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와이프' 종영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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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CBS의 명품 드라마 '굿 와이프'가 종영합니다. 남편의 부정, 배신, 그리고 수감 때문에 상처는 있는 대로 다 받은 채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알리샤는 시간이 흘러가며 스스로 성장해 나갑니다. 알리샤의 여정을 지켜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첫 화 첫 장면, 자신의 부정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남편의 옆을 지켜야만 했던 알리샤가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알리샤는 현재 방영되는 TV 드라마 속 여성들 중 가장 멋진 캐릭터로 성장했습니다. 긴 여정을 마치는 '굿 와이프'가 알리샤를 통해 어떻게 TV 드라마에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했는지에 대해 기술한 LA 타임스의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종영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알리샤의 행복을 빌면서 그리고 7월에 방영될 한국판 '굿 와이프'를 기다리면서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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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스'이든, '쉴드'이든, '브레이킹 배드'를 언급하든,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의 르네상스는, 실제 그 옛날의 르네상스처럼, 도덕적 상대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서 시작한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는 프로타고라스의 말처럼.
케이블 채널의 어둡고 노골적인 성인등급 드라마들에서, 도덕적으로 상대적인 남자들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불안증세를 가진 조직폭력배에서부터 부패한 경찰, 정의를 실현하는 연쇄살인마와 명석한 소시오패스까지. 이제 안티 히어로 캐릭터는 모든 게 다 차려진 뷔페처럼 골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굿 와이프'가 있다.
2009년 TV 드라마판에 큰 영향을 미친 '글리', '모던 패밀리' 등과 함께 방영을 시작한 이후, '굿 와이프'는 '명품 드라마'라는 새로운 용어의 정의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미셸과 로버트 킹 부부가 만든 이 드라마는 일반 공중파 방송사의 긴 스케줄(23편, 또는 22편)을 따라가며 1주에 1개의 사건을 다루는 일반적인 법률드라마 포맷을 갖추고 있다. 피가 튀는 폭력적인 장면이나 노골적인 섹스, 비속적인 말도 많지 않다.
아, 그리고 이 드라마는 여성의 이야기다. 'ER'의 줄리아나 마귈리스가 연기하는, 남편에게 배신당한 정치인의 아내 알리시아 플로릭이 주인공이다.
드라마는 즉시 성공을 거뒀고,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텔레비전의 황금시대'의 경쟁에서 공중파 방송사도 뭔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다. 다른 공중파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고, 반면 시청자 수가 적은 케이블 드라마들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화제를 일으키는 가운데, '굿 와이프'는 가망 있는 드라마로 남아 있었다.
'굿 와이프'는 연말에 선정하는 올해의 드라마 Top 10에 들어가는 대형 4개 채널 드라마 중 유일한 작품이었고, 이는 에미상에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부문 작품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초기 2개 시즌은 작품상 후보 지명을 받았고, 줄리아나 마귈리스는 에미상을 2번 수상했다.
따라서 내일 (현지시각으로 5월 8일) 방영될 '굿 와이프'의 시리즈 피날레는 텔레비전에 지금과 같은 문화적 중요성을 부여한 1세대 "황금기 세대"의 끝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한 일종의 틀을 만들어 냈다는 측면에서 가장 거대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드라마로 꼽을 수 있다. 드라마의 르네상스가 안티 히어로 주인공들로 시작되었다면, 그 두 번째 단계는 새로운 형태의 여주인공, 더 이상 감정에 쉽게 흔들린다거나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으려 한다는 전통적인 기대 때문에 약해지지 않는 여자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웃랜더', '오펀 블랙',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 '제시카 존스', 심지어 '페니 드레드풀' 모두 다른 케이블 드라마나 디지털 스트리밍 사이트 드라마가 아니라 '굿 와이프'에 크든 작든 빚을 지고 있다. 이들 여자 주인공들은 알리샤 플로릭이 인정하길 거부했던 '경계'를 계속해서 넓혀나가고 있다.
