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버전별 비교
이 풍채 좋은 분의 성함은 알렉상드르 뒤마. 19세기 프랑스의 대중 소설가다. 그는 소설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낭만시대의 복수 스토리, 청춘 스토리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프랑스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풍부한 이야기를 써낸다'는 평가인데, 역사의 픽션화 수준으로는 단연 이분을 따라갈 작가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작가와 비교하면... 김진명 정도?
난 복수극보다는 청춘극이 취향이라 <삼총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소설만 읽을 땐 그냥 그랬는데 소설을 영상화한 영화와 드라마들은 생각한 청춘물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잘생긴 남자 넷이 나와서 칼싸움을 하니까, 안 싫어할 수가 없음 ㅎㅎㅎㅎ 최근에 넷플릭스를 통해서 BBC의 삼총사를 또 재미있게 보고 나서, 지금까지 영상화된 <삼총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몇 가지 버전에서 '삼총사+달타냥'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정리해 봤다.
영상화가 많이 된 작품이기 때문에, 몇 가지 기준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1.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여기 소개되는 작품들은 모두 영어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최소한 자막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작품으로 골랐다. 프랑스와 러시아 등에서 자국 언어로 많이 만들어졌는데,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모르기 때문에...
2.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영상은 봐야 하잖아요... 내가 알 수 있는 경로로 구할 수 있는 버전들만 모았다. 무성영화 시대의 작품들은 구할 방법이 없어요 ㅠㅠ
그 기준으로 추린 작품 4개를 소개한다.
감독: 리처드 레스터 (Richard Lester)
달타냥: 마이클 요크 (Michael York)
아토스: 올리버 리드 (Oliver Reed)
포르토스: 프랭크 핀레이 (Frank Finlay)
아라미스: 리처드 챔벌레인 (Richard Chamberlain)
그 외 페이 더너웨이(Faye Dunaway 밀라디 드 윈터), 찰턴 헤스턴(Charlton Heston 리슐리외 추기경), 크리스토퍼 리 (Christopher Lee 로슈포르), 장 피에르 카셀(Jean-Pierre Cassel 루이 13세) 등.
삼총사 글을 쓰고 싶다고 했을 때 한 트친께서 1973년에 나온 영화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73년작 [삼총사]는 못 구했고, 후속편인 74년작 [사총사]는 구할 수 있었다. 일단 사총사 앞에 요약된 내용에 따르면 삼총사의 스토리는 뒤마의 소설과 거의 같다. 앤 왕비는 영국의 버킹엄 공작과 바람을 피우고, 리슐리외는 권력을 탐내는 추기경으로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유머를 집어넣었는데, '재미있다'라는 표현보다는 '익살스럽다'는 표현이 맞겠다. 특히 루이 13세와 포르토스가 개그를 담당한다. 포르토스는 원래 소설에서부터 개그 캐릭터였지만 루이 13세도 그럴 줄은... 수염이 정말 웃기게 생겼다.
70년대 초중반 영화라 지금 보기엔 썩 재미있진 않다. 다만 밀라디가 내가 본 버전들 중에서 제일 섹시한 것 같다. [사총사]에는 밀라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많다. 특히 아직 솜털 파릇파릇한 청년 달타냥을 유혹해 위기에 빠뜨리는 밀라디와 그에 대해 경고하고 경계하는 아토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달타냥은 왕비의 옷을 만드는 콘스탄스를 사랑하지만, 밀라디에게서 느껴지는 '어른 여자의 섹시함'에 정신을 못 차리린다. 아토스도 첫눈에 반해서 결혼했다고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답다', '악독하다'라는 것 말고는 밀라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는다.
달타냥은 20대 청년 달타냥의 모습이, 딱 기대한 그만큼 나온다. 아토스는 역시나 술을 좋아하고 자신의 과거를 거의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달타냥을 보호하기 위해 밀라디에게 강력히 경고할 땐 조금 멋졌다. 포르토스는 익살스럽고, 아라미스는 똑똑하면서도 동정심이 있다. 하지만 달타냥이나 아토스, 심지어 리슐리외나 밀라디보다 비중 있지 않다. 이거 삼총사라면서요...?
