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지+딕스 커플 최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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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숨어서 파시는 건지, 더 이상 진전이 없어서 포기하신 건지, 아니면 정말 나밖에 파는 사람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저 이커플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바로 'NCIS 로스 엔젤레스'에서 로맨스를 담당하고 있는 켄지+딕스 커플. 참고로 이 드라마에는 브로맨스 담당도 따로 있고, 덕후썸 담당도 따로 있음. 이 둘의 로맨스가 아슬아슬하게 한발짝씩 나갈 때마다 쉬퍼(relationSHIP+(P)ER) 가슴이 쿵쿵 내려앉는단 말이죠. 원래 NCIS가 사내로맨스에는 가차없는 드라마라 본진에서 썸만 타고 쫑내버리는 짓을 여기에서도 할까봐 조마조마했어요. 그럼 지금은...? (브레넌느님 감사합니다.)
불꽃튀는 첫만남 이후(캘런: Stuck, smitten, whatever.) 파트너로 아옹다옹하며 장장 2년 넘게 아슬아슬한 선을 타던 켄지와 딕스. 이제 진짜 키스까지 한 썸남썸녀의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정하고 '못먹어도 고!'를 외치려고 한 찰나! 켄지가 갑자기 비밀작전에 투입됩니다. 개별 수사물이 뼈대인 NCIS: 로스 엔젤레스에서 긴 시간 동안 쌓아올린 이야기. 5시즌 10~19편까지 장장 10편에 걸쳐 다뤄진 하얀유령(The White Ghost) 스토리, a.k.a. 켄지의 중동기밀작전투입, a.k.a. 배우 다니엘라 루아의 출산휴가 커버스토리를 소개합니다.
네가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제발 말 좀 하라'는 서로의 마음 속 외침을 외면하던 두 사람. 4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말이 아니라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긴 했으나 그게 죽을 위기 앞에서 느낀 절박함 때문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아무튼 딕스는 작전 이후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켄지는 그런 딕스를 지켜보고 열심히 돕고 응원합니다. 딕스가 어느 정도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 켄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다음날, 팀 분위기는 어색해 죽을 것 같고, 두 사람은 파트너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작전 성공이고 뭐고 다 때려치려고 하죠. 다른 팀원들과 외부인력 덕에 여차저차 사건은 잘 해결되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위기 앞에서 이성을 잃는 자신들을 다잡기 위해 '이야기 좀 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딕스를 기다리는 켄지에게 떨어진 재배치 명령. 관계가 한 보 진전되자마자 대체 몇십보가 후퇴된 건지... 아무튼 파트너가 된 이후 항상 모든 걸 함께 해온 두 사람이 처음으로 몇개월 간 떨어지게 됩니다.
딕스는 켄지의 재배치가 자신 때문이냐고 묻지만, 상관 헤티는 시원한 답을 내주지 않습니다. (헤티는 원래 그래요.) 켄지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몸은 건강한지 알 수가 없는 딕스는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하며 미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한편 정신을 차려보니 아프가니스탄에 떨어진 켄지는 그레인저에게 자신의 임무에 대해 듣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협조하는 미국인을 추적, 사살하는 작전. 일명 '하얀 유령' 작전에서 타깃을 저격하는 임무입니다. 저격 자체는 켄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신출귀몰한 하얀 유령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문제인 거죠. 두 사람, 정식으로 사귀기도 전에 롱디부터 합니다. 대단한 연애.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습니다. 항상 모든 논리가 기승전켄지로 끝나는 딕스, 그리고 티는 안 내지만 딕스를 항상 그리워하는 켄지.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절절해집니다.
그와 동시에 딕스와 켄지 두 사람 모두 떨어져 있는 기간 동안 한뼘씩 성장했습니다. 먼저 딕스는 팀 내에서 켄지의 역할까지 동시에 해내야 했기 때문에 장난기는 줄고 진지함은 늘었죠. 평소엔 수다스럽고 장난기 많은 딕스는 다양한 스킬을 뽑내며 이제 정말 좋은 연방요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켄지와의 파트너십에 밀려 있던 캘런과 샘, 팀 선배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죠. 캘런과 샘도 이 시간 동안 딕스를 켄지의 파트너 이상의 존재로 바라봅니다. 특히 위장잡입 전문 요원으로서 동료를 사랑하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아는 샘은 딕스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4시즌에 딕스가 샘의 아내를 구한 이후 돈독해진 두 사람은 켄지가 없는 동안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 캘런을 놀리면서 점점 가까워집니다.
