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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Feb 24. 2016

당사자는 무조건 받아들여야 합니까?

-위안부 협상 합의와 개성공단 폐쇄에 관련해-

회사에서 이번 주말에 몇 명은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원하지 않는 주말 출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지명해서 출근하라고 한다. 이 상황은 맞는 상황인가? 합리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무리 회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제일 어린 막내가 그런 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막무가내로 누군가의 주말 출근을 강권하는 상황은 옳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상황을 조금만 확대해보자. 회사는 정부이고 회사원은 국민인 상황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국민의 일부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결과이지만 외교 행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확하게는 주장이 아니라 강권하는 상황이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위안부 협상 합의에서 피해자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고, 개성공단 폐쇄에서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의사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국제 정치에서는 국익이라는 이름하에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이 국가 단위로 이루어진다. 사실 많은 외교 행위들 중에서 직접적으로 그 행위의 영향력을 국민이 체감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나 외교 행위 중에서 그 영향력을 국민이 실감하는 경우에는 다른 국내 정치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들이 나타난다.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 시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국제 정치적으로 진행하는 행위라고 해서 다른 국내 정치적인 행위들과 차별화될 이유는 없다. 국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외교 행위이기에 국민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그리고 타국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기에 정부의 선택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은 원칙적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외교 행위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에게 공표할 수 없는 자료와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행위가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특히 국민 일반이 아니라 명백하게 영향을 받는 국민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러한 행위는 외교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행위라고 해도 그 행위로 인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희생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행위는 희생되는 사람들의 동의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은 헌법에도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헌법 제37조 2항)


물론 사태가 매우 급박한 것이어서 법률로 발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게 진행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위안부 협상 합의와 개성공단 폐쇄가 전쟁과 같은 비상시국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백번 입장을 양보해 그런 조치들이 정부의 입장에서 불가피한 조치들이었다고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급박하게 조치할 이유는 없었다. 위안부 협상의 경우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식이 아니라 추후에 더 세부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개성공단 폐쇄의 경우도 가동 중단 가능성 언질로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제 정치적으로 소국(小國)인 한국의 상황에서 국내 여론과 다른 외교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그 선택에 의해 피해를 입는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하는 당사자에게, 이번에는 당신이 참아줘야겠다 아니 그냥 따지지 말고 참으라고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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