감독: 스티븐 헤렉 (Stephen Herek)
달타냥: 크리스 오도넬(Chris O'Donnell)
아토스: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
포르토스: 올리버 플랫 (Oliver Platt)
아라미스: 찰리 쉰 (Charlie Sheen)
그 외 레베카 드 모네이(Rebecca De Mornay 밀라디), 팀 커리(Tim Curry 리슐리외 추기경), 가브리엘 앤워(Gabrielle Anwar 앤 왕비), 줄리 델피(Julie Delpy 콘스탄스)
스토리보다는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출연시켜 그 시대 코스튬을 입히고 칼싸움을 시키는 데 의의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 다시 보니까 이 영화 엉망이다 ㅎㅎㅎㅎ 씬 넘어가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고 흐름도 팍팍 끊기고... 달타냥 역의 크리스 오도넬은 이 영화에서 정말 예쁘다. 미모로 치면 (사심을 조금 담아) 리즈 시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뺨칠 정도니까. 하지만 연기는... 아마 크리스 오도넬의 필모 중 연기는 이 영화가 제일 별로이지 않나 싶다. 이 영화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올랐으니까. 근데 왜 조연상 후보지? 주연 아닌가?
역시나 다른 출연진들도 화려하다. 특히 처음 본 그때 당시엔 못 알아봤고, 이제야 크레딧을 확인하고 알아봤다. 줄리 델피가 여기 나왔다니!!! 그 외에 레베카 드 모네이, 팀 커리 등 유명 배우들이 조연진을 채웠다. 그럼 뭐하니 영화가 엉망인데
달타냥은 그냥 예쁘다 감탄만 하면 된다. 총사가 되고 싶은 20대 청년이라는 해석은 20년이 지나도 바뀌질 않는다,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아무래도 73년도 작품보다는 그 해석들이 좀 더 와닿게 연기를 한 편. 게다가 키퍼 서덜랜드, 올리버 플랫, 찰리 쉰이다. (사생활은 어떨지언정) 연기 좀 하는 배우들이 삼총사를 맡았으니, 이야기와 캐릭터가 단순해도 이들 덕분에 캐릭터가 확 살아난다. 20여 년 전에 이 영화를 보고, 키퍼 서덜랜드의 아토스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진 고독한 남자... 찰리 쉰의 아라미스는 잘생기고 똑똑한 것에 바람둥이 캐릭터까지 집어넣어서 좀 더 입체감이 느껴진다. 성직자가 바람둥이라니, 이걸 처음 봤을 땐 정말 신선하게 느꼈다(아, 나 많이 어렸구나). 포르토스에 대해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달타냥과 함께 삼총사 캐릭터 해석 중 다양한 캐릭터 해석이 안 나오는 캐릭터 투톱인듯. 심지어 이 작품에서는 앤 여왕과 밀라디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는데!!
감독: 랜덜 월레스 (Randall Wallace)
달타냥: 가브리엘 번 (Gabriel Byrne)
아토스: 존 말코비치 (John Malkovich)
포르토스: 제라드 드파르디유 (Gérard Depardieu)
아라미스: 제레미 아이언스 (Jeremy Irons)
루이 14세/필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
이 작품은 정확히는 <삼총사>의 두 번째 후속편인 <브라질론 자작: 10년 후>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소설은 <삼총사>의 30년 후를 다루는데(첫 번째 후속편은)의 제목은 <20년 후>) 삼총사와 달타냥의 최후를 그린 원작과 영화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 영화 [아이언 마스크]는 달타냥이 총사대의 일원이 된 지 30년 후, 루이 13세가 죽고 왕위에 오른 루이 14세의 폭정으로 백성들은 굶주림과 탄압에 시달리고, 파리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가 일어난다. 하지만 루이는 왕궁에서 유유자적 여유를 누리며, 아라미스에게 전쟁을 반대하는 예수회의 수장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한편 라 폰테 백작으로 돌아간 아토스의 아들 라울(브라질론 자작)과 그 약혼녀 크리스틴은 총사 임명을 받기 위해 입궁하는데, 루이가 크리스틴을 탐내면서 라울은 총사 임명을 받지 못한 채 전장으로 배치받게 된다. 결국 라울은 전쟁터에서 사망하고, 아토스는 비통함에 빠진다.
그때 아라미스가 삼총사와 달타냥을 한 군데 모운다. 총사대 대장으로 루이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치는 달타냥, 그리고 루이를 원망하는 아토스는 이미 갈등하는 상황. 그리고 몸도 옛날 같지 않고 예전의 영광도 다 사라져서 우울해하는 포르토스를 앞에 두고 아라미스는 일생일대의 반역을 제안한다. 바로 왕을 바꿔치기 하자는 것. 왕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맹세한 달타냥을 제외하고 아토스와 포르토스는 아라미스의 의견에 찬성한다. 그들이 왕과 바꿔치기할 사람은, 철가면을 쓰고 유폐된 루이의 쌍둥이 동생 필립. 이들의 음모는 결국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달타냥이 필립을 보호하기 위해 루이의 칼에 대신 맞아 죽어간다. 그리고 루이가 된 필립은 아토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여기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깜짝 놀랄 만한) 설정이 나온다. 바로 루이와 필립의 아버지가 선왕 루이 13세가 아니라 달타냥이라는 것. 앤 여왕과 달타냥이 연인 관계였고, 앤 여왕이 임신한 아이들의 생부는 달타냥이었던 것. 이 설정은 좀 많이 가긴 했지만, 루이 13세와 앤 여왕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결혼한 지 25년 만에 후계자 루이를 낳았다는 점 때문에 픽션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있는 듯하다.
