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용원 Apr 11. 2021

당신 삶에는 부서지지 않을 원칙이 있습니까?

'원칙'을 읽고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성공한 사람을 다루고 있는 책에는 누가 작성한 것과 상관없이 멋지고 좋은 이야기들이 넘쳐흐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렇게 읽히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생각지도 않았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현시대 최고의 헤지펀드로 불리는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의 '원칙'을 읽는다면 말이다.

  

(자료 : 교보문고)


이 책에서 달리오는 자신의 실패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사업이 어려워져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시 월스트리트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고민까지 하게 된 그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실패를 극복해낸다. 솔직히 말해 현재 성공한 사람의 예전 실패담은 가끔 재수 없게 읽힌다. 누구나 실패를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나라서 그런 실패를 이겨냈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달리오는 실패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 


크게 실패한 이후 나는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멋진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죽지 않고 '어떻게 위험한 밀림을 통과할 것인가?'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몰락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들 중 하나였다. 나의 공격성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겸손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틀리는 것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을 배우게 됐고, 사고방식도 '내가 옳다.'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사물을 보는 전문가들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다른 전문가들과 신중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나는 그들의 이론을 이해하고, 그들은 나의 이론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 모두는 옳게 판단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옳은 답이 나한테서 나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단지 정확한 답을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서 듣기 위해서는 내가 극단적으로 개방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됐다. 1. 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2.의견을 밝히지 말아야 하는 때를 알아야 한다. 3.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원칙들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체계화하라. 4.큰 이익을 지키고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위험의 균형을 유지하라.
-레이 달리오, 2018, '원칙'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정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더욱 어려운 것은 타인을 통해 옳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인정이 자신보다 나은 타인에 대한 인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많은 것을 경험했고 알고 있다는 사람 중에 그러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중에게 노출되는 각종 미디어 혹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 중에 자신의 무지와 타인의 옳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솔직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달리오의 원칙들은 실패라는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가 만들어낸 일종의 무기와도 같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달리오의 인생과 일에서의 원칙들은 어찌 보면 흔한 것이다.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누구나 인생의 원칙을 가지고 있고 일에도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달리오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원칙들도 그냥 읽어본다면 '맞는 말이네, 당연한 말이네' 하고 넘어갈 만한 것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원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하고 삶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달리오는 구도자의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현실에 대한 이런 관점을 갖게 되면서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기 시작했다. 고통에 좌절하거나 압도당하는 대신, 내가 배워야 할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자연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어려움을 경험하고 그것이 주는 교훈을 찾아내는 일은 나에게 일종의 게임이 됐다. 게임을 많이 할수록 그만큼 더 잘하게 되고, 그 상황이 덜 고통스러워지고, 원칙을 개발하고 성찰하는 과정도 더 보람 있었다. 그리고 이런 원칙들을 활용하는 데 따른 보상도 뒤따랐다. 운동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내 생각에 이것은 매우 건전한 사고방식이다.
-레이 달리오, 2018, '원칙'


구체적으로 달리오가 제시하고 있는 인생의 원칙과 일의 원칙 중 필자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일의 원칙에 관한 것이다. 일의 원칙은 일이 어떻게 하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달리오는 조직이 문화와 사람으로 구성된 기계라고 정의하며, 올바른 문화 만들기와 인재를 구하고 관리하는 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아마 이 책에서 조직에 대한 달리오의 원칙들을 읽게 된다면 상당수가 동의를 하면서도 고개를 저을 것이다.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말처럼 달리오의 원칙들이 현실 조직 운영에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리지워터는 중간 수준의 기준을 느릿느릿 따라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매우 높은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탁월한 성과에 따라오는 만족감을 얻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탁월함,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지속적인 발전과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기업이다. 탁월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좋은 것이다. 나이나 경력에 근거한 서열은 필요 없다. 권력은 개인의 위치가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 누가 아이디어를 냈든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승리한다. 스스로 하는 비판과 다른 사람들에 의한 비판은 개선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비판은 파괴적이 될 수 있다. 비판은 객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비판하거나 비판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서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준보다 낮은 성과를 용인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 협동과 단체 정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1)팀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주도록 책임을 인식하고, 2)단체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의지를 일컫는다. 우리의 운명은 서로 엮여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연한 결과로 기준 이하의 성과는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장기적인 관계는 a)본질적으로 만족감을 주고, b)효율적이며, 의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직무를 바꾸는 것은 재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질이 발생한다. 돈은 목표가 아니라 탁월함의 부산물이다. 브리지워터의 최우선 목표는 탁월함과 지속적인 발전이다. 명확하게 말하면 우리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 없이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이런 철학으로 지속적으로 일한다면 우리는 생산적이 되고, 회사는 재정적으로 풍족해질 것이다. 나이나 경력에 근거한 서열은 필요 없다. 브리지워터에서 개인은 이런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할 책임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기업의 주인처럼 행동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 2018, '원칙'


