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감독

by 강후림


한 아이가 물었다

야간자율학습 아니고

야간타율학습 아닙니까

한 달 개근에 대한 보상이랍시고

야자면제권이란 걸 수여하던 시절의 이야기

별 뜻 없이 빙글대는 얼굴에

기어코 당위를 부여하고 마는 부지런이라니

스스로 필요한 공부 찾아서 하라고 자율인 게다

하루 종일 하라는 대로 했으니

니 쪼대로 좀 해 보라고

잘 갖다 붙이시네요

아, 왠지 진 것 같은 기분


시대가 바뀌어

아이의 바람대로 되긴 했는데

대낮에 쏟아져 나가는 꼴들을 보자니

입에서 쓴내가 난다

돌아서는 뒤통수에 대고 묻는다

다들 어디로 가시나요

그곳에선 자유로우신가요



드문드문

휑뎅그렁한 꼴 볼썽사나워

남은 아이들 죄다 모아

교실 하나 겨우 채우고 보니

아무도 서로에게 관심 없으면서

모두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이곳은

숨죽인 각개 전투의 현장

누가 적인지 차마 말할 수 없어라

낡은 훈장 하나 달고

뒷짐 지며 걷는 무력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