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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Apr 05. 2016

다시쓰는 소개글 Castle (1) 캐슬과 베켓

The Writer & His Muse

이 글은 미드 및 영화 전문 콘텐츠 플랫폼 테일러컨텐츠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tailorcontents.com

언젠가 한 번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벼르고 있었던 소개글을 시작합니다.

출처: Tumblr


그 시작


'캐슬'은 유명 추리작가의 소설에 나온 살인 방법을 재현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 작가인 리처드 캐슬이 뉴욕 경찰 강력계 형사인 케이트 베켓의 수사를 도우며 시작됩니다.

캐슬&베켓, 어우 지금에 비해선 완전 애긔애기해요 ㅎㅎㅎ

당시 캐슬은 몇 년간 써 왔던 스파이 캐릭터 데릭 스톰 시리즈를 완결시켰죠. 데릭 스톰의 행동 자체가 예측 가능해져서 쓸 재미가 없어졌다면서요. 마지막 데릭 스톰 시리즈의 출간 기념 파티에서 '뭔가 새로운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나타난 겁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처음부터 서로에게 좋은 인상이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매사에 전혀 진지하지 않은 캐슬 때문에 베켓은 그를 처음엔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죠. 하지만 베켓은 캐슬의 책을 모두 사모으고 몇 번이나 읽은 팬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예의를 다해 대하지 않는 게 짜증났겠죠.

여차저차 사건을 해결하고 이제 헤어질 시간, 같이 저녁 식사나 하자며 캐슬이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베켓은 거절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You have no idea."

그날 밤, 몇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해서 고생하던 캐슬은 영감을 받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냅니다. 얼굴도 예쁘고, 아름답고, 강하지만 슬픈 사연을 감추며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뉴욕 경찰 강력계 형사, 니키 히트였죠. 그리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조사'를 해야 한다며 자신과 친한 뉴욕 시장에게 부탁해 베켓을 따라다니게 됩니다. 이렇게 베켓과 캐슬의 특이한 파트너십이 시작됩니다.


Richard Castle & Kate Beckett

캐슬은 대학 때부터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30권 이상의 추리소설을 써낸 소설가입니다. 바람둥이 백만장자로도 유명하며 뉴욕 신문 가십난에 종종 이름을 올립니다. 미혼모의 아들이자 두 번 이혼했으며 미드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이기도 합니다. 베켓은 부모 모두 변호사인 맨해튼 중산층 출신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할 만큼 똑똑했으며, 뉴욕 경찰학교에서도 최고 우등생이었고 이후 뉴욕 경찰 사상 형최연소 여자 형사가 되기도 했으며, (아마도) 최연소 강력반 여성 반장 타이틀도 거머쥐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들이 이들의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습니다.

캐슬은 두 번 이혼했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습니다. 전처들과는 딸을 위해, 그리고 직업적인 이유로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에게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결정적인 계기가 없는 이상 항상 그들을 믿으려 합니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으며 매번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 어머니의 연습 시간에 빠져나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자라서 박학다식하고, 글을 빨리 읽습니다.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며, 궁금한 건 꼭 알고 넘어가야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땐 설사 그것이 남들이 보기엔 비논리적이라 할지라도 그 사건을 설명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베켓은 어렸을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아이로 자라났으며 뻔한 것을 싫어하는 반항적 기질이 있습니다.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고 락밴드 보컬과 사귀면서 부모의 속을 많이 썩이기도 했습니다.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을 꿈꾸며 스탠포드에 진학했으나 비극적 사건으로 그 꿈을 접고 뉴욕에 돌아와 경찰이 되고, 좋은 멘토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뉴욕 12서 형사가 됩니다. 강력계 사건 중 뭔가 이상한 사건은 '베켓 취향'이라고 할 만큼 쉽게 풀지 못하는 살인 사건을 탁월하게 해결하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남자들 중심인 강력계에서 남자 형사들과 경찰들을 휘어잡는 팀 리더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베켓은 언제나 프로페셔널하며 냉정하고, 캐슬의 어린아이같은 행동을 못 견뎌했습니다. 하지만 캐슬은 베켓이 쌓아놓은 감정의 벽을 하나 둘씩 허물어가게 됩니다. 그 처음이, 맨해튼 출신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똑똑한 아가씨 베켓이 수많은 직업 중 강력계 형사가 된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베켓이 경찰이 된 건, 1999년 겨울 어느 날 뉴욕의 한적한 골목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칼에 맞아 죽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였죠. 베켓은 자신을 도우려는 캐슬에게, 자신은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사건에 파묻혀 자신의 삶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캐슬에게도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순순히 들으면 캐슬이 아니죠ㅠㅠ 캐슬은 몰래 조애나 베켓의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캐슬과 베켓의 관계가 발전해가는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합니다.

