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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yellowruby Jun 22. 2024

그가 사랑을 하면 좋겠다

20살 임윤찬의 리사이틀

올해 5월부터 6월이 된 지금까지 나의 듣는 귀는 유독 바쁘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협연만 했던 조성진의 무대를 보다가 드디어 임윤찬 군의 (유독 왜 임윤찬 피아니스트만 윤찬 군이란 애칭이 착 달라붙는지 ^ㅎ^. 앞으로 쭉 내 멋대로 윤찬 군으로 부를 것 같다) 리사이틀의 일정까지 다가왔기 때문.


여행을 갈 때도 미리 계획을 짜거나 도시에 대한 백그라운드를 조사하지 않고(그거랑은 다르잖아요?ㅎ_ㅎ) 영화 역시 예고편을 보지 않으며 뮤지컬 넘버 역시 먼저 들어보지 않는 내가, 유독 클래식 무대를 보러 갈 땐 예습이란 걸 하곤 한다. 욕심이 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그것들을 좀 더 깊게 이해하고 내 취향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픈 욕심. 하지만 3n년간 형성해 온 내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번에도 리사이틀 프로그램이 공개되고 차이코프스키 사계를 듣다가 자꾸 데이식스 노래로 플리를 바꾸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의 취향

나는 꼭 그런 것 같다. 남들이 보편적으로 칭송하고 극찬하는 작품에는 (영화, 미술, 책, 음악 모두!) 한 30% 정도의 공감하는 것 같은데 이 마저도 유명한덴 이유가 있지라고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타입이다. 대학생 때는 ‘내가 혹시 홍대병이라도 걸린 건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나 자신을 좀 인정해 주기로 했다. 개인의 취향에 ‘보통’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데는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다. 마음이 끌려버리는 걸 어쩐담!


이카루스 임윤찬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음원으로 접할 때마다 그의 연주가 너무 궁금했다. 사람들이 그의 천재성에 극찬하는 이유와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꼭 맞는 피아니스트일지가 궁금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흔히 거장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피아니스트의 10대 그리고 20대의 연주를 들을 수 없기에, 임윤찬 그가 나중에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새싹이라면 지금 이 순간이 일분일초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만 하는 너무나도 벅찬 순간일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런 설렘을 가지고 공연장에 들어갔고 입장하는 윤찬 군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냥 귀여웠다. 이제껏 미디어에서 접한 20살이 된 윤찬 군은 쏟아내는 말마다 명언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쇼팽 에뛰드 녹음을 해놓고 모든 것을 쏟아내어 자신에게 남은 것이 없어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전혀 다른 곡들로 구성하겠다는 예술가였다. 하지만 피아노를 향해 얼레벌레 들어오는 윤찬 군은 10대를 갓 벗어난 마냥 귀여운 소년이었다.


그렇게 그의 연주는 인터미션을 포함해서 두 시간 정도 진행되었고, 나는 그의 모든 연주를 최대한 집중해서 듣고 보고 머리와 가슴에 담았다.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으려 했고, 분석은 더더욱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저 내가 느끼는 감정만 기억하고 싶었다. 윤찬 군은 마치 태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카루스 같았다. 자신이 타고 있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어쩌면 타버려서 전소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태양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강하면 저렇게 자유롭게 달려갈 수 있는 걸까?


그가 사랑을 하면 좋겠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조성진 피아니스트와의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아도 마음속으로 자연스레 생기는 마음을 어찌하나. 내가 윤찬 군의 연주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조성진 피아니스트는 사랑을 하고 있구나’였다. 그게 어느 형태의 사랑인지 관계없이 윤찬 군도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되면 느끼는 감정의 폭과 감정의 표현 방식 모두가 깊어지고 ‘나에 맞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 사랑을 하기 전에는 내가 하는 사랑의 모양은 어떤지, 나는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을 해봤다고 이를 모두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깊은 사랑을 거쳐가며 점점 성숙해지고 나의 마음을 다림질하는 과정을 거쳐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음악으로 듣고 싶다. 음악으로 표현되는 그의 감정의 연주가 기대되고 사랑을 해본 그리고 사랑을 하는 임윤찬의 무대가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 살면서 여러 연주자의 많은 무대를 접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무대를 접할수록 나의 개인적인 취향은 점점 확고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주자들의 무대는 다 소중하고 감탄스러울 것이다. 그 속에서 연주자가 살아온 인생과 감정을 듬뿍 담은 무대들을 접하고 싶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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