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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깨비 Mar 16. 2018

결국은 손예진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극히 팬심가득한 리뷰

*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초청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떤 하나의 잔상을 남기는데, 역시나 그것은 손예진이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었던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시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손예진으로 돌아왔다. 그는 <비밀은 없다>에서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덕혜옹주>에서는 비운의 황녀를 연기하기도 했다.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랬던 그가 하늘하늘한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 시절 그 모습으로 스크린에 가득 차니, 사춘기 시절 문을 꼭 닫고 <여름향기>를 보던 그 시절의 내음새가 영화관에 터지는 듯했다. 이는 시나리오나 미장센 따위의 것들을 하찮게 만드는 어떤 하나의 환각을 불러오는데, 역시나 그것은 손예진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손예진에 의한, 손예진을 위한’ 영화로 비난 받긴 적절치 않다. 원작이 있는 영화답게, 이야기가 주는 힘이 분명 있다. 산재돼 있던 파편의 조각들이 마지막에 맞추어지는 이야기의 매력이 이 영화에 있다. 이것은 이야기의 주제를 한 번에 설명해내며 단순히 말랑말랑한 멜로물이 아님을 증명해낸다. 물론 이는 영화 원작의 힘이니, 이 영화만의 특색으로 칭찬하긴 힘든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 원작의 매력은 살리되, 그 표현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췄기 때문이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과 우리에게 익숙한 까메오들을 출현시키는 영리한 연출은 원작을 지닌 영화의 위험성을 벗어낸다.
   
이 영화의 이미지 역시 애틋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우연찮게도 일본 원작을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한 또 다른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바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다. 이 영화 덕분에 도시를 벗어난 자연의 풍경만으로도 답답했던 시야가 트이는 경험을 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이와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서 유영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산 중턱에 올라 멀리 있는 자동차 극장의 영화를 보며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은, 미셸 공드리의 미장센이 떠오를 만큼 아름다웠다. 이장훈 감독의 욕심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보다 집에서 보길 추천한다. 보통의 멜로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체험성을 만끽하기엔 힘들다. 공간의 체험성이란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나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등을 보며 느끼는 바로 그것을 말한다. 간혹 보통이 아닌 멜로 영화들도 이 체험을 선사하는데,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무드 인디고>나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 등이 그렇다. 이장훈 감독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감동은 IPTV나 노트북으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더 적합하다. 나만의 공간에서 오롯이 손예진을 마주할 때 이 영화의 매력은 더 풍부해질 거라는 믿음이 있다. 어렸을 적 내가, 문을 꼭 닫고 <클래식>을 보고 <내 머리 속에 지우개>를 봤던 것처럼. 그의 영화를 만끽하기 위해선, 금방이라도 톡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그의 눈망울을 가만히 마주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그럼에도, 나는 이 영화를 영화관과 집에서 각각 마주하길 추천한다. 어쨌든 영화라는 것은 극장에서의 관객 스코어가 중요하니, 우리 손예진 배우님을 위해 기꺼이 하나의 스코어가 되어주겠다는 이 예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이 영화를 통해 “2000년대 초.중반에 쏟아내듯 만들었던 멜로영화의 전성기 시절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됐음 한다는 그의 소망에 우리가 한 줌의 도움이 될 수 있다. 영화관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한 번 마주하고, 집에 돌아와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역시나 그것은 손예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영화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은 우리를 위해서다. 손예진의 영화는 이렇게 볼 때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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