달타냥을 비롯한 삼총사 캐릭터들은, 다들 아저씨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되어버리신 분들이라 캐릭터는 좀 더 무겁고 진중하다. 달타냥은 충성스러운 군인으로, 아토스는 자식을 앞세운 후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로, 포르토스는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남자로, 그리고 아라미스는 종교라는 보호막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략꾼으로 묘사된다. 30년 후에 딱 저랬을 것 같긴 함. 하지만 미국 억양을 쓰는 아토스, 프랑스인처럼 영어로 말하는 포르토스, 그리고 영국 억양을 쓰는 아라미스와 달타냥... 그런 점들을 좀 통일했으면 좋았겠다 싶다.
감독 : 폴 W. S. 앤더슨 (Paul W. S. Anderson)
달타냥: 로건 레먼(Logan Lerman)
아토스: 매튜 맥퍼딘 (Matthew Macfadyen)
포르토스: 레이 스티븐슨 (Ray Stevenson)
아라미스: 루크 에반스 (Luke Evans)
올란도 블룸(Orlando Bloom 버킹엄 공작), 크리스토프 발츠 (Christophe Waltz 리슐리외 추기경), 매즈 미켈슨 (Mads Mikkelsen 로슈포르), 밀라 요보비치 (Milla Jovovich 밀라디 드 윈터), 주노 템플(Juno Temple 앤 여왕), 제임스 코든(James Cordon 플란쳇) 등
삼총사에 첩보물과 클락 펑크 (Clockpunk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SF 하위장르 사이버펑크의 한 종류) 스타일을 가미한 액션 모험물. 원작과의 차이라면 삼총사와 밀라디는 프랑스를 위해 일하는 첩보요원 동료였으나, 임무 완수 후 밀라디는 삼총사를 배신하고 이후에는 버킹엄 공작과 리슐리외 추기경 사이에서 이중 첩자 노릇을 한다...인데, 이 영화는 어째 삼총사가 아니라 밀라디가 주인공 같은 느낌이다. 거 부인님 덕질도 정도가 있는 법이에요 감독님
이 드라마에는 비행선이 나온다. 한 대도 아니고 몇 대나! 영화 초반에 베니스의 '다빈치의 금고'에서 훔친 것이 바로 비행선의 도면이었다. 밀라디는 이를 버킹엄 공작에게 팔아넘기고, 버킹엄은 이를 몇 대나 건조해 하나는 리슐리외 추기경에게 준 것. 어린 왕에게서 프랑스를 집어삼킬 궁리를 했던 리슐리외는 왕과 왕비의 혼인으로 맺어진 오스트리아-스페인과의 동맹 관계를 끊어버리기 위해 버킹엄 공작과 앤 왕비의 스캔들을 조작하면서, 버킹엄 공작과 손을 잡고 왕을 몰아낼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히도) 삼총사와 달타냥의 활약으로 그 음모는 분쇄된다. 버킹엄은 삼총사에게 비행선을 탈취당하고, 밀라디는 삼총사에게 잡힌 후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고, 프랑스를 집어삼키려 한 리슐리외는 작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캐스팅은 놀랄 만큼 유명한 배우들을 다 끌어모았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프 발츠, 청춘스타로 떠오른 로건 레먼, 그 외에 매튜 맥퍼딘, 루크 에반스, 레이 스티븐슨, 올란도 블룸, 매즈 미켈슨, 밀라 요보비치, 주노 템플... 하지만 그러면 뭐해요 재미가 없는걸 ㅠㅠ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밀라디가 너무나 섹시하고 아름다운 스파이였다는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하는 달타냥과 삼총사도 기억에 안 남을 정도. 로건 레먼은 달타냥에는 안 어울린다... 이런 생각만 들었다. 아, 매튜 맥퍼딘 목소리는 멋진데, 저렇게 머리랑 수염 기르고 저 복장을 입으니까 뭔가 어색하고 어디서 많이 본 누군가를 닮았는데... 라는 생각만 자꾸 났다는 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뮤지컬 '해밀턴'의 알렉산더 해밀튼 - 린 마누엘 미란다가 무대 복장을 한 것과 많이 닮았다. 특히 수염이...ㅋ)
제작: 애드리안 호지스 (Adrian Hodges)
달타냥: 루크 파스퀄리노 (Luke Pasqualino)
아토스: 톰 버크 (Tom Burke)
포르토스: 하워드 찰스 (Howard Charles)
아라미스: 산티아고 카브레라 (Santiago Cabrera)
피터 카팔디(Peter Capaldi 리슐리외 추기경), 마크 워렌 (Marc Warren 로슈포르), 알렉산드라 다울링 (Alexandra Dowling 앤 여왕), 라이언 게이지 (Ryan Gage, 루이 13세), 탐라 카리(Tamla Kari 콘스탄스 보나슈) 등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이 드라마 영업을 위해서 ㅎㅎ [머스킷티어스]는 2014년부터 BBC에서 방영되기 시작했고, 현재 3시즌 방영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KBS에서 수입 방영했고, 난 넷플릭스에서 봤다. 이 버전은 원작의 핵심들은 가져오면서 드라마답게 좀 더 무겁게, 하지만 좀 더 활극답게 만들어 놓았다. 