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

두 번째 신화

by 사아

바스러진 매미 허물, 마른 낙엽이 그 위를 덮었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걸었지. 돌바닥 틈마다 밟힌 꽃들이 썩고 있더라. 그러다 발견했어. 오류 하나를. 사진 촬영 모델로 한 번 본 적 있는 여자였어. 이 도시랑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조용한. 술잔 너머 오르였지.
입이 멋대로 열렸어. 엄마, 군대, 배달 얘기. 오르는 한 번도 내 말을 끊지 않았어. 놀라지도 않았지. 함부로 위로하지도.
오르는 늘 상냥했어. 그 뒤로 몇 번 더 만났을 때도. 그래서 의심했지. 내 몸엔 가시가 돋아 있었거든. 찔리면 다들 물러났으니까. 오르는 안 그랬어. 더 가까이 왔지.
나중에 그러더라. 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편안함을 느꼈대. 뭐 때문인지는 안 말했어.
몇 달 뒤 엄마 집으로 데려갔어. 그즈음 엄마와 누나도 마포구로 다시 이사 했거든. 내 자취방과 가까운 거리로.
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고민했지. 맞나 싶어서.
오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곁에 앉았어. 멈칫하지 않았지. 엄마 표정이 풀리더라. 그 집에 올 사람은 자식 둘 말고 없었으니까.
“이름이 뭐에요?”
“오르예요.”
“오르… 놀러 와줘서 고마워요. 자주 와요.”
오 분쯤 뒤 엄마가 또 물었어.
“근데… 이름이 뭐였죠? 미안해요, 자꾸 까먹어서.”
오르는 웃으며 다시 말했어. 엄마는 또 미안하다고 했지. 오르는 또 웃었고. 그러곤 엄마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그대로 돌아봤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가기 직전엔 엄마 손을 자기 두 손으로 감쌌지. 나는 창밖만 봤어.
그 뒤로도 그랬어. 엄마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오르는 매번 웃으며 돌아봤지.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에도. 한참 뒤에 오르가 그러더라. 처음엔 걱정했다고. 쉽지만은 않았다고.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