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책(공저)이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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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삶을 바꾸는 수단이기 이전에, 우리 인생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입시와 성공이라는 좁은 정의를 넘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삶에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그 다채로운 배움의 기록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12명의 공부 이야기
평생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냈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을 거쳐 다시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부대끼며 산 세월까지, 내 인생의 대부분은 책상과 칠판, 그리고 종소리와 함께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의 공부는 즐거움이나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점수와 순위로 나를 증명하려 무던히 애쓰며 드문드문 찾아오는 성취감으로 그 시절을 버텼을 뿐이다.
교사가 되고 나서는 또 다른 모순에 직면했다. 정작 나 자신도 공부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공부’라는 말이 진실하지 못해 나는 종종 부끄러웠다. 때로는 나 자신이 대학으로 가는 정거장에서 학생들을 각기 다른 열차에 실어 보내는 역무원 같았다. 학창 시절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시스템의 한계가 선명해질수록, 그 톱니바퀴가 되어버린 내 모습에 자주 회의했다. 학교에서 말하는 공부가 한없이 좁고 가볍게 느껴졌다.
그러다 학교 밖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진짜 공부가 시작되었다. 철학 스터디에서 삶을 이끄는 문장의 힘을 체감하고, 시집 읽기 모임에서 분석 대신 몰입을 경험하며, 그림책 수업을 통해 그림책의 예술적·교육적 가치에 깊이 공감했다. 여러 글쓰기 모임을 거치며 세상에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시험도 성적도 줄세우기도 없는 자리에서 공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배우는 과정 자체가 벅찬 기쁨이 되었고, 목마른 나무가 물을 만나듯 공부는 내 삶의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갈증과 깨달음의 기록을 모아, 저마다 다른 궤적을 지닌 11명의 저자와 함께 『공부가 좋아서』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공저를 쓰는 과정은 그 자체로 거대한 공부의 장이었다. 서로의 글을 읽고 합평하며, 거듭된 수정을 거치는 동안 ‘나’라는 좁은 세계를 넘어 타자라는 지평을 향해 시야를 넓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냉정하게 확인하고, 독자의 복잡한 맥락을 고려하며 문장을 다듬는 시간은 글쓰기의 기술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귀한 과정이었다.
책의 첫 파트이자 나의 기록인 <국어 교사의 공부 : 학교 안팎을 잇는 배움의 길>에는, 시를 정답으로 가르치던 관성에서 벗어나 시의 여백을 학생들의 삶으로 가져오려 했던 분투가 담겨 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며 만난 그림책이 교실 속 공존의 언어로 피어난 과정, 나를 정직하게 마주하며 써 내려간 문장들이 자기 치유를 넘어 유의미한 글쓰기 수업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촘촘히 엮었다. 이 모든 기록은 결국 나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돌보기 위한 치열한 성찰의 흔적들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교실에서 마주할 아이들에게 공부가 단지 입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발견하고 삶을 확장해 나가는 즐거운 탐험의 과정임을 진실되게 말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와 동료들의 진심이 담긴 이 책이, 성공의 도구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공부를 일구어가는 모든 이에게 다정한 울림으로 가닿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