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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Nov 30. 2015

로마 #1
- 낯선 것과 두려움 그리고  熱 -

여행, 기록 그리고 출발

‘한편 공항에서 수하물로 부친 짐이 분실되는 경우도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해외여행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다. 여행지의 언어로 현지인들과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기에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입는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러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통상 손에 놓지 않는 가이드북과 인터넷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여행기는 여행의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크나큰 걱정거리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파리에서 로마로의 이동 수단으로 저가항공(부엘링)을 선택했다.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가이드북과 탑승 후기의 단점들만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수속이 오래 걸리고 시간이 지연된다는 부분보다 걱정이었던 것은 수하물의 분실이었다. 누군가 파리에서 부친 짐이 로마로 오지 않고 바르셀로나와 런던을 거쳤지만 결국에는 찾았다는 이야기는, 안도감보다 짐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만 하게 했다.      

출발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이륙한 비행기가 로마의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한참을 걸어서 타고 온 비행편이 표시된 짐을 찾는 게이트 앞에 섰다. 1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나와 와이프가 부친 두 개의 캐리어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짐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수는 처음보다 줄기는 했지만 꽤나 많았고, 돌아가는 벨트 위의 짐은 눈에 띄게 개수가 줄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와이프에게 바로 옆이나 다른 게이트 쪽을 한번 찾아보라고 했다. 눈으로는 남아있는 이 곳의 짐을 미친 듯이 훑으며, 머릿속으로는 옷이랑 캐리어를 사는 게 제일 급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와이프가 소리쳤다. 와이프 양 손에 익숙한 캐리어가 들려 있었다. 정말 너무했다 싶었다. 번호가 바뀌었으면 중간에라도 전광판의 표시를 바꿔주었으면 이렇게나 애타지는 않았을 텐데. 짐 찾는 곳에는 그 흔한 공항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와이프 역시 화가 단단히 난 듯 상기된 얼굴에 아무 말이 없었다.     



숙소 주변을 시작으로 꽤나 유명한 로마의 건축물을 가볍게 둘러본 뒤 저녁 먹으면 딱 맞겠다는 생각은 내 머리 속에서만 진행된 시뮬레이션이었다. 잃어버린 두 시간 덕에 숙소에는 8시 근처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더웠는지, 에어컨을 켜 놓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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