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은 청춘 3부작이 아니다.
<동주>, <박열>과 다른 감상법으로.
* 이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초청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한 줄 감상
이 영화의 유일한 실패는, ‘<동주>,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이라는 홍보 문구다.
이런 관객이라면
박정민의 팬이라면 무조건. 게다가 이준익 감독 영화 전반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고민 없이 택해도 좋겠다. 다만, <동주>나 <박열>의 분위기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그저 영화와 함께 웃고 떠들다 오시길.
간단 소개
이준익 감독의 말마따나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청춘이 성장하는, 우리네 청춘 이야기인가? 아니면 김고은이 박정민을 꼬여 내려는 미저리 같은 빅피쳐의 서사인가? 이준익 감독의 유쾌한 이야기가 박정민과 김고은 등의 통통 튀는 연기로 매력을 더하는, 영화 <변산>이다.
나 혼자 진지한 리뷰
영화 <변산>은 올드하다. 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묵직하다고 할 수도 없고 키치하다고 할 수도 없다. 굉장히 둔탁하고 유치하다.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나쁜 의미로 ‘올드’하다. 영화 <변산>은 주인공 학수(박정민 역)가 랩퍼로 성공하고자 서울에서 개고생하다가,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내려와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감독은 고향이란 특수한 장소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인물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고향은 내가 나고 자란, 나의 근원이 묻혀 있는 곳이기에 인물의 성장(청춘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다만, 그것이 ‘올드’해 그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도피(가족으로부터)와 욕망(성공으로부터)으로 점철된 주인공이 도심으로 떠났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겪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영화들은 이미 무수히 나왔다. 그나마 여기서 주인공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도구로 ‘랩’을 사용한 것이 특이할 만하지만, 그다지 인상 깊지 않다. 오늘날 청춘을 대변하는 음악이 힙합이겠거니하고, 영화 전반에 박정민의 랩핑을 까는 것은 너무 안일한 분석이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러한 연출이 신선한 지점도 있지만, ‘어떠한 기대’를 품고 온 관객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하다 싶다.
영화는 유쾌한 청춘 서사를 유지하기 위해 코믹한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한다. 이것이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몰입을 돕지만, 역시나 ‘어떠한 기대’를 품고 온 관객에겐 유치하게 느껴질 우려가 있다. 용대(고준 역)나 미경(신현빈 역), 원준(김준한 역) 등 조연들이 펼치는 코믹함은 유치함을 감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한 청춘의 성장과 성숙이 아버지와 화해하는 것과 연인과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해결 과정은 뻔한 기시감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이 역시 ‘어떠한 기대’를 가진 관객에겐 실망스런 부분이다.
사실 이 영화는 ‘어떠한 기대’가 없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웃고 즐길만하다. 물론 만 원 상당의 돈을 내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박정민이나 김고은의 팬이라면 그 돈이 아깝지 않겠지만, 이준익 감독의 팬이라면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바로 이 ‘어떠한 기대’가 이준익 감독에게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주>와 <박열>에 이은 청춘 3부작이라는 그 기대감이다. <동주>의 그 묵직했던 분위기와 <박열>에서 보여줬던 통쾌한 키치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
이 영화는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닌다. 이들 청춘이 고군분투했던 시대와 사회가 다르다. 이것이 시대와 사회만 다를 뿐, 우리네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은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와 사회가 다른 데서 오는 영화의 톤앤매너 차이는 분명하다. <동주>나 <박열>을 감상하듯 <변산>을 감상하면, 기필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변산>은 진중함과 무거움을 내려놓고 우리 청춘의 유쾌함을 만끽해야 하는 영화다. 이 영화가 ‘올드’하게 느껴진 것은 내가 기대한 바와 달랐기에 오는 충돌이었다. 이 영화를 감상할 분들은, 반드시 이 영화의 홍보 문구를 잊고 보시라.
이것은 스포
P.S 이 영화를, 학수(박정민 역)를 짝사랑한 선미(김고은 역)의 큰 그림이라는 오싹한 감상을 한 친구가 있다. 학수를 고향으로 부르는 것이 선미고, 학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해 일을 만들고 해결하는 것도 선미다. 그리고 결국 선미는 학수와 결혼한다. 사실 이 모든 게 학수를 차지하기 위한 선미의 빅피쳐는 아니었을까.