다들 동의하지만 현실에서는 실현이 어렵다. 왜 그럴까? 달리오의 원칙이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조직의 운영이 반드시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응?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사실 조직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조직의 운영은 꼭 그렇게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달리오 역시 그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지 않으면, 원칙에 입각한 조직 운영 방법은 실패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권력이 지배한다. 이것은 어떤 체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개인적 목표보다 체제의 원칙들을 더 가치 있게 평가했을 때 정부의 조직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은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사람들이 체제를 훼손할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고, 체제를 유지하고 싶은 욕망보다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은 욕구가 더 클 경우 체제는 실패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원칙을 지지하는 권력은 개인적 이익보다 원칙에 입각한 조직 운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다수가 원칙에 기초한 체제를 바라고, 이를 위해 투쟁하도록 하려면 사람들을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대우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 2018, '원칙'


모든 형태의 조직에는 서열이라 불리는 위계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권력관계 또한 존재한다. 문제는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권력관계가 종종 조직의 목표를 넘어서서 작동한다는 것에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동일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하급자가 상급자를 설득시키는 것이 쉬울지 그 반대가 쉬울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조직의 의사결정에 권력관계는 참고는 될 수 있어도 핵심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보통 반대다. 그런 점에서 달리오는 흔히 조직 운영에 강조되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예리한 시선을 보여준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나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리더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이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자신을 따르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리더들은 자신을 '따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리더는 질문과 의견의 불일치를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사람들이 지시를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리더는 의사결정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리더들은 겉으로 보이는 만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서서히 나타난다. 그 결과 한 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종종 그를 제거하고 싶어한다. '리더'와 '추종자'사이의 이런 전통적인 관계는 내가 생각하는 효율성과는 정반대이다. 리더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불확실성, 실수 그리고 약점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 완벽한 척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또 자신을 잘 따르는 사람들보다 자신의 생각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중한 토론과 의견의 차이는 리더의 능력을 검증하고,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레이 달리오, 2018, '원칙'


그런 점에서 달리오는 성공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활용한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심플하게만 요약하면 신뢰도 가중치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신뢰도 가중치는 A와 B의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도가 다르다는 것을 뜻하며 그러한 차이는 개별 직원들의 경험과 경력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도구들을 통해 형성된다. 이에 따르면 가장 신뢰도가 높고 권력이 강한 사람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들의 반대가 가중치 합산을 통해 이를 넘어선다면 받아들여지기 힘들게 된다. 달리오의 표현에 따르면, '비록 내 생각이 최고라고 집요하게 주장했지만', 그는 40여 년 동안 이러한 신뢰도 가중치 결정에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은 브리지워터를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로 만들었다.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성공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성공에 얽힌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진다. 나에게도 그러한 성공이 찾아와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사실 성공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 또한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원칙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을 실천하는 것은 달리오의 말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필자 역시 집요할 정도로 자신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듯한 달리오의 글에서 목을 죄어 오는 압박감마저 느꼈다. 또한 조직에 대한 달리오의 접근 중 일부에는 동의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흔한 성공담이 아니라 인생에서 처한 고통을 한 땀 한 땀 극복하며 성공이라는 길로 들어선 한 구도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덕분에 필자 역시 인생의 원칙을 새롭게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꽤나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솔직한 달리오의 서술을 감안한다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픈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권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사실 인생이라는 여정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한 명의 구도자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