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신작 중국 드라마 짧은 & 뒤늦은 감상
(최초작성 2025.12.10)
판타지 로맨스 고장극 | 허개, 전희미, 왕가이, 역대천, 오준정 등 | 38부작 | 티빙, 웨이브 등
무정은 반인반요의 존재로, 낮에는 당찬 대갓집 여인으로 지내지만 밤이 되면 묘공으로서 요괴들의 세상인 ‘요시’를 관리한다. 장안에 기이한 요괴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무정은 요괴를 잡는 매축우와 협력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진짜 정체를 숨긴 채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는데… - 웨이브 <자야귀> 시놉시스
요괴의 왕과 요괴잡는 착요사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후에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내용의 판타지 로맨스 고장극. 허개(쉬카이)와 전희미가 각각 착요사 출신의 관원 매축우와 반인반요 묘공 무정을 연기한다. 부화의 소설 [매부인총부일상]이 원작이며, <묵우운간>의 성공 덕분에 규모 있는 고장극 연출을 계속 맡고 있는 려호길길이 메가폰을 잡았다. 중국에선 8월에 공개되었고, 우리나라에선 한 달 뒤인 9월에 티빙 등 OTT 서비스에 공개되었다.
내 여름 시즌 중드 기대작 중 하나였다. 생방일 때 못 달린 게 아쉬웠지만, 한국 서비스에서 퀄리티 높은 자막으로 봤으니 불만은 없다. 재미는 있었는데 좀... 심심했다. 더 긴장감 있게 그릴 수 있었을 부분은 부족했고, 더 설레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장면은 술렁 넘어갔다.
사실 려호길길의 연출 스타일은 <묵우운간>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눈에 띄는 온갖 요소에는 힘을 다 준다고 봐야 한다. <묵우운간>은 가택암투물이라 사소한 이벤트 사이에 펼쳐지는 암류가 있는데 감독이 그걸 잘 그려냈다. 반면 <자야귀>는 요괴가 등장하고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는 판타지이지만 감성 자체는 첫사랑의 서정이 있어서 연출과 살짝 어긋난다는 느낌도 있었다. 무정과 매축우가 사랑에 빠지고 서로 밀고 당기는 걸 연출로 재미있게 그려내지 못했다.
무정 역의 전희미는 정말 예쁘고, 생기 있고, 연기를 잘 한다. 감독이 잘하는 클로즈업으로 얼굴을 잡을 때마다 무정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서 감정이 생생했다. 당차고 솔직하고 거리낌 없는 캐릭터의 성격이 전해졌다. 반면 매축우는 의무와 사명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쉽게 인정하거나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데 초중반 매축우의 들끓는 마음을 허개의 연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혼인 후 배우자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됐을 때, 진실을 알고서 매축우가 무정에게 더 집착할 때 보여준 돌아이(!) 연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자야귀>도 서브커플 맛집이다. 묘공 무정과 함께 장안의 요괴 세계를 다스리는 사공 류태진과 매축우의 사촌인 매사 커플인데, 혼약을 맺긴 했지만 남자가 여자를 열렬히 짝사랑한다. 류태진은 이미 인간과 사랑에 빠지고 그 때문에 죽을 뻔한 경험도 있어서, 매번 호감을 표시하는 매사를 무정하게 밀어낸다. 반면 매사는 요괴가 존재하고 약혼자가 뱀 요괴라는 걸 알게 된 후에도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보호하며 자유를 주려 한다. 류태진과 매사 커플은 이야기도 그렇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했다. 류태진 역의 왕가이는 경력이 길지 않은데도 캐릭터와 착붙 연기를 보여줬고, 매사 역 역대천은 어리석어 보일 만큼 선하고 마음씨 고운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암튼 설정과 서사가 마음에 들어서 끝까지 봤지만 "와! 너무 재미있어!!"라고 할 만큼은 아니었다. 애정을 쏟을 만큼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 아니었단 뜻. 생각해 보니 <묵우운간> 때도 그랬다. 연출이 안 맞아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