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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Apr 27. 2024

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나

남들의 것에 기웃거리는 자의 끝

실제 시간으로 5분도 안된 일이다.


여러 가지 생각과 우울감에 빠져있다가 갑자기 현타가 왔다.

(현타의 사전적 의미)


그 순간은 너무도 강렬해서 주저 않고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앱을 열어버렸다. 다만 몇 줄로라도 그 짜릿한 현타의 순간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었다. 날것 그대로의 헐벗은 문장이라도 좋을 것만 같았다. 심장이 펄떡 뛰었다.


반짝반짝 짜릿짜릿 빛나는! 이건 써야해!!

서둘러 앱을 누르자 메인화면이 떴다. 얼른 글쓰기로 들어가려는데 오오? 이건 뭐야? 내 갈대 같은 정신머리는 추천으로 뜬 브런치북에 꽂혀 순식간에 집을 나가고 말았다. 결국 빨리 한번 둘러본다는 게 그다음 브런치북에도 홀려 홀라당, 또 넘어가버렸다.


'이런 소재도 간단하게 풀어쓰니 재밌네. 이 글은 좀 기니까 패스. 이건 짧은 글이지만 그만큼 잘 읽히면서 의미도 있네.'


짧은 글을 쓰겠다고 들어온 터라 짧은 글도 좋다는 확증편향적 감상을 하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 2~3분 동안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 쓰려던 현타에 대한 글을 나도 써도 될 것 같은 그런 자신감!


글쓰기를 눌렀다. 그 순간 깨달았다.


......?!

아... 내가 원래 전하고 싶었던 그 강력한 현타의 순간은, 그 메시지는 이미 내 안에서 흔적도 없이 새어나가 버렸다. 남은 것은 오로지 현타를 느꼈던, 글로 표현하고 싶다 생각하던 넘치는 욕구뿐.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남의 것에 현혹되어 내 손에 잡힌 걸 모르는 사이 잃은 꼴.


허무함에 온몸의 힘이 손끝 발끝으로 주룩주룩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알맹이 없이 오로지 욕구만 남아버린 그 공허함 속에 (덜 강력하지만) 현타가 또 한 번 찾아왔다. 미약하더라도 이번만큼은 놓치지 않으리라.


이 글은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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