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뜻하지 않게, 한 달 만에 한 달간의 휴가를 내게 됐다.
내가 다니는 스크린골프장은 3개월 등록을 할 경우 딱 한 번, 최대 30일까지 쉴 수 있다. 갑자기 개인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휴회 신청을 했다. 매일같이 연습을 해서 그런지 팔이 좀 오래 아파 쉴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과 동시에 기껏 익힌 것들을 한동안 내려놓는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러다 "골린이"로 입문하면서 들던 수많은 생각들을 적어놓았던 포스트잇을 떼어보며 "골린이"로서의 내 첫 한 달이 어땠는지 돌아보았다. 고작 한 달 하고 무슨 할 말이 이렇게 많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딱 한 달하고 쉬게 되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이 많은 것 같다. 모든 것은 너무나 새로웠고 신기했으며 작은 경험 하나조차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웃기게도, "골린이"로서의 부캐가 만들어지는 동안 그 전의 내 또 다른 부캐인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다시금 확고해진 것 같다. 스크린골프장에 매일 들락거리면서 생각난 것들을 적어놓은 메모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이런 마음을 다른 "골린이"들도 느끼는지, 이미 골프에 숙련된 사람들도 "골린이" 시절에는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고 또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결국 새로운 경험은 글감이 되었고, 그렇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가 느낀 이런 많은 것들은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입문자, 즉 “어린이”와 닮은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내 생물학적 나이는 이제 도무지 어린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새로 배우는 시점에서 다시 “어린이”가 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신조어로 쓰는 “ㅇ린이”라는 말이 어찌 보면 초보를 귀엽게 부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말은 상대를 낮춰보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무언가 시작하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드높여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언제까지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