉툭해 보였으면 했다. 만약 송일을 위한 여상이라면 좀 더 날카롭고 예리한 지장 스타일이 좋았을 것이다. 가문과 나라에 충성하지만 머리도 좋고 계략도 잘 세우고 잔혹한 단오등에 필적할 만한 카리스마를 소유한, 날카로운 송곳 같은 여상이 배우에게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실제로 <여진장안> 전체에서 송일의 연기력이 가장 잘 드러난 순간은 감옥에 갇힌 조 태후와 만나는 장면이었다. 송일은 이런 걸 잘한단 말이다. 내내 어딘가 어색한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라 나는 힘들게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던 <여진장안>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진안과 여상은 해피엔딩을 맞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만약 다시 돌려본다면 30화부터 38화까지, 특히 단오등과 여상이 별원에서 함께 한 모든 순간을 나노 단위로 핥으며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