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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Feb 14. 2016

당신은 저성과자입니다

정부의 '양대 지침'과 관련하여

  ‘당신은 저성과자입니다. 회사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결과에 따라, 원칙대로라면 당신은 해고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특별히 배려해서 조금 더 퇴직금을 챙겨 드릴 테니 힘든 업무능력 향상 교육을 받는 대신 퇴직을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극단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현실과 앞으로 더욱 강하게 닥쳐올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2016년 1월 22일 고용노동부는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단순히 '저성과자 해고'라는 단어만 들으면 그렇게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성과를 많이 내야 하는 것이 회사의 숙명과도 같은 것인데, 저성과자라면 회사에서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문제가 있다.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당신이 그 저성과자에 언제든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저성과자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과자에 대한 규정을 누가 하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저성과자에 대한 판별은 흔히 ‘고과’로 불리는 인사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문제는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인사평가가 객관적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 하면 극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에서 개인별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객관적이며 세밀하게 집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어떤 상품을 개발했고 그것이 엄청난 판매량을 거두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경우 다섯 명의 기여도는 어떻게 계량화해서 표시할 것인가? 대부분의 기업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과업들은 여러 개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종합이다. 과업에 대한 개인별 기여도의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사평가는 사용자(회사)의 인사경영권으로 내용이나 방식에 있어 그 재량권이 인정되며, 평가의 특성상 정성적인 요소가 평가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참조: 고용노동부, 2016, [공정인사 지침] p.119) 물론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인사평가를 해야 해고에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그러한 기준 또한 회사가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회사가 진정성 있다는 가정 하에, 누가 보아도 저성과자인 프리 라이더(free rider)를 회사에서 해고하기 위해 이러한 지침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러한 해고는 기존의 법률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루어져 왔다. 심지어 그러한 사례들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금번에 발표한 지침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참조: 고용노동부, 2016, [공정인사 지침] p109-110,150-153)     


 정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회사가 경영상의 긴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좀 더 많은 이익을 위한 구조조정을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근로자의 10%를 줄이는 것이라면, 회사는 어떻게 하겠는가?     


 기본적으로 지침은 법률이 아니기에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불합리한 해고가 일어날 경우 해고당한 당사자는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런데 2~3년가량 진행될 장기간의 소송을 개인의 힘으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지침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표와 함께 시행되었다. 회사에서 지금 당장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지침이 회사에게 무작정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회사가 하게 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게 될까?      


 저성과자라는 딱지는 밤낮을 모두 잃은 당신에게도 언제든지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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