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어 - 두 번째 감상

'25 8월 신작 중국 드라마 결말까지 감상

by 겨울달

(최초작성 2025.09.10)


2025년 하반기 내 중드 시청 리스트 다크호스가 8월에 벌써 나온 듯하다. 출연진도 관련 정보도 사전 홍보도 많지 않았기에 기대작이 아니었는데, 내 예상을 완전히 깼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한 프로덕션, 두 주연 배우의 케미가 33부작을 이끌어갔다. 진짜 '로맨스 선협'을 기다렸던 분들을 위한, 정말 사랑만 하는 두 선인의 이야기.


드라마 내용 스포일러가 있다. <헌어> 관련 정보와 초기 감상은 아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thewintermoon/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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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 최강자 '사마초'와 신선 세계에 떨어진 평범한 직장인 '료정안'의 사랑 이야기인 <헌어>는 처음엔 현대인을 웃프게 만드는 소소한 개그코드가 인상적인 드라마였지만, 점점 "사랑" 하나에 미친 두 사람의 위대한 러브스토리를 보여준다. 500년 간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견디며 자신과 일족의 복수만 꿈꾸었던 세계관 최강자가 복세편살과 소확행을 꿈꾸는 소박한 사람을 사랑하여 세계 멸망을 포기하는데, 그 과정이 유치하다고 비웃을 수 있지만 감정은 절대 가볍지 않다.


티격태격하면서 정이 든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특별해진다. 그런데 이들의 로맨스가 의외로 굉장히 섹슈얼하다. 여기서 '신교'라는 설정이 등장한다. 신교는 수위가 높은 수선자들 중 도려 관계인 자들이 할 수 있는 친밀한 정신적 교감인데, 극도의 쾌락을 불러오며(그 뜻 맞다), 이를 통해 선인은 신혼의 힘을 강화시키고 신력과 육체의 상해 모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그런데 '신교'를 하려면, 즉 다른 사람에게 쉽게 열어주지 않는 영부에 들어가 교감을 하려면 들어오려는 사람을 '좋아해야'한다. 그런데 얘네 둘은 그냥 상대 영부에 아주 쉽게 들어간다. '보스를 사랑하는 것'을 주저하던 료정안은 감정을 인정하고 사마초와 '도려' 관계가 되고, 둘은 서로의 영부에 자신의 꽃을 피운다(그 뜻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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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관계가 깊어져도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결국 정안은 사마초의 최고의 약점이 되었으니까. 사마초가 팔대궁과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 중에 정안이 행방불명된다. 18년 후 사마초는 기억을 잃은 정안을 찾고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악당의 음모를 막고 정안을 지키기 위해 사마초가 본인을 스스로 희생한다. 다시 19년 후 인간계에서 환생한 사마초를 찾은 정안은 예전에 힘없는 자신을 지켜주던 연인처럼 그를 위해 자신을 불살라가며 대업의 완성을 돕는다.


이렇게 서로를 위해 많은 걸 하면서도 두 사람에게 '창생'은 안중에 없다. 정안은 그저 누구도 죽이지 않고 별 탈 없이 살고 싶어 하고, 사마초는 정안의 바람을 존중하며, 최후의 순간에는 누구도 해치지 않고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뿐이다. 선협 드라마에서 최후의 순간에 주인공이 희생해 모두를 살리는 설정은 흔하지만, 그 이유가 창생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최근 나온 로맨스 선협 드라마와 <헌어>의 확실한 차이점이다. 답답할 정도로 착해서가 아니라, 그저 연인 한 사람만을 위해 피땀눈물을 세트로 쏟아내다니, 이건 정말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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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어>를 잘 만든 드라마라고 하기는 어렵다. 설정에 구멍도 좀 있고, 자세히 짚고 갔으면 하는 부분을 얼렁뚱땅 대사로 때우기도 한다. 배우들 연기가 특출나게 빛나는 구간이나 연출이 정말 좋은 구간도 많지 않으며, 프로덕션 퀄리티는 힘을 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차이가 극명하다. 그럼에도 <헌어>는 보고 또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사마초와 료정안, 료정안과 사마초 커플의 이야기이며, 그 점을 마지막 장면까지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주변 인물은 말그대로 주변 인물이며, 악당들의 음모가 주인공들의 감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랑이 깊어지고, 사랑을 통해 성장하며, 사랑을 위해 희생한다. 함께 할 수 있다면 차원을 넘어서라도 찾아가겠다는 용기와 집착까지 보여준다. 진짜 둘의 이야기, 둘만의 이야기만 하는 드라마는 꽤 오랜만이라,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진비우와 왕영로는 이 드라마로 연기를 처음 봤다. 진비우는 사마초 역에 정말 딱이었다. 연기 스킬이 탁월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세상에 두려울 것 없을 만큼 강하고 그래서 오만한 사마초라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했다. 본인의 목소리로 연기한 게 신의 한 수였다. 디리러바와 함께 찍은 <모서사>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공개될 텐데, 과연 여기에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왕영로는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온갖 고생을 하게 된 료정안의 변화를 잘 표현해냈다. 성우 더빙을(배우 본인 목소리는 중저음이라고) 뚫고도 연기를 곧잘 한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서, 다른 작품에선 어떻게 연기하나 관심이 생겼다. 최근 공개된 드라마 <십이봉신>은 현대극인 데다가 내 취향은 아니라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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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선협의 그 맛을 제대로 살린 드라마, 진짜 '사랑'에 미친 커플이 사랑을 위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찾는 분들께 <헌어>를 추천한다.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분들은 유쿠에서, 퀄리티 높은 한글 자막으로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모아에서 시청하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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