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오래전에 받은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 함께 스타벅스로 향했다. 프라푸치노 두 잔과 케이크 한 조각으로 구성된 세트라 마음이 들떴다.
굳이 그대로 먹을 필요가 없어서, 어떤 음료로 바꿔 마실까 고민하며 메뉴를 살폈다. 평소 마시던 것만 마시던 동생이 처음 보는 음료라며 관심을 보인 게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은 음료
더운 데다 비도 오고 제법 걷기까지 한 상태라 꿉꿉한 기분이었던 나는 이 음료가 그저 "아이스"라는 게 아쉬웠다.
이 맛으로 프라푸치노도 있으면 좋을 텐데.
동생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럼 뭐 다른 걸 마셔볼까 고민하려는데, 마침 카운터에 처음 보는 홍보물이 있었다.
시크릿 레시피!라는 매력적인 문구와 함께.
딱 원하던 거예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바라는 순간 이루어지다니. 이런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라, 그 자체로 동생도 놀라워하며 음료를 받아올 때까지 연신 감탄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 신기한 기분과 얼그레이 프라푸치노를 만끽했다. (제법 맛있었는데, 우유맛이 강해 내가 동생 것까지 좀 마셨다.)
처음엔 마냥 신기했는데, 비어 가는 음료잔과 함께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테오라는 스타벅스 파트너는 얼 그레이 맛 프라푸치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덕분에 비슷한 바람을 가진 나는 원하는 걸 오늘 이뤘다. 어찌 보면 시공간을 뛰어넘은 꿈과 꿈의 실현이다.
테오라는 파트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음료를 제조하고 내놓았다. 어찌 보면 그리 특이하지도 않고 '참 맛있을 텐데'하고 잠시 생각하고 말 듯한 레시피지만, 없어서 못 먹는 맛을 끄집어낸 거다. 남들보다 먼저 구체화하고 실현화한 것이다.
내가 과연 스타벅스 파트너였으면, 먹고 싶지만 너무 뻔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을까? Simple is the best, 단순함이 최고다,라는 말은 새까맣게 잊고 말이다. 결국 나 같은 손님은 먹고 싶다고 생각한 그 음료를 먹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발 늦어 그 레시피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도 아니라면?
레시피를 고안해 내는 노력과 수고 없이 먹고 싶은 걸 먹었다는 만족감, 그리고 나와 비슷한 입맛과 바람을 가진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연결되는 순간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시공간을 뛰어넘은 비슷한 감성과 생각 덕에 존재하게 된 음료와 위 사진에도 있는 "고객 득표수 1위"라는 명함은, 결국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느낌마저 주는 걸 보면 말이다.
"얼 그레이 브라운 슈가 크림 프라푸치노"라는 길고 사랑스러운 음료를 마시며 그렇게, 잠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