한편 켄지는 전쟁중인 아프가니스탄의 기지에서 '이 전쟁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고자 합니다. '하얀 유령'의 저격이 1차 목표이지만 하얀 유령이 도망가도록 계속 정보를 제공하는 '스파이를 찾는' 임무도 수행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갑자기 작전에 투입시킨 헤티,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속 상관으로 있지만 '참 미덥지않은' 그레인저 부국장, 그리고 4시즌 핵무기 케이스에서 갑자기 차출되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재회한 CIA 요원 사바티노까지... 친분은 있으나 믿기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켄지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팀원들을 그리워합니다. 결국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을 의심하고 총을 겨누게 되죠. '전쟁이 사람을 (나쁘게) 바꿔놓는' 모습을 5시즌 15편까지 잘 풀어냈습니다.
켄지는 16편에서 전쟁이 바꾼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노리던 '하얀 유령'이라는 자의 정체가, 바로 오래전 크리스마스 아침에 사라진 약혼자 잭이었던 것이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켄지는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고, 결국 하얀 유령의 사살 기회를 눈앞에서 놓칩니다. 하지만 켄지는 잭이 같은 국민을 탈레반에 넘기는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를 믿습니다. 결국 임무와 사람에 대한 믿음 사이에서 켄지는 믿음을 택하고, 스스로 탈레반 소굴에 들어가 잭을 찾습니다.
포로로 잡힌 켄지는 그나마 그곳에서 잭을 만납니다. 그곳에서 잭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걸 알게 된 켄지는 자신이 그를 죽이지 않은 것에 안도합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잭은 예전의 잭이 아니었습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그와 켄지 모두 많이 변했고, 더 이상 오래 전 서로 열렬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켄지는 해답을 찾기 위해 탈레반 소굴에 걸어들어간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 했고, 결국 인질 교환 형식으로 구출됩니다. 켄지는 잭을 떠나보낸 뒤 딕스의 품에 안겨 '너무 힘들었다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켄지의 과거에는 크게 중요한 사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아버지 교통사고 사건'을 3시즌에 마무리하고, 공백을 계기로 다른 과거인 '약혼자 실종'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통해 켄지의 삶에서 짐이 되고 있었던 일들을 모두 해소했는데요, 이것이 앞으로 딕스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 에피소드에서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건, 딕스가 탈레반과 커넥션이 있는 성직자를 고문하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NCIS LA OSP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철칙을 고수하던 딕스가 자신의 원칙을 버리는 순긴이었기 때문이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으려는 모습은 결국 딕스 자신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도 딕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괴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고문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딕스는 켄지를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감내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비정해졌습니다. 이 에피소드 이후에는 잘 언급이 되지 않지만, 딕스는 그 이후에도 가끔씩 고문의 트라우마 때문에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딕스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켄지에게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만, 우리 켄지가 그런 것에 굴복할 사람이 아니죠. 누구보다 굳건하게 딕스와의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ㅎㅎ
이 스토리의 후폭풍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헤티입니다. 켄지를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것은 사실 헤티였기 때문이죠. 하얀 유령이 잭이라는 것, 사실 하얀 유령이라는 것 자체가 CIA가 잭을 제거하기 위한 허위 작전이었다는 것, 잭의 구출 요청과 그레인저의 인원 차출 요청을 모두 부탁하기 위해 '하얀 유령'이라는 존재가 가짜인 걸 알면서도 켄지를 사지에 밀어넣은 것, 딕스에게 자신의 감정 때문에 파트너를 먼곳에 혈혈단신 있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심어준 것, 그리고 켄지를 보호할 유일한 사람인 그레인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아 결국 켄지가 탈레반 소굴에 들어가게 만든 것... 끝이 없네요. 이것 때문에 팀원들은 예전처럼 무조건적으로 헤티를 따르지 않습니다. 헤티는 이 일로 워싱턴의 청문회에도 출석해야만 했고요. 베테랑 스파이이자 정치 마인드가 반짝반짝 빛나는 헤티가 처음으로 한 실수 때문에 생긴 불신은 아직까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얀유령' 스토리는 아마 2천년대 이후 미드에서 여배우의 임신을 스토리에 넣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다룬 케이스로 남을 겁니다. 단순히 옷이나 소품 등으로 부른 배를 가리는 수준으로 그치지 않고, 배우의 부재로 발생하는 시간 공백 자체를 캐릭터에 새로운 사연을 부여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켄지의 과거를 한두편 에피소드로 끝내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 냄으로써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겁니다. 물론 이 스토리를 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기도 했습니다. 다니엘라 루아가 임신했다고 제작진에게 통보한 기간이 프리프로덕션 기간이어서 작가들이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켄지의 공백을 메울 이야기를 짤 수 있었고, 컴팩트하게 촬영한 분량을 여러 에피소드에 나눠 방송함으로써 켄지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스토리 이후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들여다 본 두 사람은 결국...! (6시즌 11편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