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입고 다니는 동네의 영웅
루크 케이지 다 봤어요! 사이다와 고구마를 번갈아 선사하는 밀당쩌는 드라마...ㅜㅜ
솔직히 말해서 저는 데어데블과 제시카 존스를 재미있게 본 편은 아니에요. 그 이유라면... 아마 보는 사람마저 괴롭게 만드는 처절함 때문이겠죠. 데어데블의 경우에는 맷 머독이 너무 많이 맞아서 (...), 제시카 존스의 경우에는 제시카가 겪는 고통이 너무 생생해서 (ㅠㅠ)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디펜더스를 봐야 하니까... 어떻게 해서 루크 케이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쿨하고, 스타일리쉬한 음악과 문화를 스토리와 결합한 시도가 여기저기에서 빛나고 있었어요. '할렘'이라는 지역이 가진 상징성과 문화, 그리고 이를 루크 케이지라는 "동네의 영웅"과 결합하면서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 등에 대해서도 적절히 지적하고 있어요. 물론 코믹스의 설정과 러브라인도 빠뜨리지 않고요.
1시즌은 루크가 정말 "할렘의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부패한 정치인과 갱이 지역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할렘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영웅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보여줍니다. 영웅의 시작은 언제나 개인적이고, 그 성장의 기회도 개인적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초기 루크의 각성을 도왔던 인물 '팝'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는 데어데블에서 등장한 클레어가 다시 나와서 루크를 돕고, 원작에서 나온 것처럼 러브라인을 만들죠. 그 사이에 클레어는 이미 뉴욕의 슈퍼히어로를 돕는 지원군이 되었고요. 이제 보니 클레어가 제시카 존스에 등장한 건 사실 루크 케이지에 등장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네요.
루크는 영웅으로 각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다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는지, 자신이 왜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래 전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왜 자신을 너무나 미워하는지도요. 하지만 루크는 팝이 말한 것을 실천합니다. 충격적인 과거를 모두 잊고 앞만 보려고 하죠. 억울하게 씨게이트에 갇혀 죽을 날만 바라보던 칼 루카스가 아니라 "할렘의 영웅" 루크 케이지로 살고자 합니다.
아... 그런데 마지막이 마음에 안 들어요. 내가 이걸 왜 열심히 봤는데!! 13시간을 투자한 게 순간 허무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럴 거면 루크가 왜 영웅으로 각성한 건지 싶을 정도로요.
마이클 콜터는 여전히 연기를 못하지만 (...) 그게 오히려 순박하고 우직한 루크 케이지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악역들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겉과 속이 다르고, 기회주의자적인 정치인 연기를 한 알프레 우다드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분의 섬세한 연기를 보고 있으면 다른 악역들은 그냥 폼만 잡는구나 느껴질 정도로요. 미스티는... 왜 루크 케이지에게 집착했는지, 왜 그렇게 물불 안 가리고 진실을 향해 덤벼드는지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었어요.
암튼 이 드라마, 위에서 표현한 대로 사이다와 고구마를 번갈아 선사합니다. 하지만 뭘 먼저 주고 나중에 주는가에 따라 보는 사람이 속이 시원할 수도, 속이 터질 수도 있죠. 어느 쪽일까요? 그건 직접 확인하세요!
p.s. 디펜더스 전편과 후편을 아우르는 떡밥이 풍~성합니다. 심지어 잊고 있었던 MCU 떡밥까지! 이거 하나하나 발견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p.p.s. 그래서 아이언 피스트가 언제 나온다고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