'캐슬'은 기본적으로는 수사물이지만, CSI처럼 과학 수사로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거나, Law & Order 처럼 굉장히 사실적으로 사건을 묘사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사건보다는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캐슬, 베켓 등 캐릭터의 개성과 활약, 변화가 초점입니다. 특히 '수사물의 탈을 쓴 로맨틱코미디'답게 기본 줄거리는 캐슬과 베켓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더 볼만합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케미가 팍팍 튀는 이 커플의 별명은...

함께 해 온 시간 동안 두 사람의 캐릭터는 서서히, 그러나 드라마틱하게 발전합니다. 못말리는 바람둥이고 허세와 겉멋만 잔뜩 든 것처럼 보였던 캐슬은 점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12서 자문으로 일하는 동안 캐슬은 자신을 인정하고 아껴주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사람을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물질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따스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반면 베켓은 어머니의 사건을 해결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 전까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해 왔지만, 캐슬을 만나면서 삶의 여유라는 것을 알게 되고 행복한 삶을 원하는 것이 죽은 어머니를 실망시키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자기 직업과 삶을 즐기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고통도 행복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캐슬과 베켓 두 사람은 베스트셀러를 7권이나 쓰게 만든 작가와 뮤즈에서, 사건을 함께 해결하며 서로를 돕는 든든한 파트너로,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사랑이 됩니다. 

캐슬은 베켓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베켓의 마음을 읽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든 목숨을 걸고 베켓과 함께할 사람이 됩니다. 케이트 베켓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형사로서의 베켓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강한 껍질 속에 숨어있는 연약한 면을 위로하고, 베켓을 위해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됩니다.

그런 캐슬을 보며 베켓도 두껍게 쌓아놓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캐슬을 사랑하는 걸 숨기지 않죠. '결혼은 인생에 단 한 번'을 외쳤던 베켓에게 캐슬은 평생을 함께할 그 사람이 됩니다. 호기심 많고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어린아이같은 면도, 잡다한 음모론을 꺼내놓는 장난기 가득한 면도 좋아하게 됩니다. 캐슬의 상처를 먼저 들여다보고 자신은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확신을 줍니다. 캐슬이 베켓을 아는 만큼, 캐슬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결국!

미드에서 커플이 안 된다고 짜증내시는 분들, 이 동네는 그런 것 없습니다. 충분히 맴돌고 충분히 썸타고 나서 재밌게 연애하고 약혼도 하고 결혼도 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원래 '문라이팅의 저주(Curse of Moonlighting)'이라고 해서 미드에서 주인공 두 사람이 커플이 되면 드라마가 시청률이 떨어지고 재미없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미드에서는 커플을 안 엮으려고 했었죠. 하지만 캐슬은 커플이 되고 난 뒤에 내용이 점점 재밌어지고 시청률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Coffee & Always


두 사람의 우정, 파트너십,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물건(물질?)은 커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은 '언제나(Always)'입니다. 캐슬이 베켓을 하나 둘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베켓이 맛있는 카페라떼에는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베켓이 주문하는 커피 레시피를 정확히 알고 그대로 주문해 가져다줍니다. 캐슬이 베켓의 커피를 챙겨주지 않거나 베켓이 캐슬의 커피를 거절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고 볼 정도로 두 사람에겐 커피가 없어선 안 될 상징인 거죠. 


커피는 캐슬이 베켓에게 한 절절할 사랑고백에도 나옵니다. 이 고백 자체가 정말 감동이에요. 캐슬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사에요.

Every morning I bring you a cup of coffee
Just so I can see a smile on your face
Because I think you are the most remarkable,
maddening,
challenging,
frustrating woman I've ever met.

매일 아침 당신에게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는 건
당신의 미소를 보고 싶어서에요.
당신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훌륭하고
가장 화가 나고
가장 도전하고 싶고
가장 날 힘들게 하는 사람이니까요.

두 사람이 쓰는 '언제나(Always)'는 고맙다에 대한 대답입니다. 유치하게 굴어도 이해해 주고, 힘들게 해도 옆에서 극복하길 말없이 기다려주는 서로에게 고맙다고 할 때, 언제나 그렇게 할 것이라고 약속하죠. 믿음이 없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파트너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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