비평가들은 약간 구식이라는 비평을 하긴 하지만, 초반의 호와 불호가 반반이었던 것에 비해 극이 전개되면서 평가는 호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마 호평으로 돌아선 건 시간이 많이 주어진 만큼 캐릭터의 여러 가지 면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달타냥은 20대의 치기 어리고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젊은이로 출발하지만, 우정과 사랑과 나라에 대한 충성을 시험받으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총사로 거듭난다. 삼총사 또한 그 캐릭터에 여러 층을 더해서 흥미로운 인물들로 탄생시켰는데, 이 작업 덕분에 가장 좋아하게 된 캐릭터는 아토스다. 내가 아토스에 대해서는 이미 알 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술버릇, 작위, 밀라디와의 애증이 이렇게 와닿는 적은 없었기 때문. 포르토스는 (원작과 달리) 길거리에 버려진 흑인 혼혈아로 설정했는데, 총사가 되기 전에 도심 빈민가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면서 자라난 인물이라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유쾌함은 덜한 대신 덜 멍청하고(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나온 포르토스 캐릭터 중에 제일 똑똑하다) 예절도 바른 편이다. 세상에 포르토스가!! 아라미스는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포기했고 많은 여자들을 사랑하고 사랑받는 매력적인 바람둥이지만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책임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정~말 잘생겼다!
이 드라마가 좀 더 신선한 건 리슐리외와 밀라디, 루이 13세와 앤 여왕 등의 캐릭터와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리슐리외는 권력을 지향하며 왕을 호위하는 총사대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긴 하지만, 그의 음모는 모두 프랑스를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계획의 일부다. 다만 그것이 자신이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 있는 '왕'에게만 집중되어 있고, 그를 경계하는 앤 왕비와 총사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것뿐ㅎㅎ 밀라디가 범죄자로 설정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녀와 아토스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은 아토스의 동생과 관계되어 있다. 루이 13세는 이 드라마에서 어리고 국가 대사를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한 왕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거기에다가 약간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행동들이 더해져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앤 왕비는 혈혈단신으로 프랑스에 와서 냉담한 남편과 모진 왕궁살이에 지쳐가지만, 총사들, 특히 아라미스와 교류하면서 왕비 자리에 걸맞은 여인으로 성장해 간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야기가 한 번 트위스트...)
이 드라마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당시 시대의 자유분방한(?) 이성 간의 교류를 잘 그려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달타냥과 콘스탄스는 불륜으로 시작된 관계이지만(콘스탄스가 유부녀로 나옴) 서로를 목숨보다 더 사랑해서 결국 결혼까지 한다. 아토스는 오래전부터 사랑했던 밀라디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해서 괴로워하고(그건 밀라디도 마찬가지), 아라미스는 아무도 알아선 안 되는 연인이 있다. 포르토스는 자신이 총사대에 들어가기 전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진 후, 그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리슐리외 추기경에게도 정부가 있다. Shocker! 설정에 다소 충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것도 이 드라마의 재미이지 않을까.
2시즌까지 이만큼 달려온 삼총사는 이미 원작에서 다룬 사건들 이상으로 전개되었는데, 원작을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됩니다. 1시즌의 악역이 리슐리외, 2시즌의 악역이 리슐리외의 호위대 대장이었던 로슈포르 경이었는데, 3시즌에는 버킹엄 공작 정도 나와줘야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 3시즌 공개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