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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원 Feb 18. 2019

회의를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무슨 일을 한다면 꼭 있는 일. 


그렇다 바로 회의다. 


그런데 이 회의를 우리는 잘하고 있을까? 아니 정확하게는 잘할 수 있을까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회의를 경험하지만 만족스러운 회의를 해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많은 회의는 일방적으로 떠드는 몇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겉도는 이야기만 반복되는 모습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 일을 하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회의이기도 하다. 



정말 잘할 수 없을까?


회의를 잘하기 위해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회의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다. 사실 회의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일의 결정(사안에 대한 판단, 구체적인 행동의 지시, 사람들 간의 역할 배분 등)이고 하나는 생각의 나눔(이른바 브레인스토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의는 두 가지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해 설정하고 진행하기보다는 혼재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업을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는지 대략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이지는 않고 그래서 의견을 좀 들어보고 그렇게 해서 정리가 되면 사람들에게 일을 어떻게 배분할 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목적이 뒤죽박죽이 되면 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가 어렵다. 생각을 나누다가 역할을 배분해버리기도 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다가 새로운 사업계획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 회의 진행 과정에서 사회자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회의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회의를 잘했다고 느끼는 몇 안 되는 경험은 대부분 탁월한 사회자를 만났을 때 얻게 된다. 그러면 탁월한 사회자만 있으면 회의는 잘 이루어지는 것일까?


사실 둘 이상이 모여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회의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한번에 일을 배분할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에 있다. 그런데 탁월한 사회자가 회의의 목적에 맞게 산으로 가는 의견들을 기가 막히게 커트하고 정리하면 그 회의는 회의로서의 존재가치를 입증한 것일까? 과연 그 회의에서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와 결정들이 등장했을까? 사실 이 질문에 시원스레 '예'를 답하기 어려운 것은 회의 경험자라면 누구나 느낄 감정이다. 이는 사회자의 탁월함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너무나 많은 회의들이 너무나 준비 없이 말 그대로 '막'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사실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이 잘 이루어지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내용에 대한 이해다. 당연히 내용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사람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준의 이해는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회의 시작 전 회의 참가자들의 내용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회의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회의는 일의 결정과 생각의 나눔이 구분 없이 진행되는 데, 이런 경우 많은 회의 참가자는 자기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가 정리가 되고 그제야 이것이 회의의 목적이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회의의 목적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회의의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은 쓸데없이 회의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세 번째는 회의 참가자에게 발언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발언의 자유는 단순히 발언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발언의 자유'는 발언권 행사가 아니라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회의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은 자유를 의미한다. 사실 많은 회의에서 이 부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회의는 상급자가 주재를 하고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끔 의견을 듣겠다고 상급자가 말을 안 하겠다 선언하지만 듣고만 끝나는 경우가 얼마나 있었던가. 묵묵히 듣던 상급자가 어느새 변명 아닌 변명과 함께 충고와 조언 등을 포함한 지시를 하고 있는 회의는 일반적이다 못해 일상적이다. 진정한 '발언의 자유'가 회의 참가자에게 주어질 때 회의는 비로소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그러면 회의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겠는가? 

먼저 회의를 하기 전에 회의에서 다루어질 내용을 회의 참가자가 충분히 숙지하게끔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고 많이들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리라 본다. 다음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회의의 목적을 회의 참가자들에게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적이 세부적이고 분명할수록 회의 참가자의 생각과 발언도 그 목적에 적합하게 등장할 것이다. 마지막이 회의 참가자에게 발언의 자유를 주는 것인데 이 부분이 사실 가장 어렵다. 이 부분은 사실 회의에 대한 사전 준비나 뚜렷한 목적 설정과 같이 회의와 관련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 혹은 해당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연결된다. 


'회의 자리니까 편하게 자기 의견 이야기해봐'

 

'회의 자리니까'라는 말이 상급자 입에서 나온다는 것은 평상시의 문화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일을 함께 하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데 회의자리에서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회의를 잘하기 위해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회의 내용을 사전에 치밀하게 공유하고 회의의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시간을 정해놓고 심지어 서서 회의를 진행하는 시도 등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정도의 기술적 조치만으로도 회의의 질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회의를 잘하기 위한 그런 기술적인 조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다. 회의라는 것이 함께 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나누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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