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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달 Sep 25. 2016

디스 이즈 어스

디스 이즈 퍼펙트

이번 시즌 내게 가장 큰 혼란을 안겨준 드라마 소개글. "같은 생일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설명만 들어서는 SF인가 싶은데 이건 장르물이 아니란다. 게다가 배우들도 눈을 반짝거리며 작품 이야기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콘셉트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파일럿을 미리 본 비평가들의 반응으로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웠다. "올해 최고의 신작?" 게다가 방송사의 과감한 편성은 무서울 정도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 보이스 The Voice 바로 뒤! 소식을 들으면 들을수록 미스터리한 이 드라마에 정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1화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됐다. 크레디트가 뜬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고, 머리는 충격을 받은 듯 살짝 어지러웠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야기는 생일을 맞은 네 사람, 잭, 케이트, 케빈, 그리고 랜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잭은 그의 생일을 만삭의 아내와 축하하려 하지만, 아내의 뱃속에 자리 잡은 세 쌍둥이는 아버지의 마음도 몰라주고 한 달이나 일찍 세상에 나오려 다. 케이트는 그 어느 때처럼 냉장고를 열어서 뭔가를 먹으려 하지만, 수많은 음식에는 먹으면 안 된다는 포스트잇만 붙어 있다. 그리고는 몸무게를 재려고 저울에 올라섰다가, 미끄러져버린다. 저스틴은 파티가 한창인 저택에서 여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해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다. 그리고 랜달은 그의 아내에게 오래전 자신을 버렸던 생부를 마침내 찾았다고 말다.


네 사람의 36세 생일은, 그렇게 지나다. 케이트는 드디어 살을 빼겠다고 결심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에 나가고,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와 데이트를 다. 저스틴은 자신이 주연을 맡은 시트콤 촬영장에서 자신을 그저 눈요깃거리로 쓰려는 제작자들 앞에서 폭발한다. 랜달은 자신을 버린 생부에게 그를 미워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늙고 약하게 변한 생부를 보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그리고 잭은 세 쌍둥이를 모두 살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 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


... 이렇게 줄거리만 정리해서는 이 에피소드, 이 드라마의 감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각각의 이야기는 드라마 안에서 매끄럽게 교차되고 이어다. 살 때문에 고민하는 케이트,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저스틴,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확신받고 싶은 랜달,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품에 안기를 기다리는 잭. 이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어느샌가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This Is Us / 이미지출처=NBC


마지막 장면에서, 잭의 아이를 받은 산부인과 의사가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잭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 "삶이 그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신 레몬을 주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 비슷한 것이라도 만들어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해도, 그 시련마저 온전한 자기 것으로 만들면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라는 말. 어찌 보면 내 고통 몰라주고 하는 소리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이 에피소드처럼 아름답게 보여준다면 더욱 수긍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정말 훌륭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도 한방에 해결하고, 이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보여주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한껏 기대하게 만들기도 다. 파일럿만으로도 이 작품은 완벽하다.  그냥 이 한 편, 한 편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설사 시청률이 낮아서 캔슬된다고 해도 이 에피소드 하나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


얼른 2편을 보고 싶다.


+

이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의 이야기도 잠깐. 댄 포겔먼 Dan Fogelman. 애니메이션 '라푼젤 Tangled'와 '카 Cars', 영화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Crazy, Stupid, Love'의 극본을 쓰고, 드라마 '네이버스 The Neighbors'와 '갈라반트 Galavant' 를 만든 사람이다. 모두 똘끼있고 엉뚱하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들이다. 이번에는 '디스 이즈 어스'와 함께 '핏치 Pitch'라는 스포츠 드라마를 동시에 제작한다. '핏치'는 경쟁 프로그램이 너무 막강해서(풋볼...) 시청률은 좋지 않지만, 이것도 정말 재미있. 두 편을 보고 나니 이 작가, 정말 보물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 더 기대된다.


++

'디스 이즈 어스'의 방영이 끝나고, 제작자와 배우들이 함께 모여서 10분 정도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웹 시리즈가 공개된다. 1화 스포일러가 있으니, 1화 시청 후 보시길.


출처: This Is Us 유튜브 공식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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