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투표는 지극히 개인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할 이유가 없는 행동이다.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개인이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익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혹여 본인의 투표가 결정적인 한 표여서 당락에 영향을 끼친다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투표를 할 시간에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더욱 투표를 할 유인은 떨어진다.
특히 지금 선거운동이 한창인 국회의원 선거 같은 경우는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큰 의미부여가 되지 않는 선거다. 소위 말하는 지역의 유지이거나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운 좋게 전국적인 인지도의 사람이 출마했거나 선거 운동 기간에 우연히 마주쳐 악수라도 한 것이 아니라면, 생소한 얼굴의 후보자들이 대다수를 이룰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의 정치체제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국회의원이 누가 되느냐는 개인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대해서 엄청난 권력을 누리면서 보통의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선거 때만 굽실거리는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엄청난 권력에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무엇이기에 현직 장관의 자리를 박차고 나가 출마를 하고, 소속된 정당에서 공천을 못 받으면 탈당을 해서라도 출마를 하는 것일까? 사실 대답은 간단하다. 국회의원은 법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한 명의 국회의원이 법률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그 법안이 전 국가적인 쟁점이 되지 않고 일반적인 판단에 있어 여당과 야당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이라면 더욱 쉽게 가능한 일이다.
법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어이없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 대부분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률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법이 테러방지법이나 노동관련 입법같이 널리 회자되는 것이 아니어도 크고 작은 무수한 법률들이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리고 그 법률은 당신이 투표에 참여한 것과 상관없이 선거의 결과로 선출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투표의 결과가 즉시적으로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투표의 결과가 당신의 삶에 분명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차선이 아니면 차악의 선택이라도 투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