주의 깊은 미소와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알리샤는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다른 사람들의 정의를 거부한다. 수많은 안티 히어로 사이에서 그녀는 TV 속 첫 번째 스핑크스인 셈이다.
그녀의 알쏭달쏭한 태도는 우리가 캐릭터에 느끼는 친숙함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굿 와이프'는 정치인의 아내가 자신의 배우자가 카메라 앞에서 그의 잘못을 시인하는 동안 연단과 국기 사이, 배우자의 자리에 강제로 서야 했던 이후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훌륭한 아이디어는 거대 방송사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그려졌다. 그녀의 남편 피터(크리스 노스 분)의 명예가 실추되고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한때 변호사였던 알리시아는 법조계에 다시 들어와 그녀보다 조카뻘인 동료들과 경쟁을 해야만 한다.
스토리 자체는 새 에피소드에서 새 사건을 다룬다는 필수적인 수사극 요소와 '한 개인의 여정'이라 할 만한 요소 모두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알리샤의 새 보스인 윌 가드너(조쉬 찰스 분)는 러브라인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마귈리스나 킹 부부는 이런 것들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그리지 않았다. 알리샤는 잘난 척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녀의 상처가 눈에 띄거나 감정적으로 상처받거나, 자신을 필사적으로 숨기려 하거나 화장실에서 진정제를 삼키거나 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의 형태에 근접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된다는 제약 안에서, 마귈리스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감정이 없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정에 무조건 얽매이지도 않은 채, 알리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그녀의 인생 이 순간에도 그다음 순간에도, 그렇게 계속해 나간다.
그녀의 캐릭터와 존재감은 몇 년간 독보적이었다. HBO의 '빅 러브'에도 훌륭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이들은 알리샤와 달리 여전히 가족과 결혼이라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홈랜드'의 캐리 매디슨은 아주 강한 캐릭터였지만, 캐리가 고통스럽게 흘리는 눈물과 그녀가 명석한 광기는 알리샤가 보여주는 것과 정반대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 언더우드는 알리샤처럼 침묵하거나 언질 없이 바라보기는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작품처럼 클레어라는 캐릭터 자체도 만화책에서 나올 법한 무자비함이 있다. 또한 클레어는 배우자에게 배신당한 여파나, 매일 일과 가정에서의 힘든 일, 사무실 정치판의 배신 배반을 겪어야 하는 보통의 여성은 아니다.
'굿 와이프'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알리샤만큼 복잡한 다른 여성 캐릭터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치 판자비의 칼린다, 크리스틴 바란스키의 다이앤, 맥켄지 베가의 그레이스 등이다.
'굿 와이프'의 초기 시즌은 공중파와 케이블 텔레비전의 감성이 놀라울 정도로 조화를 이뤘고, 전통적인 법률드라마와 영리하고 섬세한 캐릭터 드라마가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완벽한 조합이 가끔씩 어긋나기도 했다. 22개 에피소드 제작의 어려움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사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캐릭터 중심이면서도, 캐릭터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져가기에는 법정 드라마라는 틀에 너무 묶여 있었기 때문에, '굿 와이프'는 어느 정도 '다운튼 애비' 신드롬을 겪어야 했다.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들을 한 곳에 모아두기 위해서 플롯을 재활용하기도 했고 주요 캐릭터들이 너무나 많이 체포당해야 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출연진 변화나 촬영장 내 불화 소문 등에도 불구하고, 알리샤의 이야기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알리샤는 좀 더 복잡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캐릭터로 성장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이와 동등하게 복잡다단한 여성 캐릭터가 여러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좋은 싫든, 킹 부부는 '굿 와이프'를 시작 지점으로 돌려놓았다. 피터는 감옥에 들어갈 위기에 처하고, 알리샤는 다시 한 번 드라마의 제목인 '양처(굿 와이프)'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선택이 쉬울 수 있지만, 다른 드라마의 피날레들이 그러하듯이, 어떤 선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굿 와이프'는 이미 큰 족적을 남겼다. 우리는 알리샤의 가늠할 수 없는 고요함과 수수께끼 같은 힘이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르네상스에는 모나리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